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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jette Apr 01. 2016

201601~201603 책 로그

모든 것이 분기 단위로 끊기는 게 싫어서 책은 4달에 한 번씩 썼는데, 올해 3달 동안 책을 평균 이상으로 읽어서(뭔 3달간 읽은 책이 40권이 넘어…) 4달 몰아서 쓰려면 힘들 것 같은 지라 올해는 일단 3달로 끊는 걸로. 

늘 그렇듯 굵은 글씨는 추천 도서입니다.



2016-01

* 캐롤: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하이스미스님의 자전적(?) 로맨스 소설.  영화 덕에 원작도 번역되어 나와 햄볶아요. 

두근거림과 의혹과 두려움과 맹목적 열정과 실망과 배신감과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이 어우러진 미혹. 이 분의 장기가 심리 묘사다보니 이런 미혹의 힘이 엄청나다. 보는 내내 내가 같이 두근두근. 평범한(?) 연애물이지만 연애물에 알러지가 있는 나도 신나게 읽었다.

자신의 기질대로 살지 못하는 것, 그게 '타락'의 정의야. -퍼트리셔 하이스미스,[캐롤]


* 세상 물정의 경제학:‘괴짜경제학' 시리즈 저자들이 괴짜경제학(freakonomics)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나도 종종 가서 읽는데, 아무래도 영어라(…) 많이는 안 읽는다. 거기 올린 내용들을 주제 별로(?) 편집해서 엮어 번역된 책이라, 나름 나야 쏠쏠했다.블로그 자체가 재밌어서 내용도 기본은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이런 것도 있던데 아마 이래서 아닐까?' 하는 조금 재미난 가십거리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대부분. 단편적인 재미와 생각 전환 용으로는 괜찮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면 좀 아쉬울 듯. 다음 '저서'를 기대해본다.


* 갈매기의 꿈: 45년만에 마지막 장이 추가되어 재번역 재발간되었다고 해서 읽었다. 앞의 내용도 내 기억보다 훨씬 중이중이하고 마지막 장쯤 가면 조나단은 포스의 영이 된 요다같은 느낌마저 든다. 오랜만에 읽은 내용은 새롭고 중이중이하고, 새 장이 추가됨으로서 맥락도 업그레이드 되었다. 괜찮은 경험이었다.


* 프란츠 카프카-꿈: 카프카가 자신의 꿈,혹은 불면의 밤에 본 환상들을 동생,연인,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혹은 일기에 기록한 내용을 엮은 책. 꿈도 작가의 소설만큼이니 초현실적이면서도 오묘하지만 이런 꿈만 꾸고 살면-그것도 불면의 밤을 겪으며- 확실히 제정신이 아닐 것 같긴 하다.(…)      

나는 잠을 푹 잤다. 아마도 절망은 침대 밑 깔개에 웅크리고 있던 모양이다. 일어나자 절망도 일어나 다시 나의 간을 물어뜯었다…비슷한 내용의 미셸 투르니에의 글이 있었는데.(R.I.P. 미셸 투르니에) 아마도 카프카는 절망이 늘 함께 있던 모양이다.


* 사피엔스: 인류사를 정치,경제,종교, 사회, 역사, 과학 등의 다양한 면을 버무려 하나의 결을 가진 흐름으로 풀어냈다. 그 결이 완전히 고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따라서 흘러가기에는 충분하다. 문장들은 인상적이고 내용은 흥미로워서 정신없이 따라가다보면 흘러간 저자의 무시무시한 지식의 양에 놀라게 된다.


* 나는 언제나 옳다: 짧은 중편 하나가 책으로 따로 나올 필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고딕 호러 미스테리의 분위기를 듬뿍 살리면서도 자신의 스타일까지 제대로 녹여넣어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길리언 플린의 짧은 소설.


* 스누피와 친구들의 인생 가이드: 피너츠 만화의 명대사들이 귀여운 그림과 함께 자신감, 자아, 지혜, 사랑 등으로 분류되어 실려있다. 피너츠는 늘 옳아서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잠언집으로도 좋다. 책도 예쁘고 얇으니 장식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그만.


* 공산당 선언:본문은 짧은데 해석과 서문이 훨씬 길어서 읽는 데 오래 걸림. 쉽고 깔끔하게 잘 쓴 연설문이다. 서두는 웬만한 소설 서두 저리가라. 이상주의적이라고는 해도 연설문 자체로도 볼 만 하고, 역사철학 지식이 부족한 나같은 사람은 해설이 붙어있는 이런 책으로 읽으면 더 도움이 될 듯.


* 스타워즈-레아 공주: 올해의 첫 책.(…) 레아 공주가 알데란을 찾는 과정의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레아 공주보다 에반이 더 멋지다만 이 역할은 영화에는 안 보이니 역시 이런 이야기는 책을 같이 봐야지.


* 스타워즈-제국의 와해: [스타워즈:레아 공주]를 읽은 뒤 읽으면 좋을 이야기.6-7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므로 이 사이의 간극이 힘든 사람이 보면 좋을 듯.


2016-02


* 뉴로맨서:내용도 다 알아서 읽은 것 같으나 안 읽은 사이버핑크의 신기원(야)신세대 사랑꾼(야) 이야기라 읽었는데(이거 아님) 내가 지금까지 좋아한 많은 SF작품들은 뿌리도 모르고 좋아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설정 떡밥이 난무하며 이건 어디 나왔고 이건 어디 나왔고 막....이게 80년대 소설이라는 거야 뭐 그 전 세대 소설들을 봐도 충분히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걸 조합해서 버무려서 웬지 서늘한 이야기까지 끼워넣는 능력이란 이거 뭐. 와 정말.

정신적 충격을 못 이기고 처음부터 다시 넘겨보는데, 첫 문장부터 '항구의 하늘 색은 방송 끝난 텔레비젼 화면 색이었다' ...와 이 뭐. 전기 타는 소리 들리는 것 같다. 

웬지 대충 내용도 알고 읽은 것 같아서 더 손이 안 가서 안 읽었다가 읽고 나서 주화입마 걸린 소설이 작년에 [모비딕]이 있었다면 올해는 [뉴로맨서]가 될 것 같다.


지도 위의 인문학: 무엇을 좋아하면  그 것을 기록해두고 싶은 것. 그리고 자신의 삶의 터전,혹은 상상의 무언가 등을 좋아한 사람들은 그 기록을 지도로 남겨왔다. 공간 기록에 얽힌 사람들의 열정이 알알히 묻어나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없을 리 있나.


* 퀸 수사국: 엘러리 퀸이 단편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한 번도(심지어 어린 시절에도(…)) 한 적이 없지만, 그래도 일단 새로운 책이 나오면 안 읽을 수 없고, 읽으면서도 흐뭇한 것은 그저 작가와 탐정 엘러리퀸 부자에 대한 팬심에서일 것이다.그리고 그 팬서비스 역할에 충실한 단편집. 가볍고 소소하고 즐겁다.


* 화재 감시원: 대중적으로나 작품성면으로나 늘 인정받는 코니 윌리스의 수상 단편 모음집(수상작이 워낙 많아 이것들만 묶어도 책이 두 권이다). 다들 인정받은 작품들이다보니 그 퀄리티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도 없고 각각이 재미도 다 보장한다.다만 아쉽다면 분명 면면이 훌륭하고 재밌는데도 난 이 작가가 좋다는 생각은 아직 안 든단 말이지. 워낙 색이 다양해서 그런가.


*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머리를 식혀볼 겸 읽음. 그간 이 분 만화/에세이가 하도 질려서 그런가 이건 좀 나은 편이지만 역시나 그냥 그렇다. 팬들이면 좋아할 지도. 부의 방문객들에게 카탈로그에서 답례품을 고르게 하는 장례 문화는 이색적이었다.


* 앨런 튜링: 앨런 튜링에 대해 업적 중심으로 기록한 평전인데. 내용이 좀 복잡하기도 하고 내가 요즘 지식 습득력이 좀 떨어진 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번역은 좀 더 잘 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두껍지도 난해하지도 않은 책이 뭐 이리 안 읽히누. 


* 멋진 신세계:명절에는 역시 종말 소설이 제격이다. 부담스러운 친척들의 피곤함에서 ‘왕창 망해버린 세계’ 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만큼 위안이 되는 일도 없다…라는 말을 듣고 챙겨온 소설. 어린 시절 읽고 반한 다음 지금까지 수십번을 읽었지만 이번에 레전드 번역가 중 한 분인 안정효씨 번역판이 나왔대서 조용히 질러주었다. 확실히 지금까지도 갖고 있는 누렇게 된 옛날 판본보다 훨씬 깔끔한 게 단번에 느껴진다.

소설 자체야 칭찬하면 한도 끝도 없고 손가락만 아프겠지. 디스토피아라면 요즘의 감시체제(?)의 영향으로 흔히 [1984]가 주로 이야기되지만 역시 오리지널 고전 레전드는 이 쪽이 먼저지요.


* 아웃사이더:소설 주인공이나 실존 인물들 중 아웃사이더(라고 쓰고 중이병이라고 읽는다(…))를 찾고 그런 사람들의 특성을 정리한 비평서이자 철학서.내면의 자아를 찾고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화시키는 내용인데 읽다 내 정신이 달아날 것 같았다. 콜린 윌슨은 소설로만 접했는데 이 분, 상상 이상으로 아스트랄하다.


* 만화의 이해: '만화'라는 매체가 어떤 것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이 형식이 영화, 이야기, 그림 같은 예술과는 어떤 것이 다르고 어떤 의미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해 주는 훌륭한 만화.


*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의 청소년기 이후의 파란만장한 삶의 일대기. 하지만 그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도, 연인에 대한 사랑과, 학문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애정은 계속됨이 느껴진다. (러셀 옹인가. 존잘님들은 다 그런 건가.) 이런 것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끝없이 움직이던, 그렇게 삶은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이 글의 작가가 돌아가신 지금까지도.


2016-03


*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무엇이든 배달해 드립니다',주류점,검은 양복의 사장.사연들이 무궁무진할 것 같고 구미가 매우 당기는 소재지만 이를 이렇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클리셰 범벅에 평면적으로 심심하게 풀어냈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후속을 얼마든지 낼 수 있겠지만 그게 나올 만큼 인기가 있을 지 모르겠다.


* 여왕마저도: 코니 윌리스의 상 많이 탄 단편집.표제작은 전에 단편만 따로 읽고 꽤나 좋아했으나 개인적으로는 표제작만한 작품이 없다. 분명 다 수작이고 재밌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냥, 뭔가 정신사납고 취향이 살짝 아닌 듯…;


* 어두운 여관: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고 불리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안 쳐다봤던(하지만 집에 책은 있었다는 게 함정)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여관 시리즈 연작 단편집.동명의 작가와 범죄심리학자 히무라의 콤비로 숙소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차근차근 추리해낸다.엘러리 퀸의 장단점 모두를 배운 워너비 같은 모습이 소소하고 깔끔하고 친숙하다.


* 결혼과 도덕: 러셀님께서 말씀하십니다.그릇된 역사와 종교에 갇혀서 사랑을 모르고 결혼해서도 불행하게 사는 당신이 불쌍해요. (자기변명같은 부분이 느껴지는건 기분탓.)


* 밸류 프로포지션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이나 [린 스타트업]에서 다룬 캔버스 모델의 상세 버전. 이에 대한 내용을 꼼꼼하면서도 예쁘게 훑고 있다. 서비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 내용대로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


* 기억나지 않음,형사: 찬호께이의 장편데뷔작.좀 작위적이다 싶은 느낌이 들고 메인 트릭(?)은 예상 가능하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꼼꼼히 펼쳐지는 트릭의 변주들과 흡인력이란. [13.67]이 맨 땅에서 나오지 않았구나 싶은 지점들이 분명 있다.


* 인공지능과 딥러닝: 번역이 초반에는 좀 거슬려서 몇 달을 안 읽다가 요즘 웬지 읽어둬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읽었더니 뒤는 그럭저럭 읽을 만 했음. 인공지능과 딥러닝 자체에 대해서는 꽤 쉽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책으로 기본 내용 훑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골라도 괜찮을 듯 하다.뒤의 미래 예상이나 현실의 문제점 같은 경우는 일본 기반인데다가 좀 애매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 정도야 뭐.


*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역사: 엘러리 퀸이 사랑하는, 역사적 의의가 있고, 내용이 훌륭하며, 초판을 구하기 어려운 미스터리 책들의 목록. 물론 소설보다는 재미가 덜하지만 미스터리의 계보를 쭉 훑으면서 훌륭한 책들의 면면을 살펴본다는 데 의의를.


*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가벼운 책이 읽고 싶어서 읽지만 나에게 가벼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아니라 엘러리 퀸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난 나이가 들었지만 조금은 이래도 괜찮아! 레파토리는 이제 정말 지루하다.


* 뮤지코필리아: 올리버 색스 타계 후,'집에 있는 이 분의 안 읽은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산 지 2년은 족히 되는데;) 꺼내 읽은 책. 음악에 관해 사람들이 반응하고 이상반응을 나타내는 사례 및 해석 모음집이디. 다른 책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나만 해도 음악 없이는 불안해서 운전을 못 하는지라 책의 많은 사례가 이해도 되고 그랬다.


* 심연: 하이스미스님은 정말…열등감과 모멸감과 그 사이에 '돌로 머리를 쳤다'같은 문구 훅 집어넣고 그 후 '아무 말도 없이 미소를 지으며,남은 온 힘을 다 해 저주했다'같은 문장을, 정말 아무런 감정의 변화 없이 집어넣으셔…!!!


* 눕기의 기술: 눕는 게 메리트.

눕는 것을 찬양하는 것에서부터 눕기의 역사,다양한 누움,누워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논한다. 한때는 잠없는 삶을 꿈꾼 적도 있었지만, 역시 인간에게 가장 완벽한 자세는 눕는 것이 아닐까.


* 혼자가 되는 책들서평 링크


* 지식은 아름답다: 이미 정보시각화의 좋은 예를 담뿍 알린 [정보는 아름답다]의 후속작. 여전히 아름답고 눈과 머리 모두 즐거워지는 좋은 책.


* 어떻게 죽을 것인가: 예전 [무연사회]라는 책을 읽으며 독거노인의 삶(…)에 회의(?)가 들었단 적이 있다.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이제는 어쨌든 살 만큼은 살 가능성이 많으니,노화와 자아를 어떻게 조화롭게 유지해야 할까, 많은,알 수 없는 생각이 든다.역시 괜히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도 든다.


* 이슬람 전사의 탄생: 근현대의 이슬람 내의 분열부터 현재 IS의 탄생까지를 쭉 다룬 책. 사실 중심인 것은 좋은데 좀 산만한 것은 아쩔 수 없다.이슬람은 사실 그 개념 자체가 생각보다 복잡하여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가 자꾸 생각났다. 같이 읽으면 더 좋았을텐데 지금은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책도 잘 안 읽히는 게 내가 머리가 둔해진건가 싶기도 하다.


* 헬로 데이터 과학추천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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