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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Mar 16. 2021

과장님.. 귀에서 피 날 거 같아요.. 이제 그만..

Latte is horse...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거의 3시간동안 떠들어댔다. 그냥 수다를 떤 것도 아닌, 조언이랍시고 후배를 생각한답시고 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어가며 말이다. 그 후배가 집에 돌아가는 뒷모습에는 어떤 마음이 배어있었을까? 슬픔? 고마움? 분노? 아니면.. 아픔? 어쩌면 외로움일 수도, 기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오롯이 그의 몫이지만, 그에게도 조금은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믿고 싶다. 



3시간이 지난 후, 그의 마음이 조금 열린 것 같다.



 저녁식사를 빙자한 훈계 타임이 흐르는 동안, 내 스스로가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동안 '현재'에 대한 이야기, 그와 내가 속한 곳에서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이야기했지만, 자꾸 중간중간 라떼가 기어나오는 건 '내가 너무 준비가 부족했나?' 라는 반성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건,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 또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나는 성급했다. 그리고 조금 후회가 된다. 속이 곪을대로 곪았을 그에게 너무 갑작스런,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을 한번에 전하려고 한 나의 성급함이 한심스럽다. 



 애써 웃어보이며 고맙다고, 나 같은 사람 없을 거라고 이야기해준 그를 본 뒤라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 시간만으로도 내가 고마운데, 그렇게 표현해줘서, 내가 더 고마웠다. 물론 내 이야기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온전히 그의 몫이다. 사실 애초에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나 싶다. 그렇지만 이대로 후배의 어려운 상황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기에, 너무 늦었지만 용기를 냈다. 앞서 말한대로, 조금 후회가 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아쉬운대로 속내를 털어놓고, 그의 생각을 듣고 나니 조금은 후련해졌다. 이제부터는 그의 도전을 응원해주고 고민을 들어줄 용기(?)가 생겼다. (자기 만족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 한 번 더 반성한다..)


Photo by Youssef Naddam on Unsplash


 솔직히,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도 잘 알 것이다. 갈길이 얼마나 먼 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하는지. 3시간의 장황하고 두서없던 나의 이야기는 결국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맺어졌다. '메타인지'를 키우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구하자. 그 핵심을 전하기 위해 나는 너무 먼 길을 돌아갔다. 왜냐, 한 사람의 아픈 부분을 지적하고 그 점에 대해 공론화(우리 둘이긴 하지만)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아픈 일이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말할 용기가 필요했고, 그에게는 들을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상대방이 상처받진 않을까, 이걸 말할 자격이 있나 대한 고민이 컸고, '이런 피드백을 처음 듣는다'는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때의 충격은 얼마나 컸을지 사실 잘 감이 안온다. 생각보다 아팠을텐데, 그땐 몰랐다.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의 고통이.. 


 당연하게도, 그에게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시간을 달라고 하는 그의 말이 아프고 슬프게 들렸다. 더 세련되게 말하지 못한 내가, 미안했다. 




 귀에서 피가 정도로 나에게 쓴소리를 들었을 그가 나와의 대화 말미에 했던 말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과장님이 던져주신 돌 덕분에(때문에?), 제 마음 속에서도 작은 파장이 일어났습니다."


 그가 어떤 의미에서 이야기했는지, 그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의미가 변질되지 않길 간절히 바래 본다. 그건 나의 욕심이지만, 그 또한 자신을 아낀다고 생각하기에,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곧 그의 곁을 떠나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건 분명하다. 나에게 손을 내민다면 언제든 잡아줄 수 있다고. 그러니, 마음을 닫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늦지 않았다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라."

 박명수 형님의 이야기를 새겨듣자. 넌 할 수 있다!




***Photo by Lauren Rad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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