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빚내서 투자했는데 마이너스라고?

초보투자자의 투자 실패 경험담

2020년 3월 결혼을 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소액을 투자했다. 운이 좋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주가가 모두 바닥을 친 시점이었다. 사는 주식마다 오르기 시작하자 욕심이 생겼다. 투자 금액을 올렸다. 올린 금액만큼 수익도 늘어났다. 더욱 욕심이 생겼다. 레버리지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다. 300만 원으로 시작했던 투자 금액은 어느새 단위로 늘어났다. 운을 실력으로 착각한 초보투자자의 첫 번째 패착이었다.


2021년 12월부터 이상한 조짐이 보였다. 물가 상승, 미국 연준,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다만 투자한 종목이 조금씩 하락하는 건 알았다. 대담하게도 더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들은 것은 있어서 하락장에 주워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간의 경험처럼 곧 다시 고점을 갱신할 것으로 믿었다. 결과적으로 하락장은 시작도 안 했던 때였다. 대상승장밖에 경험하지 못한 초보투자자의 두 번째 패착이었다.


실력도 경험도 없는 초보투자자가 대담한 행동까지 하자 운도 더 이상 따라주지 않았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고 그 충격으로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주식시장, 코인시장 모두 무너졌다. 그토록 무너지는 하락장은 처음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잠자고 일어나면 돈을 벌었다고 좋아했는데, 돈이 돈을 번다고 좋아했는데. 정확히 반대의 경우가 되었다. 잠자고 일어나면 돈을 잃었고, 돈이 돈을 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확인한 평가손익이 -8,000만 원이었다.


지옥 같았던 것은 대출이었다. 1억이나 빌려준 은행은 이자까지 올렸다. 그때 이해했다. 금리를 이용해서 물가를 잡는 방법을. 은행에서 대출 이자를 올리자 투자는커녕 허리띠를 졸라 매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가를 잡는데 아마 우리 가정이 크게 기여했으리라. 연준과 정부 정책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보는 아내를 보며 자책감이 심해졌다. 아내는 연신 물건만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천 원 오른 가격에도 쩔쩔매는 아내를 보며 화면 속에만 존재했던 돈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괴로웠다.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만 팔았어도, 그때만 안 샀어도.. 후회는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동반책임을 지게 된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제일 컸다.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잠을 자는 것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잤다. 주말마다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잠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변했다. 집 밖을 나가지 않으니 삶의 의욕이 점점 떨어졌다. 매일같이 죽음을 생각했다. 을 지키는 방법을 몰랐던 초보투자자의 세 번째 패착이었다.


그나마 직장이 있으니 다행이었다. 무기력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죽은 듯이 출퇴근을 했다.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으면 기분이 나아졌다. 집에서는 아내가 큰 도움을 주었다. 변함없이 응원해 주며 희망을 주었다. 덕분에 죽음보다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아직도 투자를 하고 있다. 조금 달라진 점은 공부하고 투자한다는 점이다. 다시는 위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투자에 대해 더 공부 중이다. 동시에 다른 초보투자자들도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도 쓰고 있다. 경험한 바를 나누며 실패는 실패대로 성공은 성공대로 이유를 분석하여 공유하고 있다. 혹자는 왜 투자를 그만두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아내에게 미안해서라도 투자에 소질이 없음을 인정하고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투자에 소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가 있다. 다음 글에는 그 이유를 공유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고점에 물리며 깨달은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