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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l 05. 2020

즐겁게 일하는 방법 아시면 손!

그런 사람이 있을까..?

 즐거움, 의미, 성장.

평생 직장의 개념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대부분의 경우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으며 살고 있다. 결국 꾸준히 일을 하면서 지내야 한다는 뜻인데, 일을 지속적으로 해내려면 서두에 말한 3가지 요소가 꼭 필요하다.

(이전 글 참조: https://brunch.co.kr/@coj0827/1 )


 이 3가지 요소를 '내적 동기'라고 말한다.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동기(motivation)이기 때문에 '일'을 할 때 자발적, 주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다. 지금 나는 9년차 은행원이다. 슬럼프는 이미 한 번 크게 왔었고, 극복하긴 했지만 아직도 내재적 동기가 크지 않아 업무적인 성과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이에 대한 고민을 작년 초에 깊이 해본 후, 나름의 결론을 내렸었다. "이 곳에서 이런 고민은 큰 의미가 없겠구나"


 거대한 회사 조직일수록, 일개 직원의 의견이 업무 프로세스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적다. 특히 은행처럼 단기간의 실적 위주로 평가 운영되는 회사는 매일 매일의 실적이 해당 부서의 리더의 심적 컨디션&회의 분위기를 좌우하기 때문에 문제점을 개선하는 움직임보다, 우선 닥치고 실적을 해내는 것이 우선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직원들에게 불합리합니다.' '이 상품의 경우 프로모션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지금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등의 문제 제기는 단기 실적을 올리는 데에 쏟아부어도 모자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비효율적 요소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런 마음은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조차도 어느 정도 갖고 있기에 더욱 후순위로 밀려난다. 좀 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가도(그런 역량 자체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틀려도 시도해봐야 개선하고 성장하는데..) 당장 오늘 내일 나의 실적이 짜여진 기준에 부족하면 위축되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릴 에너지 비축 따위는 사치가 돼버린다.


 <2020 원더키디>라는 만화가 있었듯, 2020년은 나름 상징적인 숫자였다. 상당히 많은 것들이 발전하고 바뀌었을 미래를 상상했었는데, 이미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회사의 영업방식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문화적 측면, 업무 툴, 전산 시스템, 복지제도 등 바뀐 점도 많고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할 일이 꽤 많아질 정도로 개선된 것도 많다. 근데도 왜 '단기 성과 위주'의 영업방식은 바뀌지 않는 걸까. 조직의 윗사람들은 겉으로만 '혁신과 변화'를 외칠 뿐, 속으로는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해서일까? 그냥 나의 그릇된 선입견이었으면 좋겠다.




 과거와는 다르게, 외적 동기 3가지는 이제 많이 줄어들었다. 정서적 압박, 경제적 압박, 타성 3가지가 그것들인데 예전에는 이 3가지 요소가 나를 옥죄고 있어 일하는 것이 괴롭고 스트레스만 쌓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입었던 내상이 아직 다 회복되지 못한 걸 보면, 어느 누구든 이 3가지에서 벗어나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 압박에 대한 부분은 솔직히 말해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완전히 벗어나기엔 좀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벌려놓은 일이 많은 사람이라면,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급여' 문구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일을 열심히 하게 되고, 회사에 시간을 쏟게 되는데 앞서 말한 내적 동기 3가지(즐거움, 의미, 성장)가 부족하고 외적 동기 3가지가 더 많으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건강 또는 멘탈(아니면 둘 다..)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끔 to the 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사 일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갖겠다 다짐한 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년 반 정도는 책을 열심히 읽었고(input), 최근 반 년 정도는 글쓰기와 유튜브 영상 제작에 시간을 들였다(output). 두 가지 일 모두 너무 즐거운 활동이었지만, 둘 중 한 가지만 했을 때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책만 읽으면 어디 가서 이야기하고 싶고, 내가 읽고 들은 걸 전달하고 싶었으며, 내 생각과 결합하여 표현하고 싶었다. 글이나 영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새 내 머릿 속에 든 지식과 생각이 고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두 가지를 동시에(혹은 번갈아가며) 하는 것이 맞겠단 결론에 이르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활동들을 겸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허나 그렇게 하려면 시간 활용을 정말 알차게 해야 한다. 절대적 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시간 자체를 늘리진 못해도 집중력을 높이거나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활용해야만 해낼 수 있다. 나는 이런 시간관리를 최근에 너무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문제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건강 상태다. 나도 솔직히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를 정도로 몸 구석구석이 망가져있다. 이미 망가져있던 게 하나씩 불거져나오는 것인지, 내가 자기계발 한답시고 무리를 해서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문제가 '자가면역'의 문제거나, '원인불명의 증상'들이라 더욱 답답하다. 그래서 음식 조절도 하고 있는데 살만 빠지고 몸이 더 곯아가는 느낌이다. 솔직히 요즘엔 그냥 산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도시 생활과는 맞지 않는 체질인가 싶기도 하다.


 36살의 나이는 결코 적지도 많지도 많은 나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만 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몸이 예전같지 않다라는 생각,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휩싸이고 나니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토록 긍정적인(무계획적이라 더 그런 편) 나였지만, 조금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자율 형식으로 워크샵 발표 자료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A4 1장 분량으로 간추려 오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간단히 작성해버리고 끝낼 수 있지만, 핵심 내용을 적절하게 요약함과 동시에 리더의 마음에 들도록 중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 고난이도 과제다. 직원들 대부분 업무 마감 이후 대충 적어서 제출하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부터 고민이다. 상반기에 좋은 성적을 거둔 지점이, 하반기를 망친다면 다 지어놓은 농사를 망치는 셈 아닌가? 워크샵 자체가 그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필요조건은 아니었다고 해도, 대충 몇 글자 적어놓고 읽고 넘어가기엔 찝찝하다. 어쩌면 나의 이런 성격이 날 스트레스 덩어리로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업무 성과 향상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 왜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이게 과연 잘하고 있는게 맞는지부터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나 스스로 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티가 난다. 나는 언제쯤 성과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이 일을 통해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게 될지 궁금하다(그래도 막상 일을 할 때는 즐겁게 하려고,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허탈하다). 하반기가 끝나고 만약 승진을 하게 된다면, 그땐 실무자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관리자, 리더십 능력까지 갖춰야 하는데 지금 같은 환경에서 내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인 건 맞다.
근데 어떻게 사느냐가 내겐 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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