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로 이 물음은 모든 사람마다 다 다르다. ​

by Cold books

[책의 시작과 끝]

*책의 시작: 데이비드 조던은 뉴욕주 북부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1851년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시간에 태어났다.

* 책의 끝: 정말로 이 물음은 모든 사람마다 다 다르다.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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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을 제목만 보고 고르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참을 수 있을 수 있었을까요.

책의 제목을 보고 SF 소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의 표지까지도 제 추측을 지지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그냥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제목의 뜻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요.

항상 느끼는 것은 스스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통 책을 중간 정도 읽다 보면 후반부 내용은 정확히 몰라도

어느 정도 흐름은 가늠이 되는 것이 보통인데요.

이 책은 한 페이지 페이지에 집중하게 해놓고,

각 챕터마다 작가는 새로운 방향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 짜인 스토리와 플롯이 존재하는데,

이 점이 내용과 별개로 이 책의 큰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의식의 흐름대로 쓰인 책입니다.

하지만 그 의식은 굉장히 또렷하고 끈질깁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어류 (발견/수집/분류/명명) 학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데이비드라는 인물은 처음에는 경외의 대상이 됩니다.

전 세계를 돌면서, 새로운 어류의 종을 발견함으로써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콜럼버스처럼 보였죠.

그리고 어렵게 수집한 어류의 표본들이 자연재해에 의해

망가뜨려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훌륭한 태도까지 갖춘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데이비드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경외심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데이비드 추종을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는 어류 수집과 분류를 통해 무엇을 얻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어디로 나아가려고 했느냐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처음에는 데이비드의 물고기를 수집하며, 분류하는 열정에 대해,

수집한 물고기 샘플들이 자연재해에 무너지는 걸 겪고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에 대해,

그리고 그 끈기의 근원에 대해 궁금해해다가, 결국 끔찍한 실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데이비드가 실현하고자 하는 세상은 끔찍했습니다.

어류를 발견하는 과정과 본인이 겪은 특정 사건을 토대로

다윈의 진화론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며,

종의 우생학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다양한 어류의 종이 있지만,

어류 중에서는 게으르기 때문에 퇴화하는 종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진화론적인 관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데이비드는 어류 전체를 발전을 봤을 때는

이런 열등한 종들의 확장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이를 인류도 동일하다고 봤습니다.

그 결과 정말 끔찍한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작가는 진실을 마주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자리 잡은

데이비드의 우생학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끼면서, 데이비드를 무너뜨릴 걸음을 다시 한번 내딛습니다.

데이비드가 물고기를 수집하며, 분류하며 쌓아왔던 것들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할 수 있다면?

본인이 그렇게 평생을 바쳐 수집한 물고기라는 종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단순히 물고기는 사는 곳이 물이고, 비늘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물고기들끼리의 공통적인 신체 구조적인 공통점이 없다면?

같은 어류보다는 소의 신체 구조를 닮은 물고기가 있다면?

물고기라는 종이 애초에 의미가 없었던 거라면?

이 책은 과학(진화론), 사회학(우생학), 철학/심리학(자기 기만, 프로이트) 등

여러 학문을 의식의 흐름대로 교류시키다 보니, 결국에는 진실에 도달하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세상을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물고기의 종을 보면서도 우생학을 주장할 수 있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을 보면서 우생학을 생각하고,

심지어 이론을 만들고, 설파하며,

구체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스스로 원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고,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을까요?

데이비드는 혼돈을 견딜 수 없는 인물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질서하게 보이는 어류를 분류하기 시작했고,

어류가 그랬던 것처럼 인류가 퇴화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물론 오류였지만요. 하지만 이 기저에는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학문적으로는 계속해서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학문적 성과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이라는 거대한 혼돈을 어떻게 마주하고,

그 혼돈 속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나아감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저는 호기심, 끈질김, 한 번 더 끈질김, 그리고 받아들임으로 이해했습니다.

작가는 데이비드를 중심으로 책을 썼지만,

우리는 데이비드라는 인물보다는, 데이비드를 대하는

작가를 좀 더 눈여겨보시면 더 큰 울림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마음이 쓰였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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