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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Nov 19. 2022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언어 (1)

뇌는 언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1.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


전통적인 모델에서 뇌에서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으로 가장 잘 알려진 부위는 바로 브로카 영역 (Broca’s Area)과 베르니케 영역 (Wernicke’s Area) 입니다. 모두 좌반구에 위치해 있으며,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은 각각 외과와 신경과 전문의였던 폴 브로카와 칼 베르니케가 뇌의 특정 부위의 손상으로 인해 실어증이 온 환자들을 통해서 언어능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관찰함으로써 알려지게 됩니다.


브로카 영역은 전두엽의 아래이마이랑 (inferior frontal gyrus)에 위치해 있으며,주로 언어 발화 (language production)과 관련있는 부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로카 영역의 손상이 온 환자들은 온전한 문장을 발화하는 것이 어려우며, 말이 계속 끊어지고 특히 기능어 (function word: 관사, 조사 등 문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단어) 를 많이 생략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언어 이해 (language comprehension)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때도 복잡한 문장 구조의 이해는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므로 브로카 영역이 언어처리에서 문법 처리 전반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즉, 앞으로 말할 내용을 계획하거나, 문법적으로 옳은 문장을 발화하도록 돕는 부위가 브로카 영역인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베르니케 영역은 주로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측두엽의 위관자고랑 (superior temporal gyrus)에 위치해 있으며, 단어나 문장의 의미 처리 전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르니케 영역의 손상이 온 경우 발화 기능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굉장히 유창하게 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해할 수 없는 의미의 문장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언어 발화에서 중요한 기능인 자기 모니터링 (self-monitoring: 본인이 한 말을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틀린 부분을 수정하는 기능)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본인이 하는 말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단어의 음성 계획 (phonological planning)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을 연결해주는 궁상섬유다발 (arcuate fasciculus)는 신경 다발로, 언어 발화와 언어 이해 기능을 연결시켜 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손상이 생긴 경우, 발화와 이해 각각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잘못 발화한 경우 그것을 고치는 기능 (self-repair)을 어려워하게 됩니다. 자기 모니터링이 되기 때문에 본인의 실수를 자각하지만, 이해와 발화 사이의 연결이 원활하지 못해 자각한 내용을 발화로 옮기기 힘든 것입니다. 이외에도 상대방의 말을 따라해야 하거나 (repetition) 문장을 소리내서 읽는 등 이해와 발화 기능이 동시에 사용되는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이 세 가지 부위는 전통적인 모델에서 가장 주요한 언어 처리 부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언어 처리 모델의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언어처리를 위한 신경 경로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림 1> 브로카 영역, 베르니케 영역, 궁상섬유다발




2. Dual Stream Model of Language


언어 처리 경로 또한 시각이나 음성 처리와 비슷하게 복측 경로 (ventral stream)와 배측 경로 (dorsal stream)로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언어 발화보다는 언어 이해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서, 뇌에서의 언어 처리가 단순히 브로카와 베르니케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경 경로를 통해 다양한 부위의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배측 경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측두엽을 대뇌궁상섬유다발(arcuate fasciculus)이나 상종단다발 (superior longitudinal fasciculus)을 통해 브로카 영역과 연결하거나, 운동앞겉질 (premotor cortex)과 연결하는 경로들을 의미합니다. 주로 배측 경로는 복잡한 구문의 처리나 음성자극과 운동반응 사이의 대응을 함으로써 음성처리를 담당합니다. 따라서 누군가 한 말을 반복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나, 아이들이 들리는 소리를 따라하는 옹알이 (babbling) 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복측 경로는 전두엽과 측두엽을 복측으로 이어주는 경로로 중간관자이랑 (middle temporal gyrus), 베르니케 영역과 두정엽 일부까지 포함되며 의미 처리에 관여합니다. 주로 소리와 의미 사이의 대응이나 간단한 문장의 의미 해석, 두 개 이상의 요소를 결합해야 하는 통사 구조 처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2> Dual Stream Model of Language




3. 우반구의 기능과 계속 진화하는 모델


기존의 연구에는 좌반구가 언어 기능을 대부분 관장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지만, 최근에는 우반구가 언어 처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prosody의 요소인 억양, 리듬, 강조, 인토네이션 등에 관여하며, 발화 맥락 파악이나 비언어적 요소 이해 등과 높은 관련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기존의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을 기반으로 한 언어 처리 모델이 아닌, 새로운 모델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뇌에서 언어 처리를 따로 담당하는 특별한 영역이 있다는 modular한 관점과, 언어처리가 뇌의 여러 부위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언어 영역들도 언어 외의 기능도 동시에 담당한다는 관점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뇌가 언어를 정확히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문헌>

[1] Frederici, A. (2017). Language in our Brain. MIT Press

[2] Fujii, M., Maesawa, S., Ishiai, S., Iwami, K., Futamura, M., & Saito, K. (2016). Neural basis of language: an overview of an evolving model. Neurologia medico-chirurgica, 56(7), 379-386.

[3] Kemmerer, D. (2014). Cognitive Neuroscience of Language (1st ed.). Routledge

[4] Tremblay, P., & Dick, A. S. (2016). Broca and Wernicke are dead, or moving past the classic model of language neurobiology. Brain and language, 162, 6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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