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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Dec 20.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의식(2)

[9주차 심리학팀] 2. 무의식의 심리학_양안경쟁

양안경합(BinocularRivalry)


우리는 두 눈을 통해 세상에 대한 시각정보를 입력받습니다. 평소에 우리는 두 눈으로 같은 곳을 보기 때문에 시점은 약간 다르더라도 두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거의 유사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림 1-a>와 같은 장비를 사용해서 두 눈에 서로 다른 자극을 제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심리학에서 무의식을 연구하는 방법인 양안경합(Binocular rivalry)은 이러한 예외적인 실험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양안경합 상황에서는 두 눈으로 들어오는 서로 다른 자극들이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결과로 두 자극들이 겹쳐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하나씩 번갈아가며 의식됩니다 (<그림 1-b> 참조). 이때 의식되는 자극을 우세 (Dominant)하다고 말하고 의식되지 않는 자극을 억제 (Suppressed)되었다고 말합니다. 양안경합은 그 자체로도 신기한 현상이지만,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자극에 대한 의식경험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의식을 연구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림 1-a> 두 눈에 다른 자극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장비(mirror stereoscope) [1]
<그림 1-b>  양안경합(Binocularrivalry). 시간에 따라 의식되는 경험이 달라진다 [2]


그러면 구체적으로 양안경합을 통해 어떻게 무의식을 연구할 수 있을까요? 첫번째로 살펴볼 양안경합 연구는 단어에 의미에 대한 무의식적 처리에 대한 연구입니다. 어강용 등(2016)의 연구자들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Continuous Flash Suppression (CFS)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양안경합을 일으키고, 이 때 억제되어 보이지 않는 단어에 대한 의미처리가 일어나는지 뇌파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림 2> 참조).여기서 CFS란 한쪽 눈에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자극들의 패턴을 보여줌으로써 오랜 시간 그 눈이 우세 (Dominant)한 상태가 되게끔 하는기법입니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양안경합으로 억제 (Suppression)되고 있는 자극의 위치에 사람들이 주의를 주면 억제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억제된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 의미처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실험의 참가자들은 첫번째로 제시된 단어와 두번째로 제시된 단어가 서로 의미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보고하는 과제와, 두번째로 제시된 단어의 위치를 보고하는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이 때, 두번째로 단어가 제시되기 직전에는 참가자가 어느 방향으로 주의를 주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주의 단서(cue)가 나타났는데, 이 단서가 가리키는 방향이 두번째 단어가 나오는 위치와 일치하는 조건이 있었고 (congruent 조건), 그렇지 않은 조건이 있었습니다 (incongruent 조건). 그리고 똑같이 CFS 자극이 한쪽 눈에 제시되지만, 두번째 단어가 양쪽 눈에 모두 제시되어 그 단어가 잘 보이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visible 조건).


<그림 2> 어강용 등(2016)이 수행한 연구에서의 실험디자인 [3]


이 실험의 visible 조건에서는 두번째 단어가 잘 보이기때문에 참가자들은 당연히 두 단어 사이의 의미적 관련성은 물론이고 단어의 위치를 잘 보고할 수 있었는데요. 나머지 두 조건에서는 양안경합이 억제를 일으켜 두번째 단어가 보이지 않았고, 그 결과 단어의 의미적 관련성과 위치에 대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뇌전도 (EEG,Electroencephalography)를 측정하여 분석한 결과 visible 조건뿐만 아니라 incongruent 조건에서도 의미처리와 관련된 뇌파 신호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그림 3>).


 이 연구에서는 사건관련전위 (ERP, Event-related potential)라는 방법을 통해 뇌파를 분석했는데요, 사건관련전위란, 특정한 과제를 여러 번 수행하는 동안 함께 측정된 뇌전도 신호를 평균하여 해당 과제와 관련이 깊은뇌파 신호는 남기고 그것과 무관한 노이즈는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incongruent (불일치) 조건과 visible 조건에서는 두 단어 사이의 의미적 유사성에 따라 의미처리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ERP 신호 중 하나인 N400 component의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incongruent 조건에서 두번째 단어가 보이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주의가 양안경합에서 나타나는 억제(Suppression)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처럼 양안경합은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우리가 보고 있는 자극을 일정 시간 동안 의식에서 사라지게 함으로써, 무의식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그림 3> 조건에 따른 N400 component의 차이(A-congruent, B – incongruent, C – visible) [4]


그렇다면 의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두가지 정보에 대해서도 양안경합이 나타날까요? 이번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극이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며 그 정보들이 양안경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입니다(Zouet al., 2016). 이 연구에서는 기울기 잔효 (TAE, Tilt Aftereffect)라는 현상을 이용했는데요, <그림 4>과 같이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진 자극을 오랜 시간 바라보다가 그뒤에 수직 방향의 자극을 보게 되면 수직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기울기잔효 현상이라고 합니다(예시). 이러한 현상은 순응 (Adaptation) 때문에 발생하는데요, 이 연구에서는 의식적으로는 기울어져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기울기 정보를 가진 자극을 볼 때에도 기울기 잔효 효과가 발생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림 4> 기울기 잔효효과(TAE) [5]


<그림 5>와 같이 녹색과 주황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겹칠 경우, 서로 다른 색들끼리 맞닿는 두 개의 기울기 자극을 빠르게 번갈아 보여주면 우리 눈에는 녹색과 주황색이 섞여 노란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렇게 만든 자극을 오랫동안 본 뒤에 여러 기울기를 가진 자극들을 보여주고 그것이 왼쪽으로 기울었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울기 정보를 처리하고 있었다면 TAE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요, 실험 결과 실제로 이러한 자극을 보았을 때 TAE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림 6>).뿐만 아니라 이렇게 만든 자극을 한쪽 눈에 보여주고 반대편 눈에 다른 방향의 자극을 보여주면 양안경합이 발생했습니다 (<그림 7>). 우리 눈에는 노란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울기 정보를 가진자극은 실제로 노란색인 자극이나 주황과 초록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노란색 자극과 달리 반대쪽 눈에 보이는 기울기 자극을 억제(Suppression)시켜 그것이 보일 확률을 떨어뜨렸습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울기 정보가 무의식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코싸인 심리팀]


<그림 5> Zou et al. (2016) 실험에서 사용한자극 [6]


<그림 6> 보이지 않지만 기울기 정보를 가진 자극이TAE를 일으키고 있음 (Zou et al., 2016) [7]


<그림 7> 보이지 않지만 기울기 정보를 가진 자극이 양안경합을일으킴 (Zou et al., 2016) [8]


참고문헌

Eo, K., Cha, O., Chong, S. C., & Kang, M. S. (2016).Less is more: semantic information survives interocular suppression whenattention is diverted. Journalof Neuroscience, 36(20), 5489-5497.

Zou, J., He, S., & Zhang, P.(2016). Binocular rivalry from invisible patterns. Proceedings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3(30),8408-8413.

사진출처

[1] 연세대학교 VCC Lab 실험실stereoscope

[2] Dieter,K. C., & Tadin, D. (2011). Understanding attentional modulation of binocular rivalry: a frameworkbased on biased competition. Frontiers in HumanNeuroscience, 5.

[3] [4] Eo, K., Cha, O., Chong, S.C., & Kang, M. S. (2016). Less is more: semantic information survivesinterocular suppression when attention is diverted. Journal of Neuroscience, 36(20),5489-5497.

[5] http://apps.usd.edu/coglab/multifreq.html

[6] [7] [8] Zou, J., He, S., &Zhang, P. (2016). Binocular rivalry from invisible patter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Sciences, 113(30), 8408-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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