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박약러'들에게 고하는 글
벌써 2년도 더 지난 일이다. 타성에 젖은 채로 출퇴근을 반복한 지 5년, 내 몸은 곯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내 정신은 몸보다 더 심각하게 상해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상태로 정신을 치유하지 못해서인지(몸의 건강이 먼저인진 모르겠으나) 나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에 걸리는 악재를 겪었다. 안 그래도 어릴 때부터 골골대던 체질이라 웬만하면 집밥을 챙겨 먹었음에도 잦은 회식, 불규칙한 수면 습관,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의 원인이 겹쳐 생긴 병이라 생각했다. 의사들조차도 원인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정의했다. 그리고 나는 호르몬 약을 생전 처음 먹기 시작함과 동시에 10년 넘게 꾸준히 섭취해오던 술을 끊었다. 거기서부터였는지 모른다. 나의 삶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3개월 여간 식이를 조절하고 약을 잘 먹은 덕에 내 상태는 꽤 좋아졌다. 그래도 완치가 쉽지 않은 병이라 하니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술은 입에 대지 않고 있고(1년에 한두 번 먹는다. 명절 때 가족들과 매우 소량으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이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사실 매우 어려운 과제다. 인생에서 꾸준히 내게 찾아올 스트레스라는 단골손님은 내가 적응해야 할 존재이다. 이건 마치 나라는 사람에게 빛과 그림자, 장점과 단점,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듯 삶의 필수요소다. 이 글에서 깊게 파고들만한 주제는 아니기에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스트레스가 항상 존재하는 삶에서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려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행복은 사소한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내게 더 큰 행복을 주는 순간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순간'이다. 특별할 것이 없다. 누구나 동의할 만한 순간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얹는다면 어떨까? 바로 '먹고살기도 바쁜 일상 속에서'라는 조건이다. 그럼 다시 써보자. 내게 더 큰 행복을 주는 순간은 '먹고살기도 바쁜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순간'이다. 어떤가? 여러분은 이런 환경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가? 만약 그 좋아하는 일이 단순한 행동(맛있는 음식 먹기, 인기 드라마 보기 등)이라면 이미 잘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스스로가 잘 알겠지만 그런 행동들은 순간의 기쁨이나 쾌락을 줄 뿐, 장기적으로는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맛집 탐방과 인기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말하는 좋아하는 일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성장을 돕는 일을 가리킨다고 가정하겠다. 예를 들면, 양서 읽기, 운동하기, 외국어 공부하기, 영상 만들기, 춤추기, 악기 연주하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의 활동들 말이다. 나의 경험과 생각의 폭이 좁아서 이 정도밖에 예시를 들지 못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있을 것이다. 한두 달 반짝하고 마는 짧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최소 분기, 반기, 연간으로 꾸준히 이런 활동들을 한다면 개인의 능력치는 점점 성장해갈 것이고 이는 본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다.
조금 슬프게도 이런 활동들의 특징은, 본인이 좋아서 하기 때문에 분명히 즐거운데 오래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나 먹고살기 바쁜 직장인, 자영업자들(뭐 대한민국 국민 거의 다 해당되겠네...)에겐 어찌 보면 사치 같아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치 같아 보이는 행동'들을 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산다면, 우리보다 그런 행동들을 많이, 꾸준히 하는 사람들에게 뒤쳐질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고?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도태될 것이므로 비교라도 해서 자극을 받는 게 빠를 수도 있다.
정 비교하는 게 내키지 않아 다른 이유를 찾고 싶다면, '나 자신을 위해' 하라는 것이다. 처음엔 귀찮고, 힘들고, 시간이 없어 못할 것이다. 아니 강렬하게 하기 싫어서 '안 할' 것이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환경설정이다. 게임에나 나올 법한 단어처럼 들릴 수 있겠다. 자기 계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의지가 약한 동물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우리는 매년 계획을 세우기 위해 다이어리를 산다. 열심히 '다꾸'를 실천하지만 몇 달을 지속하지 못한다. 헬스장에 가서 연간 회원권을 끊는다. 그리고는 몇 달 가지 못하고 '기부천사'의 호칭을 얻는다. 외국어 학원이나 인강에 등록한다. 역시나 며칠 듣지 못하고 한글 자막이 달린 미드를 보며 깔깔대고 웃는다. 이것이 우리가 그동안 많이 겪어온 패턴이다. 그럼 환경설정을 어떻게 하면 이런 작심삼일을 극복할 수 있단 말인가?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무언가를 시도하는 건 정말 어렵다. 시도 자체는 하겠지만 지속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소수의 그릿(Grit, 끈기) 만렙인 사람들만이 혼자서도 잘 해낸다(그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혼자 한 게 아닐 수도..). 우린 타고난 천재나, 극소수의 초능력자들이 아니라고 가정하기 때문에(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환경의 힘을 빌려야 한다.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행위를, 매일 같이 하는 환경 말이다. 쉽게 말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강제성이 어떤 극한의 설정이 아니라 심한 듯 심하지 않게, 어려운 듯 어렵지 않게 실천하게 해주는 묘한 힘을 준다. 거기에다 무작정 서로 격려만 하면서 잘하자! 파이팅! 하는 환경이 아닌, 중심을 잡아주고 일정을 체크해주며 때로는 헤매고 있을 때 방향도 제시해줄 수 있는 특급 도우미들이 있는 환경이다. 내가 지난 3개월 동안 꾸준히 글을 쓰게 도와주고 유튜브 영상을 계속 구상하며 찍을 수 있게 북돋워준 곳, <한달>이 바로 그곳이다.
1일 1 콘텐츠를 글로든 영상으로든(주로 글이다) 공개적인 sns에 인증해야 성공하는 방식의 환경이다.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하다. 자유주제로 글쓰기, 책을 읽고 자유 분량으로 서평 쓰기, 마케팅 관련 공부한 내용을 글로 적기, 영어로 글쓰기,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실천한 내용을 글로 쓰기 등 다양한 내용이 있기에 본인이 하고 싶었던 걸 골라 참여하면 된다. 나는 <한달> 플랫폼 안에서 가장 진국이면서, 가장 먼저 해보길 추천하는 <한달 자기발견>을 먼저 했었다. 말 그대로 1일 1 주제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글을 쓰는 건데, '자신의 강점을 잘 모르거나 꿈이 뭔지,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강추한다. 나 또한 그랬었고, 이 활동을 통해 나를 꽤 많이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결국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행복한춤쟁이의 3분행복'을 만들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영상을 꾸준히 올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혼자 했다면 세 번째 채널인 '행춤' 채널도 얼마 못 갔을 것이다. 나는 내가 경험해본 최적의 환경설정인 <한달>의 힘을 빌려 유튜브를 지속해야겠다 마음먹었고, 마침 지난달에 개설된 <한달 유튜브>에 참여했다. 그리고 오래도록 내 안에 잠들어있던 '자아'가 깨어나 활개 치는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 수많은 능력자 크리에이터들이 고퀄리티의 영상들을 생산하고 있기에 지금 내 영상의 수준은 매우 미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https://www.site.handal.us/blank-10
채널의 성장은 즐겁게 지속해나갈 수 있는 '내 의지'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의지는 '바람직한 환경설정'과 '좋은 동료들과의 시너지'에서 나올 것이다. 이미 나는 지난 3개월간 두 가지의 덕을 보았다. 그리고 그 덕으로 얻은 내 경험과 즐거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다. 과정이 항상 하하호호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내 아이디어와 노력이 담긴 영상과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마다 느낀 그 쾌감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아직도 이런 환경설정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한번 눈 딱 감고 해 보시라. 헤어 나올 수 없는 마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매력에 빠진 채 각자의 배우자나 연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한달>과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