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 네시 Jun 08. 2020

옆사람이랑 잘 맞으면, 게임 끝이야.

함께 한다는 것에 관하여

 팀워크(Teamwork). Team이 Work를 하는 것. 쉽게 말해 '여러 사람이 협동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살게 된다. 간혹 혼자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무인도에 가서 홀로 사는게 아니라면 또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돈을 주고 서비스를 사든, 무료로 도움을 받든 말이다. 홀로 서는 법을 배워 이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고 싶은 나이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의 법칙을 배워갈수록 '혼자'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보의 홍수 속, 빠르게 변하는 유행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쏟아져나오는 뉴스들도, 광고도, 예능프로그램도 계속 보고 듣고 체험해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다. 그로 인해 급격히 지쳐가는 우리들에게 조용히 쉴 수 있는 환경은 RPG 게임 속 중간 세이브 지점처럼 꿀같은 휴식처다. 이런 게 없다면 우린 100세 시대를 지향하는 의료 기술을 뒤로 하고 머리 속 뇌관이 터져버려 비명횡사 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바빠도, 할일이 많아도 하루에 3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자.


 이야기의 요지는 '혼자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홀로 갖는 시간은 필수지만 어쨌든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이기 때문에 삶의 대부분은 둘 이상이 모여 상호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족도 둘 이상이 모여야 하고(남편-아내), 회사도 두 명(사장-직원), 친구도 두 명(친구-친구), 학교도 두 명(선생-학생), 브런치도 두 명(작가-독자)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그 중 회사(사장-직원)는 갑-을 관계로 생각할 수 있지만 동등한 관계, 협업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규모가 큰 곳이라 대표와 내가 동등한 관계로 대화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가까운 미래에는 이뤄졌으면 좋겠다) 작은 부서 단위에서는 조금 해볼만 하다. 


 실제 내가 근무하는 지점은 다른 곳(내가 거쳐온 곳들)에 비하면 의사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상하관계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편이라 고충을 토로하는 것이 '그나마' 수월하다. 내가 그나마라고 표현한 것은, 아무리 수월하다고 해도 우리나라 통념상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신랄한 비판(?)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에 나올 법한 '솔직한 토론'과 '피드백'은 아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주 소심하게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그나마 요즘 코로나 때문에 회의, 워크샵을 거의 안해서 실력발휘할(?) 기회도 잘 없다. 코로나가 끝나도 지금처럼 잘 안모였으면 좋겠다. (히힛)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하루의 최소 1/3 이상을 보내게 되는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협업은 정말 중요하다. 생각해보자. 말도 안통하고, 내 고충엔 관심도 없고, 일하는 스타일도 맞지 않는 사람과 하루종일 같이 일하는 상황을.. 끔찍하지 않는가? 예를 든 세 가지 중에 하나만 해당되도 스트레스 받을 것이다. 현실은 기본 두 가지 이상을 겪게 될 것이기에 우리의 회사 생활이 힘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에 주의하자. '나' 때문에 상대방도 회사 생활이 괴로울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갖자. 


 이야기가 또 샜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나는 협업이 잘 되고 있음을 느낀다. 잡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소통도 되면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전력누수를 최소화하며 대처했던 적은 처음인 듯 하다. 그것이 바로 협동의 힘이다. 누구 하나 자기만을 생각하며 버티지 않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옆을 돌아본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할 일에 집중할 줄도 안다. 거기에서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좀 더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문제점도 아직 많다. 그래도 계속 개선해나갈 여지가 있고, 그럴 의지도 아직은 남아있어 다행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런 의지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겐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또다른 조직(90도 허리를 숙여야 하는 조직은 아니다)이 있다. 직장은 아니지만, 직장처럼 매일 출석도장 찍고 있는 곳, <한달>이 그곳이다. 지난 기수까지는 참여자로서 활동했다면, 이제는 내가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책임감도 더 커지고,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꾸 꿈을 꾼다. 꿈에서 뭔가를 고민하고 준비를 하긴 하는데, 딱히 결과가 없다. 뭐 해본 게 있어야 결과도 나오지 않나.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난리다. 유리멘탈 같으니..


 다음 기수 참여를 준비하는 <반달쓰기>를 하다 보니, 같이 글 쓰는 동료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있어서 이런 글을 써보았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옆에 있는 동료들과 소통이 잘 되는가? 잘 안된다면, 그게 정말 그 사람만의 탓인지 한 번 돌아보자. 정말 내 탓은 1도 없다면, 둘 중 하나다. 그 곳을 떠나든지, 아니면 그냥 참든지. 어쩔 수 없다. 다음 선택의 순간을 기다려보자. 이 세상에 협업할 사람은 수십 억이다. 언젠가 나랑 잘 맞는 사람 하나 쯤은 나오지 않을까, 라는 허무한 결론으로 오늘의 글을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OO과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