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지식인의 질문

by 고강아놀자

1969년의 제주는, 마치 아치스(The Archies)의 <Sugar, Sugar> 같았다. 달콤하고, 단순하며, 모든 것이 잘 풀릴 것만 같은 근거 없는 낙관이 섬의 공기 속에 끈적하게 녹아 있었다. 제주 칼(KAL) 호텔의 작은 매장은 기적의 동의어가 되었다. 주말이면 서울에서 온 부유층과 일본에서 건너온 재일교포들이 차를 대절해 한림수직의 스웨터를 사기 위해 호텔로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그것은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머나먼 섬의 이야기였고, 푸른 눈의 신부와 아일랜드 수녀들의 기도였으며, 자신들이 잃어버린 어떤 순수함에 대한 대리 만족이었다.

테쉬폰의 풍경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소녀들의 얼굴에서 더 이상 가난의 그늘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에는 자신들의 노동이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조용한 자부심과 함께 약간의 오만함마저 서려 있었다. 그녀들은 이제 읍내에 나갈 때 가장 좋은 옷을 입었고, 그들의 주머니에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액수의 돈이 들어 있었다. ‘덜컹, 쿵’ 하고 울리던 베틀 소리의 리듬은 이제 서글픈 노동요가 아니었다. 그것은 성공이라는 이름의 경쾌한 행진곡이었다.

하지만 임피제 신부는 그 경쾌한 행진곡의 저 깊은 곳에서,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 아주 작지만 차가운 불협화음이 시작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은 사무실에서, 그 모든 성공의 풍경을 한 걸음 뒤에서,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는 눈으로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창업가였다. 그리고 창업가에게 성공이란, 종종 실패보다 더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성공은 시스템을 경직시키고, 혁신을 멈추게 하며,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 질문은, 가장 예기치 못한 인물의 입을 통해, 가장 날카로운 형태로 그의 앞에 던져졌다.

마을 원로 고봉수의 아들, 고경노. 그는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몇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도와 마을의 이런저런 일에 관여했지만, 어딘가 이 섬의 풍경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이방인처럼 보였다. 그는 늘 잘 다려진 셔츠를 입었고, 어려운 한자가 섞인 말투를 썼으며, 세상을 비스듬히 바라보는 듯한 냉소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임피제가 만들어낸 모든 변화들을, 마치 흥미로운 연구 대상을 관찰하는 사회학자처럼,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늦가을 밤, 경노가 예고 없이 임피제의 거처를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일본에서 가져온 듯한 위스키 한 병이 들려 있었다.

"신부님,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그의 방문은 임피제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언젠가 저 남자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경노를 안으로 들이고, 작은 유리잔 두 개를 내왔다.

두 사람은 툇마루에 앉아, 말없이 위스키를 마셨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간간이 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어색한 침묵을 채웠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경노였다.

"대단하시더군요." 그는 잔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여자들을 모아, 돈을 벌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아버님도 이제는 신부님을 인정하시는 눈치입니다."

그의 말에는 칭찬이라기보다는, 어떤 차가운 분석의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내가 한 일은 별로 없소." 임피제가 대답했다. "그저 베틀 몇 대를 가져다 놓았을 뿐. 나머지는 저 여자들이 스스로 해낸 것이오."

"바로 그 점입니다." 경노는 몸을 고쳐 앉았다.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났다.

"신부님은 베틀을 가져다 놓으셨죠. 하지만 왜 하필 베틀이었습니까? 왜 트랙터나, 혹은 새로운 품종의 씨앗이 아니었습니까?"

그것은 누구도 던진 적 없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이었다.

"소년들에게는 흙을 주셨더군요. 미래를 일굴 땅을요. 하지만 소녀들에게는 베틀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과거의 유물입니다. 아무리 좋은 옷감을 짜낸다 한들, 그것은 결국 낡은 가내수공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신부님의 선한 의도가, 오히려 이 섬의 여성들을 저임금 단순 노동이라는 낡은 틀 안에 가두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기회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근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그저 조금 더 세련된 형태의 온정주의일 뿐일까요?"

그의 질문은, 임피제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내면의 불협화음을 정확하게 건드렸다. 경노는 악역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만의 논리와 신념을 가진, 또 다른 종류의 고독한 인물이었다. 그는 이 섬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의 방식이 임피제와는 달랐다. 그는 이 섬이 낡은 과거의 관습을 벗어던지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진짜 근대'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임피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잠시 동안 침묵하며, 자신의 잔에 담긴 호박색 액체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잘 모르겠소."

한참 만에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근대화가 무엇인지, 진정한 발전이 무엇인지 잘 모르오. 나는 그저, 부산의 어느 공장에서 죽어간 소녀의 이름을 기억할 뿐이오. 그 소녀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리고 이 섬의 다른 소녀들이 왜 그 길을 따라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을 뿐이오."

그는 잔을 들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이것은 낡고 비효율적인 방식일지도 모르오. 하지만 적어도 저 테쉬폰에서 들려오는 베틀 소리가, 도시 공장의 거대한 소음보다는 덜 고통스러운 소리이기를 바랄 뿐이오. 그리고 저 여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짠 옷감을 팔아 번 돈으로, 자신의 아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더 먹일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오."

그의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고백이었다.

경노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렇군요." 하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세계를 보고 있었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두 개의 평행선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날 밤의 대화는, 임피제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그는 경노의 비판을 통해, 자신이 만든 시스템의 명확한 한계를 보았다. 한림수직은 소녀들에게 '생존'을 주었지만, '성장'을 주지는 못했다. 그들이 짜는 옷감은 훌륭했지만, 그것은 그저 섬 안에서 소비되거나, 헐값에 육지 상인들에게 팔려나갈 뿐이었다. 경노의 말대로, 그것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섬 안에 갇힌 우물 안의 산업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시스템을 다음 단계로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했다. 외부 세계와의 연결,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는 방법.

그는 책상 서랍에서, 양순덕이 처음으로 완벽하게 짜냈던 그 옷감 조각을 꺼내 만져보았다. 그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 속에서, 그는 어떤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옷감이 아니다. 이것은 한 소녀의 상처와, 치유와,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물건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 자체를 팔 수는 없을까. 이 제품에, 세상의 그 어떤 공장도 흉내 낼 수 없는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을까.

그의 시선이, 책상 위에 놓인 낡은 한국 지도 위로 향했다. 그의 손가락이 제주도를 떠나, 북쪽으로 한참을 올라가, 한반도의 가장 중심에 있는 도시, 서울의 한 점 위에서 멈추었다. 그곳은 그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상상 속의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이 섬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와, 욕망과, 그리고 기회가 들끓고 있을 터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경노는 그에게 가장 아픈 질문을 던졌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힌트를 주었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

그는 생각했다. 저 서울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이 작은 섬의 이야기를 한번 팔아보면 어떨까. 가장 촌스럽고 투박한 것이, 어쩌면 가장 세련되고 값비싼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하고 무모한 계획이, 마치 안개 속에서 거대한 유령선이 그 모습을 드러내듯,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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