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짐

by 튼튼한 토마토

회사를 그만두고 나는 많은 것들과 멀어졌다. 간간히 걸려오던 헤드헌터로부터의 이직 제의, 일요일 밤과 월요일 아침에 찾아오는 고통스러움, 5년 동안 일했던 업계의 트렌드, 월말 실적 달성률에 대한 압박감. 그런 사소하지만 나의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그런 것들이 내 삶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삶에서 그런 것들이 사라진 나는 한가로운 시간을 부유하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이제는 확실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요즘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지금의 나는 스무 살의 나 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었는지 그런 시시하고 또 시시한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근래에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무서워졌다. 고작 삼십 년을 살았을 뿐인데 세상의 진리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 쉽게 사람을 판단하게 되고 가르치려고 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몸을 사리게 되었다. 내가 상상했던 '좋은 어른'의 모습에서 너무나 멀리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실망한다. 좋은 어른은 어떻게 될 수 있는 걸까. 회사에 아주 드물게 있었던 좋은 어른들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진이나 편안 회사생활 이런 것들을 포기해야 했었을 텐데, 어떻게 그것들은 포기하고 웃을 수 있었을까 싶다. 지켜야 할 가족들과 후배들 직업윤리 그런 것들 사이에서 몇 번이나 흔들렸을까. 하지만 현실은 냉혹해서 좋은 직장 선배들은 승진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첫 번째 회사생활의 멘토였던 분을 만나서 커피를 마셨다. 근황을 물어보는 그분의 질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긴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는 말을 건넸다. 조금 놀라시더니 멋있는 결정이라고 응원해 주셨다. 너는 성실하고 뭐든 빨리 잘 배우니까 다녀와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따듯한 격려를 해 주셨다. 참 감사하고 힘이 되는 말이었다.


상황과 관계없이 무조건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순간에 따듯한 격려를 해 줄 수 있는 사람 중 좋은 어른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우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