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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샘추위 May 08. 2024

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51 네 아빠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냐?

할아버지는 내게 물었다.

네 아빠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냐?​

추석이라고 아들, 손자, 며느리, 증손자들까지 모여 북적북적했던 그날 할아버지는 내게 물었다.

나는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게요... 하며 말 끝을 흐릴 뿐.

할아버지의 물음 속에는 자식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 그리움이 묻어났다.

두릅이 한창 새순을 틔워가던 지난해 봄에도 할머니는 싱싱한 두릅이며 나물을 데쳐 말려두었다가 아빠가 퇴원하면 줄 거라 하셨었지

"아빠가 이런 나물 좋아하잖아.​"

"그렇게 속 썩이는데도 아들이 보고 싶어요?"

"안 보이면 허전하고 잘 지내고 있나 걱정되고 그러지.

그래도 아들인걸.​"

알코올중독 아들이 퇴원할 날을 기다리며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짙은 담배연기 자욱이 가득한 벽지를 뜯어내고 도배지를 사다가 도배를 하셨다고 했다. 환해진 방처럼 아들도 이렇게 환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주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노래를 좋아하는 아들이 술과 담배를 줄이려면 뭐라도 낙이 있어야 산다고 노래방 기계까지 사놓으셨다고 했다.

건너 집에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아빠가 그렇게 부러워했다면서.

"외할아버지는 어디 계신 거야? 왜 안 계셔?"

"응... 일이 있어서 어디 좀 가셨어."

아빠는 이날 귀가 제법 간지러웠겠지?

오랜만에 이런 생각이 든다.

아빠가,

보고 싶다.

아빠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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