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 네시 Jul 02. 2020

행춤 대리, 상반기 성과가 이것 밖에 안되나?

9년 차 은행원의 생존기

 어제의 상반기 마무리 회식을 뒤로 하고, 다음 날인 오늘부터 바로 하반기 준비에 돌입하는 은행. 새롭지도 않지만 매년, 반년, 분기, 매달, 매주 새롭게 시작되곤 하는 프로모션과 캠페인에 매달려 사는 은행원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학생 때 그렇게 게을렀던 나도 실적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짜고 목표를 체크하며 달려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내가 매우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적 관리를 하며 은행 생활을 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관리자 위치에 있는 선배님들은 항상 주기별로 실적 목표를 할당하여 관리해보자고 독려(라고 쓰고 반강요라고 읽는다)했지만, 이상하게도 계획대로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은행 업무와 성과도 복잡계적 특성(예측이 불가한, 본 글에서는 예측이 어려운 정도로 해석)을 갖고 있다고 보기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그래도 항상 할당되는 목표를 채워야 일년 과업이 끝나기에, 우리는 예측하고 이뤄내야 한다.


 제목에는 다소 질책당하는 느낌의 문장을 적어뒀지만, 실제로 우리 지점(요즘엔 지점 3-4개를 한 팀으로 이뤄 '커OO티'라고 칭함)은 상반기에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내가 여태껏 거쳐온 지점에서 거뒀던 성적 중 단연 톱으로 예상한다. 물론 연간 시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하반기도 잘해야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어쨌든, 상반기에 거둔 성과만 해도 우리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잘했다 라고 이야기해줄 만하다.


 이제 우리는 여느 때처럼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그냥 걸으면 된다. 하지만 잘 나아가기 위해, 남들보다 빠르게 혹은 더 효율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해야 할 일은 과거 반성이다. 우리의 리더이신 지점장님은 계획, 실행(시도), 피드백(반성), 개선, 재실행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강조한다. 매우 중요함을 알면서도 내 스스로 업무에서 잘 적용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실시간으로 업무가 게속 이뤄지는 창구의 특성상, 무언가 분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다. 핑계일 수 있지만, 업무 역량부터 동기부여, 실행력, 체력(?)까지 내가 충분히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들이 업무 성과에 다 조금씩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는, 내 개인 성과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결론으로 나타난다.


 스스로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 때(메타인지가 정말 중요하다), 정말 성과를 잘 내고 싶다는 동기부여와, 업무 지식과 스킬 향상에 대한 니즈, 퇴근 후 시간 활용을 통한 직무지식 향상에 대한 욕구가 생기지 않고 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선을 뚫고 나아가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임계점 돌파를 못하고 있다. 계속 물이 끓기 전에 가스불을 꺼버리고 있는 셈이다.


 다음 주에 행할 워크샵에 대한 준비로, 상반기 개인 성과에 대한 분석이 과제로 주어졌다. 특정 상품에 대한 마케팅 전략도 짜야 하지만, 우선 나부터 돌아볼 예정이다. 며칠의 시간을 투자하여 6개월 간의 방향성을 잘 잡아둔다면 많은 효율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하반기에 한번 제대로 해보자. (음? 갑자기 동기부여가 된건가? 이러다 또 훅 갈라..)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가 만든 '新회식 문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