[9주차 심리학팀] 1. 무의식의 심리학_점화와 환자연구
앞선 심리팀 정규세션에서는 감각과 지각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여러 가지 착시 연구들을 알아보았고, 정신물리학에서 우리가 감각을 어떻게 연구하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감각과 지각에 관한 연구는 우리가 어떻게 외부 환경을 주관적으로 경험하고 의식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세션에서는 무의식, 특히 참가자가 의식할 수 없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보처리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식과 무의식은 인지과학에서 다루는 주제 중 가장 난해한 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자들은 의식에 대한 정의와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이론들을 제시해왔습니다. 의식과 주의를 오랜시간 연구해온 Posner(2012)*는 의식에 대해 서로 다른 세 가지 정의를 내렸습니다. 먼저, 각성상태(Brain State)는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신경생리학적 상태를 말합니다. 자유의지(Volition)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의식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감각적인 의식(Sensory Awareness)은 감각적 자극을 통한 주관적인 경험에 대한 의식을 뜻합니다.
심리학뿐만 아니라 인지과학 분야에서 의식경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의식을 설명하는 다양한 모델들이 있습니다. 아직 의식에 관해 정립된 이론은 없지만, 많은 연구결과들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은 Global Neuronal Workspace Model입니다(Dehaene et al., 2006). 이 모델에서는 의식의 수준을 세 수준, 역하상태, 전의식 상태 그리고 의식 상태로 구분합니다. 역하 상태(Subliminal state)는 감각 자극이 약하기 때문에 상위 처리 단계에서의 정보 처리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전의식 상태(Preconscious state)란 감각 정보는 하향식 주의 집중이 부족하여 의식 상태에 이르지 못하지만 그 정보는 추후 처리를 위해 이용 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전의식 상태에서는 역하상태보다 조금 더 강한 자극을 받아 어느 정도 뇌에서는 정보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자극에 대해서 보고는 불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의식 상태(Conscious state)는 자극이 충분히 강해서 하향적인 주의 집중을 통해 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무의식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무의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질문에 답하기 전에 한 가지 예를 살펴봄으로써 함께 답을 찾아가봅시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운전을 하면 엑셀이나 브레이크 밟기, 자동차 방향지시등 켜기 등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운전이 익숙해지면 이러한 행동들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런 자동적인 행동들은 표면적으로 굉장히 단순하고 쉬워보이지만,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모두 받아들여 해석하고, 감각기관에 전달하여 운동신경을 조절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행동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지각, 행동, 사고의 대부분은 의식되지 못한 채 자동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무의식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무의식을 연구할 수 있을까요? 심리학 실험의 대부분은 피험자의 보고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무의식을 연구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피험자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보고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에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학은 현상적인 변화를 관찰하면서 무의식을 연구합니다.
이에 따라 이번 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무의식에 대해서 소개할 것입니다. 먼저, 점화(Priming), 양안경합(Binocular Rivalry), 과밀효과(Crowding), 차폐(Masking) 등에 관한 논문들을 통해 무의식을 어떻게 조작하는가에 대한 연구방법론을 알아볼 것입니다. 다음으로, 무의식을 나타내는 현상과 관련된 암묵학습(Implicit Learning), 무주의 맹시(Inattention Blindness), 변화맹(Change Blindness), 정서(Emotional Processing), 의사결정(Decision-making) 등에 대한 논문들을 통해 무의식을 나타내는 현상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여러분은 점화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보셨나요? 심리학 관련 서적이나 강연을 본 적이 있다면 ‘점화’라는 용어를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점화란 최근 어떤 자극에 노출된 결과로 인하여 어떤 단어나 대상 등의 자극이 더 잘 생각나게 만드는 능력을 말합니다. 실생활에서 점화의 예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아는 코카콜라 회사는 광고를 낼 때 한 가지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뉴스 다음에는 절대 광고를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뉴스를 보고 난 후에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고 진지한 생각이 점화되어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뉴스 이후에 콜라 광고가 나오면 당분이 굉장히 높아 건강에 해롭다는 콜라의 이미지가 더 극대화되므로 광고효과가 떨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심리학 실험에서도 점화는 잘 알려진 무의식적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피험자가 따뜻한 컵을 쥐고 난 후에 다른 사람을 판단하라고 하면 타인을 더 관대하고 따뜻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사한 예로 노인과 관련된 단어들을 점화시키면 피험자들이 복도의 계단을 내려갈 때 걸음걸이가 더 늦어진다고 합니다. 또 다른 예로 DRM task를 들 수 있습니다. 만약 학용픔과 관련된 볼펜, 풀, 지우개 등의 단어를 피험자에게 보여준 후, 제시됐던 단어와 제시되지 않았던 단어를 판단하게 하면 제시되지 않았던 ‘연필’을 본적이 있다고 답한다고 합니다. 학용품이라는 단어에 대해 점화가 일어나 오기억을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무의식 연구로, 두 명의 맹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맹시는 초기 시각피질인 V1이 손상되게 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맹시 환자들은 의식적인 시각경험은 없지만 실험을 통해 최소한의 정보처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이 날라오면 그 물건이 보이지는 않지만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D.B 환자와 G.Y 환자가 실험에 참여했는데 모두 한 쪽 시각피질만 손상이 되었습니다. 즉, 한쪽은 자극에 대해 의식이 있는 정상시야이고, 다른 한쪽은 자극에 대한 의식이 없는 손상시야인 것입니다. 그래서 자극을 정상시야에 제시하면 의식적 정보처리가, 손상시야에 제시하면 무의식 정보처리가 일어날 것이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환자들을 통해서 정서처리가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정서전이 현상을 이용했습니다. 정서전이(Emotional contagion)란 다른 사람의 정서를 모방하는 반응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시된 웃고 있는 아기 사진을 보면 자신도 웃음을 짓거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면 자동적으로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것입니다. 정서전이에서는 전형적으로 운동반응과 감정반응이 나타납니다. 운동반응은 얼굴표정(facial expression)을 모방하는 것을, 감정반응은 각성상태(arousal state)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험자들의 정서전이을 알아보기 위해 두 가지 자극, 얼굴 정서 표현과 신체 정서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얼굴 표현(Facial expression) 자극으로는 행복하거나 무서운 얼굴을 제시했고, 신체 표현(Bodily expression) 자극으로는 행복하거나 무서운 신체 자극을 제시했습니다.
정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근전도 검사와 동공 반응 측정 방법을 실시하였습니다. 얼굴 표정(운동반응)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근전도 검사(Electromyography, EMG)란 근육의 수축에 따른 전기적 신호를 감지함으로써 신경자극에 대한 반응을 검사하는 방법입니다. 실험에서는 얼굴에서 웃을 때 움직이는 광대 근육(Zygomaticus)과 찡그릴 때 움직이는 미간 주름(Corrugator supercilii) 근육의 반응을 측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각성 상태(감정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측정치로 동공 반응(Pupil dilation)을 사용하였는데 일반적으로 각성에 따라 동공이 확장 된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 그래프를 살펴보면 A와 C 그래프는 시각경험을 할 수 있는 시야에 자극을 보여준 조건이고, B와 D 그래프는 시각경험을 하지 못하는 시야에 자극을 보여준 조건입니다. A와 C의 그래프는 시각 자극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처리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그래프를 기준으로 B와 D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전도 검사 결과를 보면 정상 시야에서는 광대 근육은 행복한 얼굴과 신체를 보았을 때 반응이 증가하였습니다. 반면에 미간 주름은 무서운 얼굴과 신체를 보았을 때 반응이 증가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시각피질이 손상된 시야에서도 정상시야와 거의 비슷한 그래프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정서 정보에 대한 처리가 얼굴 반응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공 반응에 대한 그래프도 마찬가지로 두 환자의 정상 시야와 시각피질이 손상된 시야에서 모두 각성상태에 따라 동공이 확장되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를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정보처리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Posner, M. I. (2012). Attentional networks and consciousness. Frontiers in psychology, 3.
[1] Dehaene, S., Changeux, J. P., Naccache, L., Sackur, J., &Sergent, C. (2006). Conscious, preconscious, and subliminal processing: a testable taxonom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0(5), 204-211.
[2] http://guitigefilmpjes.blogspot.kr/search/label/BMW
[3][4] Tamietto, M., Castelli, L., Vighetti, S., Perozzo, P., Geminiani, G., Weiskrantz, L., &de Gelder, B. (2009). Unseen facial and bodily expressions trigger fast emotional reactio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6(42), 17661-17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