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알코올 중독자 아빠와 나의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고, 생각에 없던 블로그도 우연히 열게 되었다.
어쨌거나 내 인생을 기록하고 싶고 나를 들여다보고 싶고 삶을 더 잘 일궈가고 싶은 욕심에 시작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나와 싸운다.
혹자는 내 포스팅을 보고 아빠를 폐쇄병동에 입원시켜 놓고 캠핑을 가고 쇼핑을 해? 세상 태평해 보이는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알코올 중독자 아빠는 여전히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전화를 걸어 퇴원을 요구하고 있고,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문제를 남겼으며,
언제 퇴원을 시켜야 하는지? 퇴원한 후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나 자신에게 끝없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열중하는 한 가지는,
알코올 중독자 아빠의 인생과 내 인생을 분리시키는 일이다.
첫 번째 입원에서 미치도록 괴로운 퇴원요구를 견뎌낸 노하우로 입원을 시키자마자 할머니는 휴대폰 번호를 바꾸셨고, 나는 병원에서 알려준 병실 공중전화번호를 입력해두고 수신거부를 해놓았다.
온 가족이 전화를 받지 않는 초강수를 뒀냐고?
그건 아니다. 누군가는 아빠와 소통을 해야 하니 나는 선택적으로 통화를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가 지치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이 아빠를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에만 수신거부를 해제해놓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아이들 등교시킨 후 출근하기 전까지 2시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아빠는 평일, 주말, 오전, 오후 가릴 것 없이 전화를 하고는 있다. 특정 전화번호를 수신 거부해 놓을 수 있는 기능에 감사한다. 첫 번째 입원 시절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두 귀를 손으로 감싸고 괴로움에 몸부림쳤던 기억이 아직도 여전하다. 나는 더 이상 괴롭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보다 많이 강인해진 것은 아니다.
그저 반복되는 루틴에 익숙해져 대비할 수 있게 된 것뿐... 아빠와의 통화 한 번에 나는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한없이 마음이 괴롭다.
그럼에도 내 인생은 살아야 하기에 아빠에 대한 문제에 너무 몰두해서 어두운 기운에 젖어들지 않도록 주의한다.
설거지하다가도 운전을 하며 차창 밖을 보다가도 아빠 생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땐 아빠 생각은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고 고개를 휙휙 저은 뒤 이제 내 인생을 보자!라고 주문을 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아빠 다이어리>를 펼치고 아빠에 대한 기록을 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면서 다이어리를 적을 동안만 아빠 생각을 하자 할 때도 있다. 일정 시간 동안만 아빠에 대한 시간을 할당해놓고 다이어리를 덮는 순간 나는 레드썬! 아빠를 잊으려 한다.
이런 사소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내 삶을 살 수 있다.
알코올 중독 때문에 가족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이 고통은 죽어야 끝난다고들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