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를 읽고-
향긋한 커피 향, 귀를 간지럽히는 재즈 음악,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적당한 조명, 그리고 나를 아껴주는 사랑하는 아내.
좋은 환경이 갖춰져있는 장소에서는 집중력이 한껏 올라간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굳은 내 머리 속에는 마땅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때는 매일 1편의 글을 쓰면서 몇달을 보냈던 적도 있었던 내가 이제는 하루에 책 한 페이지도 잘 읽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았을 뿐. 재미난 모바일 게임과 유튜브 영상들, 머나먼 대륙에서 새벽마다 펼쳐지는 축구 시합에만 몰두한 나머지 나를 찾고 유지하며 기르는 시간은 줄어만 갔다. 그러는 가운데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과 그걸 견디는 인내심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무언가 다음 스테이지, 중간보스를 설정하지 못한 탓에 벌어지는 일 같았다.
그래서인가, 본능적으로 다음 타겟을 찾아 설정한 것인가, 나는 올해부터 새롭고 커다란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8년간 일하고 거주했던 도시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기 위한 도전이었다. 물론 그곳으로 가게 된다면 원래 내가 30년 가까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거라 도전이라 말하기 애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해진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 새로운 학업을 시작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대학원에 합격했다. 내 인생에서 대학원이라.. 상상해본 적은 있었지만 그게 현실이 될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것도 뼛속까지 문돌이(문과적 성향이 강한)였던 내가 수학적 요소가 가득한 블록체인 관련 대학원에 지원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인간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무슨 바람이 들었던 것인가.
생각해보면,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10년이 넘게 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아직도 내가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고민이 크다. 그리고 계속 변해가는 금융환경, 기술의 개발 속에서 나라는 인간이 AI 등 신기술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커져만 갔다. 직업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었겠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무모한 도전을 할 수는 없었다. 겸업도 안되고 경력을 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서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었다.
다음주면 그 첫 걸음이 시작된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 인사발령이 뜻대로 되지 않아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게 됐다. 휴학을 해야 하나, 휴직을 해야 하나 생각도 했었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게으름을 피울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치열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한다. 적어도 아무 생각없이 쇼츠, 릴스를 보거나 나도 모르게 게임 아이콘을 눌러 한번 시작하면 30분이 후딱 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대한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전부터 많이 들어왔다.
생각 > 행동 > 습관 > 태도 > 인생
생각이 곧 행동이 되고, 습관이 되며, 태도가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는 것.
말은 참 쉽다. 하지만 첫 단계부터 빡센 것이 현실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미 행동이 굳어진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게 힘든 것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생각을 바꾸기 이전에 행동을 바꾼다.
작은 행동을 그냥 한다. 그냥 해야 머리가 복잡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매일 내가 한 일을 기록하고 생각을 짧게라도 정리한다. 그게 쌓이다보면 게을렀던 내 뇌가 조금씩 바뀐다. 일기를 쓰지 않고 기록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 나의 몸과 마음 모두에게 죄를 지은 것 같다. 그래야 계속 행동을 하게끔 동기부여가 된다. 이런 작은 행동이 쌓이다 보면 그 행동을 하기 위한 에너지소모가 줄어들고, 그 다음 좋은 행동과 생각을 할 여력이 생긴다. 그렇게 조금씩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환경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역시 말은 쉽지만, 이 시나리오대로 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몇번의 좋은 효과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게으르던 과거로 돌아가곤 했다. 그것이 인간이고 우리 삶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억지로 인간을 개조할 필요는 없다. 다만, 타인을 개조하려 하지 말고 자신을 개조하려 하는 노력은 추천할만 하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괴로워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만큼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절하지 않다면, 이런 시도는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그 실패의 경험과 기억이 이런 시도에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몇번의 실패 경험이 일상에서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정말 간절했던 시기에는 실패 따위가 나를 막을 순 없었다. 오히려 그 실패를 기록하고 복기하면서 노력할 힘을 얻곤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실패에 익숙하져가던 내가 또다시 '간절한 시기'에 다가서면서 에너지를 얻고 있는 중이다. 지칠 때마다 나를 끌어올려주던 글쓰기가 반갑다. 누가 그랬지, 글은 머리로 쓰는게 아니고 '엉덩이'로 쓰는 거라고. 엉덩이가 무거워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간절함'이다. 다시 한번 부지런해져보자.
영감을 준 위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에게 이 글을 바친다. (보고 계신가요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