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36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몇 년 전 가입을 했다
환자보다는 가족들의 푸념과 넋두리가 가득한 그곳은 막다른 길에 다다른 가족들에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나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이다!라고 외칠 수 있는 익명의 공간을 제공한다.
세상 기가 찬 알코올 중독 가족들의 만행을 고하는 분노 가득한 글들이 매일 끝도 없이 새로 달린다.
똥오줌 못 가리는 어른 가족의 낯부끄러운 고백부터 경찰이 출동한 이야기, 사건사고, 강제입원 절차, 가족의 인연을 끊는 법 ... 벼랑 끝에 선 이들의 글을 보고 있으면 지금의 어려움 너머에 더 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서 덜컥 겁이 난다
알코올중독은 몸의 근육을 빼앗아가고 염증을 일으키고 복수를 차게 하고, 황달을 일으키며 심하면 헛것을 보고 간성혼수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복수가 가득 찬 상황에서도 환자는 술을 마시고 술과 담배에 쪄든 삶 끝에 암 말기 선고를 받고도 술은 끊지 못한다
죽을 지경이 되어서도 술을 마시는 모습에 가족들은 깊은 좌절감과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내과적인 질환과 알코올중독이 더해지면 입원과 치료, 간병조차 쉽지 않다
며칠 전 알코올중독자 가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 글,
수십 년을 알코올중독으로 살아오며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도
불사조처럼 살아나 100살이 되어도 안 죽을 것 같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알중 가족의 죽음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조금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
.......
가족의 죽음을 기다리는 분.... 희망.....
글쓴이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누군가는 폐륜이라 손가락질해도 우리는 알코올중독자의 가족이기에 그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우리에겐 죽음만이 희망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러면서도 글쓴이는 알중이 되기 전 딸바보였던 아빠와의 행복한 기억들이 떠올라 슬프다고 했다.
그렇지만 다시 아빠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지는 않노라고....
이곳의 다른 분들도 어떻게 해서든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이 고통스러운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글을 쓴다
지금이라도 그 길 위에 서서 멈추길!
벼랑 끝에 서 있어도 좋으니 제발 그쯤에서 멈춰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