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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l 03. 2020

이게 곰탕이야?

소금 안친 곰탕이 곰탕이야?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원래 살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외곽진 곳에 있어서 가장 가까운 상권이 도보 7분, 번화한 상권(맛집이 많은)이 도보 15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었다. 사실 이 정도도 그렇게 먼 것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 살던 집도 중심상권에서 10분 거리였기에 우리 부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엔 살짝 아쉬운 집이었다. 


 상권이 가까우면 자꾸 외식을 하고 싶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주린 나의 미각과 후각을 만족시켜줄 가게들이 즐비하다면 그 누가 마다할까 싶다. 식당만 가나? 요즘 누가 밥 먹고 커피 안 마시나. 맛집도 중요하지만 솜씨 좋은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카페도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이사를.. 갔다고 하면 오바지만 꽤 만족스럽다. 뚜벅이 생활만 30년 넘게 하고 있는 와이프의 출퇴근을 좀 더 편하게 해주고자 대중교통이 더 잘 돼있는 곳으로 이사를 한 건데, 그 주변에 상권도 많이 포진해있다 보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와이프가 고른 집이다. 참 장하다. (난 그냥 월급만 잘 갖다주면 알아서 잘 한다. 후후)


 이사를 하기 전부터 이 동네에 있는 맛집을 찾아 다녔고, 그 중 알게 된 곰탕집이 하나 있었다. '아빠의 마음'을 담아서 만든다는 곰탕인데, 소문난 곳이라고 해서 기대감을 갖고 방문을 했다. 웬걸? 기대와 달리 너무 깨끗하고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가 우리를 맞이해줬다. 곰탕집이라고 해서 뭔가 구수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내부 사진을 따로 찍진 못했지만, 음식이 담겨져 나오는 상차림을 보면 대략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금빛이 영롱한 놋쇠로 된 수저와 그릇을 보니 뭔가 신뢰도가 확 올라갔다. 마치 고급 한정식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센스였다. 위 사진에 나온 군침 도는 '육전'이 담긴 작은 소쿠리.. 아니 광주리도 그 분위기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식당은 음식 맛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육전을 한 점 집었다. 


'엇, 엄청 부드러운데? 근데 생각보다 얇고 가볍네.' 


 비주얼과 다르게 부실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입 안에 쏙 넣었다. 우와우...! 입에서 정말 살살 녹았다. 마치 치즈를 먹은 듯 스르르 녹는 식감, 그러면서도 고기의 쫄깃함도 놓치지 않았고 맛은 뭐,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냥 JMT였다. 꼭 짚고 싶은 포인트는, 전혀 짜지 않다는 것.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심심한 맛이었다. 


 처음 이 식당에 방문했을 때는 곰탕을 먹지 않고 불고기비빔밥과 비빔냉면, 육전을 시켜먹었다. 그날 따라 곰탕 갬성이 아니었기에 시킨 메뉴였는데, 주력 메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 빠른 시일 내에 재방문을 해야겠단 의지가 샘솟는 식사였다. 


좌불비, 우비냉. 크...

 미각 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촉각(혀와 입안에서 느껴지는)까지 자극하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오늘 재방문을 하여 주메뉴인 곰탕을 주문했다. 여전한 인테리어와 여유있는 식당 안의 분위기가 불금의 들뜬 기운을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10분여의 시간이 흘러 곰탕이 나왔다. 

 

곰탕, 맛남, 성공적.

 역시나 담백했다. 뜨끈한 국물과 푸짐하게 썰어져 나온 고기와 파, 그리고 잘 익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훌륭한 조합이다. 무엇보다 곰탕 국물이 정말 담백해서 자꾸 먹고 싶어지는 맛이었다. 누군가는 싱겁다고 소금을 쳐서 먹겠지만 이렇게 싱겁게 먹는 곰탕이야말로 진국이다. 그냥 싱거운 맛이 아닌, 내 몸의 진액을 채워줄 것처럼 진한 싱거운 맛. 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다. 


 음식은 심심하게 먹어야 좋다. 개인적인 취향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이 한 마디를 하려고 이 브런치 글을 썼나 보다. 자극적으로 먹고 나면 속도 불편하고 갈증도 계속 나는데, 이렇게 심심하게 먹고 나면 몸이 가볍다. 외식을 해도 이렇게 하는 것이 몸에 무리가 덜 갈 것이다. 물론, 외식을 하지 않고 집밥을 직접 해먹는 게(좋은 재료로) 더 낫겠지만 말이다. 


 자꾸 건강을 챙겨야 하는 일이 생기다 보니, 외식 메뉴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편리한 집으로 이사 온 건 좋은 일이지만 외식의 유혹과 싸워야 하는 건 우리 부부의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건강만큼은 잘 챙기는 와이프가 옆에 있어서 든든하다. 본인보다 속이 곯은 남편을 만나서 돌보느라(?) 고생이 많지만 말이다. 


여보! 내가 잘할게! 건강하게 잘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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