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자, 아프지 말고..
생각보다 덥지 않은 여름밤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틀 연속 회식과 워크샵으로 인해 집에 늦게 들어온 탓에 저녁 산책이 고팠던 우리 부부는 간만에 밤바람을 쐬며 걸어다녔다. 처음 걸어보는 루트로 걸으니, 새로운 기분이었다. 이 도시로 이사 온 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곳이 참 많다. 차근차근 정복해나가야겠다.
아직도 그 길냥이와는 재회하지 못하고 있다. 그 자리에 가보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길냥이 전용 집'이 설치가 돼있는데 계속 공실로 남아있다. 아마 누군가 길냥이를 보호하고자 갖다놓은 것 같은데, 제 구실을 못하는 것 같다. 이미 노출이 된 집이라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양이의 본능을 공부해서 어디 갔을지 찾아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고양이가 있던 공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 지어진 상가에는 최근에 야심차게 들어온 유명 영화관이 있다. 근데 정말 불운하게도,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터져버려, 파리 날리는 날이 더 많다. 멀리 나온 김에 오늘은 어떠한가 하고 올라가봤다. 웬걸, 평일 저녁 9시 정도밖에 안됐는데 온통 캄캄했다. 뭔가 슬픈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큰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손실이 얼마나 클지 감도 오지 않았다. 월세는 엄청 나가고 있을텐데 말이다. 이래서 사업은 리스크 계산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나름 알찬(?)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업들을 하나씩 해갔다. 이사한 후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TV와 쇼파를 먼저 다른 방으로 옮기는 일을 했다. 약골 둘이서 낑낑대며 가구들을 옮긴 뒤 TV와 인터넷 모뎀을 재설치했는데, 작동이 안된다. 한참을 또 씨름을 하다 결국 우리 선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천상 문과 2명) 내일 A/S를 부르기로 하고, 나는 글쓰기를, 아내는 샤워를 했다.
그렇게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해가는 시점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아내의 발목이 부어오른 것이다. 같이 신나게 산책할 때만 해도 괜찮다던 사람이, 씻고 나니 발목이 땡땡 부었다며 나에게 보여준다.
안그래도 고관절 부상을 입은 후 1년 동안 휴직을 했던 아내라 몸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아니 그거 좀 걸었다고 발목(아마 아킬레스건염이 아닐까 추정)에 이렇게 무리가 가나 싶었다. 정말, 나 못지 않은 약골이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 골골대봐서 서로의 아픔을 잘 이해해주는 환상의 짝꿍이라 다행이다. 만약 한 사람이 멀쩡했다면, 다른 한 사람을 정말 '물에 젖은 휴지'처럼 안쓰럽게 바라보거나 평생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썩소를 지었을지 모른다. 웃픈 현실이지만, 아픈 것조차 잘 맞아서 천만다행이다(?).
결혼한 지 벌써 8년차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몸의 한 곳이 고장나는 패턴을 줄곧 이어왔다. 나름 건강식도 많이 챙겨먹는다고 했음에도, 건강을 해치는 많은 요소들을 내가 걸러내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 많이 아쉽긴 하다. 그래도 어쩌랴, 시간을 돌릴 수 없다. 이제라도 하나씩 고쳐나갈 수밖에 없다. 아니, 한번에 여러 개씩 고쳐야 그나마 예전처럼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간의 몸은 복잡한 세계(complex system)다. 어느 한 가지 원인과 요소만으로 특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만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식습관 개선, 운동, 수면 보충, 멘탈관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며 개선해가야겠다. 다음 달에는 회복에 집중해봐야겠다. 아내도 제대로 못 걷는 마당에..
이제 뭐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