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여행기
< 페루, 와라즈 >

@ 고산지대에 적응하는 우리들의 자세

by 태오
DSC03745.JPG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남미를 여행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곳, 와라즈.


와라즈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만큼 혹독한 고행의 길을 견디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나마 가까운 리마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경우는 8시간이면 가능하지만, 나처럼 에콰도르에서 넘어오는 경우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에콰도르 과야길에서 버스에 발을 올린 지 33시간만에 와라즈에 도착했다. 저녁 9시에 출발한 버스는 국경을 넘어 다음날 오후 2시에 치클라요에 도착했고, 곧 이어 오후 4시에 출발한 버스는 저녁 9시에 트루히요에 도착했다. 운이 좋게도 한 시간 뒤인 10시에 잡아탄 버스에서 눈을 떠보니 새벽 6시의 와라즈였다.

와라즈는 생각보다 아주 쌀쌀하다. 멋모르고 민소매 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갔다가 와라즈의 새벽공기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서버렸다. 리마나 과야길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든다. 여기에 비까지 내리는 날이면 ‘얼음이 없는 겨울왕국’처럼 온 동네에 냉기가 감돈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고산에 머리가 어지러울 땐, 약도 좋지만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제일이다. 사람들이 와라즈를 찾는 이유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자연을 보기 위함인데, 그들은 와라즈 시내보다도 훨씬 더 높은 곳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다. 빙하로 유명한 ‘파스토루리’의 경우는 해발 5200미터, ‘69호수’의 경우는 해발 4600미터에 위치해 있다. 내가 방문했던 ‘파라마운트’도 해발 4200미터였다. 게다가 별다른 이동수단도 없이 맨몸으로 그곳까지 걸어 올라가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내에는 우리들의 체력을 보충시켜주고 컨디션을 올려주는 먹거리가 가득하다. 중심가 부근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도 있지만, 조금 떨어진 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골목마다 작게 마련된 식당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쪼그려 앉아 먹어도 좋고, 받아 들고 걸어가면서 먹어도 좋다. 셰비체나 뽀요(닭고기)는 굳이 식당에 가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좋은 요기거리가 된다.

DSC03746.JPG
DSC03748.JPG


시장에 가면 단돈 천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과자나 빵 종류도 풍부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과일! 남미에 와서 과일을 먹지 않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열대과일들은 매일 먹어도 절대로 질리지 않는 최고의 선물이다.


특히 망고의 경우는 보통 1kg에 1.5~2솔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돈으로 겨우 500원 정도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달콤하기 때문에 절대 후회가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간혹 가다가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통 3개에 2솔에 살 수 있었지만, 계산할 때 20솔을 요구하는 장사꾼도 있었다. 자칫 “망고 세 개에 6천원이면 괜찮은데?”라며 우리나라의 물가로 생각하는 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이렇게 잘 먹어도 컨디션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중앙공원에 앉아 한가롭게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DSC03889.JPG 청명한 날, 공원에서 쉬고 있는 와라즈의 시민들


고산병에 좋은 코카차를 마시거나 달콤한 당분을 보충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와라즈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기 때문에 조용한 곳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도록 하자.

DSC03891.JPG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