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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l 06. 2020

욕심을 부리면 더 망하는 이유

feat. 해버지(Ji sung, Park)

 하반기 대비 워크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낫지 않는 이석증 때문에 운전도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했지만, 집에 오려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고개를 좌우로 젓는 행위조차 하지 말라고 하면 일상생활은 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어쨌든, 사이드미러를 볼 때도 최대한 고개를 안 돌리면서(째려보면서) 귀갓길 드라이브에 임했다.


 편도 45~50분의 거리이기 때문에 유튜브를 항상 켜놓고 다니는 나는, 오늘따라 자기계발 관련 영상이 땡기지가 않았다. 머리도 아프고, 저녁 내내 워크샵을 하며 머리를 쓴 터라 더이상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마침 좋아하는 채널 '슛포러브Shoot for love(축구 관련 콘텐츠 제작 채널. 주로 유명 축구선수들과 미션을 수행하여 성공한 만큼 기부하는 방식의 포맷을 갖고 있다. 축구에 관심 없어도 재밌을 법한 채널이다. 꿀잼!)' 영상이 하나 떠있었다. 한국 축구의 영웅, '해외 축구의 아버지(줄여서 해버지)' 박지성 선수가 출연하는 영상이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스포츠가 확 죽어서 내 관심사에서도 살짝 벗어나 있었는데, 간만에 머리 식힐 겸 재밌겠다 싶어서 클릭을 했다. 뭔가 또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나 싶어 재생한 영상은 나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넓은 축구장에서 박지성 선수와 현재 부상 치료중인 현역 선수들 3명이 대화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외모와 달리(?) 입담도 좋은 박지성 선수였기에 지루하지 않게 들었는데, 그 와중에 내게도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두 가지나 나왔다. 9분의 짧은 영상에서, 그것도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였는데도 무척 가슴에 와닿았다.


https://youtu.be/Qko-lITbd90?t=187

해당 영상. 클락하면 언급했던 이야기(3분 7초)부터 재생된다.


 영상에서 부상 치료중인 선수 중 한 명이 '궁금한 것 없냐'는 제작진의 요청에 "맨유(박지성 선수 전성기 시절 소속팀)에서 뛸 때, 바르셀로나(세계 최고 팀 중 하나로, 너무나 유명한 '메시'가 뛰는 팀)처럼 강팀과 붙었을 때 멘탈 관리를 어떻게 하셨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월드클라-쓰 박지성 선수는 이렇게 답했다.

강팀과 붙든, 약팀과 붙든 경기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경기에서 이기려면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강팀과 경기를 한다고 해서 '내가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욕심을 부리거나, 몸에 힘이 들어가면 더 긴장하게 되어 제 실력 발휘를 못하게 된다. 내가 내 역할을 100% 다 하고, 팀원들도 각자 역할을 100% 다 하게 되면 본연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그 후 결과는 운에 맡기면 된다.   - 해외 축구의 아버지, 박지성 (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박지성 선수가 말한 것은 아니지만,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마지막 말 때문에 '운'이 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던가? 내 할일을 다하고 나면 그 외의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으니 하늘의 뜻(운)에 맡기라는 것이다. 아,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운전하다 말고 까먹지 않으려고 엄청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나 백, 팀 백, 승리. 나 백, 팀 백, 승리. 나 백, 팀 백, 승리...' 이러면서 외웠다. (운전 중에 메모할 수 없으니)


 회사에서 워크샵을 하는 내내 '개인실적 우수직원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지점장님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직원들 개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쌓이면 지점 전체, 나아가 은행 전체에도 이익을 가져다주기에 백번 강조하고 계신다. 그 뜻을 잘 알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을 핑계로 안되는 이유들을 찾고 있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물론, 여전히 장애물들은 많다. 내부(나 자신)의 장애, 외부의 장애 모두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어찌 됐든, 성과를 내기 위해서(성과 평가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다는 전제 하에) 다각도로 노력해야 함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개개인이 각자 해야 할 몫을 서로에게 미루지 않고(ex- 팀플 과제 무임승차) 자신의 할 일을 100% 수행하고자 노력한다면 전체적인 성과도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서 시너지(온전한 협업)는 또 별개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니,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뜻밖에 머리 식히려고 봤던 영상에서 이런 메시지를 얻고 나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면서 또 내일 열심히 일할 의욕을 충전하게 됐다. 아, 그렇다고 출근해서 "으랏차차!!!" 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놓치고 있던 개인 업무, 역량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옆 직원들도 챙길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


고맙습니다, 해버지. 당신은 '참'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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