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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평선 Jan 07. 2021

엄마 저 코로나 걸린 것 같아요

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마지막까지 할 일을 점검하고 잠자리에 들으려는 순간 보이스톡이 울렸다. 독일에 있는 딸에게서 온 것이다.

자정을 1분 남겨놓은 시각이니 독일 시각은 오후 4시 1분 전.

보통 '엄마 지금 뭐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낸 후 톡을 남기던지 '보이스톡?' 이라며 내 의사를 묻던 딸이었는데 사전 메시지 없이 보이스톡을 한걸 보니 뭔가 급한일이 생겼나 보다.

조금 피곤했지만 핸드폰을 열고 밝게 응답을 했다.

"응. 딸내 웬일이야? 이 시간에 보이스톡을 하고?"

"엄마 주무시던 중이었어요? 죄송해요."

"아냐. 일이 좀 전에 끝났어. 괜찮아."


"엄마, 저 코로나 걸린 것 같아요. 콜록콜록..."

"•••"

"어제부터  열도 나고 기침이 멎지를 않요."

"몸살 걸린 거 아냐? 어제 아이섹 임원 선출 때문에  모임 한다더니 너무 무리했나 보다."

"저도 그런 거 같아서 좀 쉬면 낫겠지 하고 일찍 잤거든요. 그런데 열도 안 떨어지고  냄새도 못 맡겠어요. 쿨럭~

더구나 어제 만났던 애도 저랑 증세가 같요. 그래서 그 친구는 코로나 검사받으러 간대요. 콜록~

그 친구가 코로나 음성이면 어쩌죠?"


최근 유럽 코로나 확진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영국에서는 변종이 나왔다는데...

내 머릿속은 여러 가지 가능성으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침착해야 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딸 앞에서 불안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 딸내미. 그 친구에게 결과 나오면 꼭 알려 달라고 하고 너도 코로나 검사받아봐."

"이미 전화로 알아봤는데 일까지 예약한 사람이 많아서 모레에나 검사받을 수 있대요."

"모레라도 받을 수 있도록 예약해 놓아라."

"네. 쿨럭~"

"그런데 집에 먹을 거는 있니?"

"원래 어제 장보는 날인데 혹시 코로나일지도 몰라서 마트에 갈 수도 없고... 쿨럭쿨럭~"


  딸내미는 기침을 하느라 더 이상 말을 잇지 못다. 대략 난감이다. 독일에 있으니 당장 달려갈 수도 없고 더구나 현재 독일은 락다운 상태에 있으니...

세 시간 거리에 있는 동생에게 지원 요청을 하라고 했더니 동생도 옮을 수 있으니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한다.


  딸은 독일 대학에 입학을 한 후 많은 일을 했다. 월요일엔 국제 합창단 모임, 화요일과 목요일엔 한인식당 아르바이트, 토요일과 주중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독일어와 영어 과외를 하고 틈틈이 대학과 계약한 번역일을 했다.

그리고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대학생 자치 봉사단체인  '아이섹'에서 활동을 했다. 2020년에는 아이섹 팀장이 되어 거의 매일 아이섹 일을 도맡아서 해오고 있었다.

너무 바빠서 아플 새도 없다던 딸이었다.


  딸이 사는 기숙사는 복도형으로 층마다 개인방 4개에 공동 화장실 2개, 하나의 주방을 같이 쓰고 있다. 딸과 같은 층에는 네덜란드, 독일, 중국 학생이 함께 산다.

2020년  초 한국에 코로나가 심각해질 즈음 기숙사 옆방 학생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단다

'한국에는 코로나가 심각하다는데 너는 그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출처 www. daily medi. com

 

  당시에 은 몇 년간 독일에 있었건만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 친구들은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 메시지를 받은 후 딸은 함께 사는 기숙사 친구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알바를 모두 그만두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과외와 번역일만 했다.


그러나 요즘 독일은 엄청 심각한 상태다. 약 한 달 전 딸이 보내온 독일 코로나 상황이었다. 딸과 아들이 사는 곳을 동그라미 쳐서 심각성을 알려주었다. 지금은 이것보다 더 위험한 상태라니...

ABO


그래서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마트에 갈 때도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온 후엔  손변을 소독하며 더욱 조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새해 새 임원 선출 문제로  잠 친구를 만나고 온 후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코로나 증세에 대해 검색해 보니 딸의 증세와 흡사했다. 열과 마른기침, 피로감, 그리고 드물지만 미각 또는 후각 상실...


  새벽녘 딸에게 메시지가 왔다.

'엄마, 친구가 검사했는데 음성이래요. 못 주무실 것 같아 문자만 해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사랑해요.'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날 딸이 만난 친구가 음성이라니 딸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음날도 딸의 기침과 열이 떨어지질 않는 것이다. 벌써 일주일째다.

  

  딸은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 없이 컸다. 몸에 살짝 이상이 오면 하루 푹 자고 다음날 훌훌 털고 일어났다. 6살 때 친구의 부주의로 이마가 찢어져 수술을 해야 할 때도 내 품에 안겨 '엄마 가슴 아프게 해서 죄송해요'라며 엄마를 위로하던 딸이었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길래 일주일째 고통 속에 헤매는 걸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다.

코로나는 아니길, 그리고 빨리 회복되기를...


"엄마,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어요.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고생이 컸던 것 같아요. 기도해줘서 감사해요.♡♡"

아직 몸은 다 낫지 않았지만 하트까지 뿅뿅 날려주는 걸 보니  안심이 되었다.


  동생이 간병 겸 위로해 주기 위해 세 시간 거리를 달려가 떡국도 끓여먹고 맛있는 것도 먹었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따스하다. 한인교회 식구들도 약과 먹을거리를 갖다 주셔서 큰 위로가 되었다. 모두가 감사한 일이다.


코로나 19가 심각한 요즘. 누구나 할 것 없이 힘든 상태다.   무엇보다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을 알면서도 그 현장에 뛰어들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의료진들의 수고에 감사할 뿐이다. 어렵고 힘들 때 따스한 말 한마디, 작은 돌봄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은 없는지, 나의 작은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 찾아보아야겠다.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게 된 아들이 만든 성탄음식?
아픈 누나가 기운 차리기를 바라며 떡국과 제육볶음을 만들어  함께 먹었다는군요. 위로자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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