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 준 적이 없다. 생각만 해도 발가벗겨진 기분이 든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모순되게 공존한다. 형편없다는 평가가 두렵기도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들이 알게 되는 것. 내가 얼마나 쓸쓸하고 우울하며 아름다운 사람인지 당신들이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렇기 때문에 쉬이 내 글을 그대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언니가 말했다. 요즘 너무 쓸모없고 시간낭비인 글이 넘쳐난다고. 실용서를 선호하는 언니에게 타인의 일기 혹은 에세이 여행기를 읽는 행위 자체가 시간을 낭비인 듯했다. 언니는 얼마 전 읽은 에세이에 대해 혹평을 하며 현실 도피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포장되어 책으로 나오는 게 별로라고 툴툴거렸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타인에게도 아름다워 보일 수 없으니까. 내가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서 다행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글이 처참하게 부인당한 기분이 들어 위축된 마음으로 내 글은 언니에게 못 보여주겠다고 자조적인 농담은 던졌다. 생각해보면 언니는 내 글을 한 번도 읽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니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겠다.
"출판하거나, 등단하게 되면 보여줘"
울림이 없는 글을 쓰는 평범한 나는 어딘가로 황급히 숨고 싶어 졌다. 평범한 글, 투박한 문장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시간 낭비가 되는 무엇인가를 세상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나. 이 문장의 조각들이 결국에는 한 줌의 재가 될까 무섭고 두렵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나는 자신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단어와 단어 그리고 문장과 문장을 힘겹게 이어 나가는 것뿐. 그래서 어제보다 나은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 그뿐 일 텐데. 왜 이리 용기가 나지 않는지. 슬프게도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