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버지의 수술과 재수술을 지켜보며

by 스텔라

'월요일 아침 식사 후, 아버지가 아파트 단지 안에 산책하러 나가셨다가,

9시 30분쯤에 바닥 어디에 걸려 넘어지셔서, 왼쪽 어깨 탈구 및 어깨뼈 골절되셨고...

병원 방문해서 탈구는 일단 당일 맞춰 넣었는데, 골절은 수술을 해야 한다 하여

지난 수요일 수술 및 입원하셨다가,

경과가 좋아서 오늘 퇴원하셨음.

수술은 어깨마취+수면으로 진행했었고, 1시간 조금 넘게 걸림.

오늘 저녁 늦게나, 내일쯤 안부 전화 드리셈...'


금요일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될 즈음 남동생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올해 여든일곱이신 아버지가 낙상 사고로 이틀 전에 어깨 수술을 받으셨다고...


그렇지 않아도 며칠 간격으로 각각 세명의 동료 선생님 어머님 또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고 학교 근처 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다녀오면서 연로하신 우리 부모님이 떠올라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었더랬다. 하루가 다르게 노쇄해져 가는 두 분을 보면 세월이 너무나 야속하기만 하고 나도 이렇게 마음이 헛헛한데 두 분은 얼마나 더 나날이 힘드실 까 생각하면 마음이 영 허했었더랬다.


일남 삼녀의 맏형이신 아버지는 명민하신 분이라서 당신이 살아오신 옛이야기를 말씀하실 때면 컴퓨터 같은 기억력과 생생한 묘사로 마치 영화처럼 그 장면이 상상이 되게 매번 정확하게 똑같이 말씀하셔서 남편은 항상 경외심을 가지고 장인어른의 일생을 책으로 써도 좋겠다고 말하고는 했다. 1937년 생이시니 어린 나이에 일제강점기, 6.25 전쟁과 피난을 모두 겪으시고 전쟁 후의 삶도 결혼하여 자리 잡고 오늘에 이르시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기에 그 사연은 정말 극적이고 흥미진진하면서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자식들은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하여 각자 직업을 갖고 생산적인 삶을 살며 사회에 보탬이 되는 어른으로 성장하여 늘 감사한 마음이다.


토요일 아버지 병문안을 가보니 그나마 기운을 차리시고 어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하시는데 얼굴을 뵈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어깨가 아파 잠도 못 주무시고 고통스러우실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3녀 1남 중 막내인 남동생이 결혼 후 첫 아이를 낳으면서 부모님과 합가 하여 함께 살고 있는데 벌써 아이를 셋 낳아 막내가 이제 7세가 되었다. 우리 아들도 두 돌까지 부모님이 전적으로 돌봐주셨었고 남동생도 맞벌이를 하여 부모님이 손주들 돌봄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두 분 편안히 한가로운 노후를 보내지 못하신 것은 죄송하나 남동생네 가족이 함께 모시고 사니 외롭거나 심심할 일 없으시겠고 똑똑한 남동생과 올케가 함께 사는 것이 항상 든든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수술 후 봉합한 상처가 염증이 생기지 않고 잘 아물면 뼈가 붙기를 기다려 6주쯤 후에는 어깨 재활 운동을 하시면 된다 했는데 며칠 후 봉합했던 침을 제거하고 X레이를 찍어 보니 조각나 붙여놓았던 어깨 뼛조각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친 어깨 통증에 불편을 참고 2주를 보냈는데 그 과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하니 아버지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우셨나 보다. 살면 얼마나 더 사시겠냐며 재수술을 안 하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주말에 다시 부모님 댁에 모여 수술을 받지 않으시면 팔을 쓸 수 없다 하니 의사를 믿고 재수술을 받으셔서 회복하셔야 어깨 통증도 좋아지시리라 당부를 드리고 시간이 다 해결해 주리라 아버지를 위로하고 응원했다.

일주일 숙려 하시던 아버지는 다행히 재수술을 결심하시고 이번 수술 후에는 아예 입원하셔서 병원에서 전적으로 치료받으시겠다고 결정하셨다. 말씀은 안 하셔도 입원비가 만만치 않으니 걱정이 되셔서 첫 수술 후 바로 퇴원하신 듯하고 그 바람에 경과가 좋지 않아 재수술을 하는 고생을 하시게 된 듯하여 우리 모두 입원 치료에 적극 찬성하였다.

워낙 나이가 있으시니 재수술을 받고 잘 이겨내셔서 회복하실 수 있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회복을 위해서는 재수술을 받으시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깨에 박았던 나사 일부를 제거하고 묶어서 더 잘 고정하는 수술을 무사히 받으시고 10일 더 입원 치료를 받으신 후 퇴원하여 뼈가 잘 붙기를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이 과정을 잘 견뎌주신 아버지와 그동안 병원 모시고 다니느라 수고했을 남동생에게 정말 감사하고 아무 일 없이 일상을 보내는 이런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깊이 느꼈다. 아무리 고통과 절망스러운 시간도 또한 지나가고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또 일상을 살아가리라. 나이 들어도 마음은 같이 늙지 않고 나날이 늙어가는 몸에 익숙해지지 않지만 오늘이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니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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