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샘추위 Jul 14. 2022

 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25 내 결정은 과연 옳은 것인가?


오늘 근무 중에 문자를 한 통 받았다

[○○병원입니다. 시간 날 때 전화 주세요]


병원에 가족을 맡긴 보호자는 이런 문자가 반가울 리 없다

아니 덜컥 겁이 났다.

어디가 아픈가?

끈질긴 퇴원요구에 지쳐 요 며칠 전화를 안 받고 있었는데 아빠가 단식투쟁이라도 하고 계신 걸까?

또다시 무거운 고민들이 나를 물고 놓지 않았다


퇴근 무렵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아보니 아빠가 장기치료가 필요할 것 같단다.

아빠는 환갑도 안 된 나이에 숫자 부분에서 치매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며 인지장애도 일정 부분 보인다 하셨다

그것이 술로 인한 것인지, 뇌경색으로 인해 뇌에 어떠한 문제가 생긴 건지 판단하기 위해 MRI를 찍어봐야 하고 심리검사 및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최종 진단을 내린 다음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진 덕분인지 병원 직원 대동 하에 외부진료를 다녀오겠다는 것.

나는 검사비, 진료비 등등 소요비용은 모두 감당할 테니 가능한 조치는 다 부탁드린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그곳이 정신병원인 관계로 아빠가 타입원 환자들과 지내는 게 힘드신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아빠는 4인실을 쓰시는데 같은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 환자뿐이라 지내시기에 힘든 상황은 아니시며 입원 당시보다 기력을 많이 회복하셨기 때문에 퇴원하시면 무척 술이 당기실 거라 하셨다.


지금도 본인의 병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계시며 담배를 무척이나 찾으신다고 했다.

하루 5개비로 성에 찰 리가 없지.

내가 보기에 아빠는 하루에 담배 두 갑쯤은 거뜬히 피우셨으며 아빠 방은 독하게 찌든 담배 냄새로 잠시 잠깐 들어가 몇 마디를 나누고 나면 숨을 쉬기 괴로워 가슴이 아파질 지경이었다.


아빠가 입원한 지 이제 한 달 반...

조금 더 긴 시간 아빠를 술과 떼어놓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과연 아빠를 계속 입원을 시키는 게 옳은 것인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