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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n 16. 2020

새벽에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요

 2인 가족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 부부. 신도시에 처음 살게 되어 설레는 맘으로 이사 온지 어언 2년,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새 집이라 정도 많이 들고 매우 편리하게 잘 썼는데, 운전을 못하는 와이프의 출퇴근길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 이사를 가게 됐다. 차를 끌고 출근을 하기엔 최적의 위치이지만, 대중교통이 아직 미비한 편인 신도시다 보니 뚜벅이 와이프에겐 조금 버거웠을 것이다. 출퇴근 시간의 5분은 정말 황금같은 시간이기에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나는 여전히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중이다. 잠을 줄여가며 몸을 혹사하는 일은 하면 안되겠다 마음먹었기에 무리한 미라클모닝은 시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은 부족하고 할 일(하고싶은 일)은 많다. 사실 하루를 정말 잘 쪼개서 버리는 시간 없이 쓴다면 내가 하고 싶은 자기계발도 상당 시간 해내면서 와이프랑 시간도 보낼 수 있겠으나, 여전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처럼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생산성 올리기' 과제는 평생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조금이나마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핵심은 일찍 자는 것이다. 이게 가장 어렵다. 이 것만 잘 실천해도 저녁에 불필요한 일을 덜 하게 되고, 일찍 자야 하니 할 일을 후다닥 해내는 환경설정이 된다. 그리고 새벽 일찍 일어나기 수월해지니 아무런 방해도 없이 내가 집중해서 해야 할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 바로 지금의 나처럼 브런치 글을 쓰는 일 말이다. 아침 새 소리를 들으며(ASMR 뺨친다, 가 아니라 원래 자연의 소리가 더 좋은거지..) 글을 쓰는 이 기분, 묘하게 좋다.


 다만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경험상 저녁 식사 후 최소 1시간은 지나야 소화를 시킨 뒤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식사 시간이 늦어 운동 시간도 늦어지고, 그러다 보면 집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퇴근 -> 식사 -> 설거지 등 휴식 -> 재활운동, 이렇게 하고 나면 어느새 10시가 넘고 꾸물대다 보면 잘 시간이다. 시간이 아까워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12시가 넘고, 그제서야 잘 준비하면 다음날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든, 안타까운 패턴이 생기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하루 중 유일하게 와이프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인데 그 때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면 정말 대화할 시간이 적다.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해 새벽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새벽기상과 재활운동은 아직까진 순항중이다. 문제는, 새벽부터 콩콩거리는 내 발소리다.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매트도 깔고 그냥 뛰는 것이 아닌 고무로 된 점퍼(재활 도구) 위에서 움직이는 거지만 소음이 안 날 수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집에서 재활운동을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항의는 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나의 책임이다. 이사를 가게 되면 운동하고 춤출 수 있는 공간에 매트를 더 두껍게 까는 걸 고려중이다. 아이도 없는데 비싼 매트를 깔아야 하는 상황이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아이만 발소리 내나, 내 발소리도 클 수 있다.


 아직 습관화가 덜 된 패턴이라, 무리하지 않는 선(일찍 자는게 관건)에서 계속 시도해보려 한다. 아마도 <한달 브런치>와 <한달 유튜브>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내 스스로 이런 패턴을 시도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있는 시간을 잘 써서) 쓴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알았으면 핑계 대지 말고 실천하자.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우거진 나무 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새: 너도 일찍 일어났구나? 나랑 같이 벌레 잡아먹으러 가자.
나: 음, 나는 그냥 밥 먹을게.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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