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_노희경]

우리들의 삶. 우리들의 슬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블루스.

by Cold books

[책의 시작과 끝]

* 첫 문장: 이 드라마는 인생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응원이다.

* 마지막 문장: 모두 행복하세요!



이번 연휴에는 정말 아껴두었던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집을 꺼내 들었습니다.


문득 학교 다닐 때 급식 시간이 생각났습니다.

제일 맛있는 반찬을 나중에 먹으려고 남겨두었는데

친구들이 ‘너 안 먹는구나?’하고 홀랑 뺏어 먹은 기억이 떠올랐고,

누군가에게 홀랑 뺏기기 전에,

어딘가로 사라지기 전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대본집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작가의 시놉시스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보통의 시놉시스는 기본적으로 편집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딱딱한 문어체 일 수밖에 없는데,

노희경 작가의 시놉시스는 구어체처럼

굉장한 리듬감이 있어 쉽게 잘 읽혔고,

덕분에 전체적인 줄거리와 인물의 배경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본집은 기본적으로 대사, 지문, 배경을 담기 때문에 두꺼운 편입니다.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집은 사진 같은 시각적인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 2권으로 되어 있고, 각 400페이지가 넘습니다.


우리들의 블루는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주연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시에 모두가 살아가는 이야기이고,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시간에 따라 어떤 인물을 좀 더 클로즈업하느냐의 선택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갑니다.

드라마에 주연, 조연, 단역이 없든,

인생도 그렇다는 작가의 세심하면서 강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다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지만,

그전에 너무 큰 기저효과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런 큰일을 겪고 나면

작은 일도 너무 크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그럼 너무 힘든 큰일이 차라리 없으면 되지 않을까.

사람 사는 일이 그렇게 될 수 없지만,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될 수는 없지만,

너무 힘든 상황, 너무 큰 고통에 이입되다 보니 마음이 저며왔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소설 보다 더 한 일이 일어나는 게 우리의 삶이고,

소설처럼 활자화되지 않았지만 더 한 삶도 많을 테니까요.

다만 다행인 것은 각자의 이야기는 행복한 쪽으로

방향을 틀어놓고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됩니다.

독자에 대한 배려겠지요.


몇 가지 장면들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일권과 호식이 자식과 본인들의 삶 그 어딘가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

영희가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가 열린 정준의 버스를 담은 장면,

동석이가 동네를 돌면서 동네 어른들과 투닥이면서 삶을 살아가는 장면,

동석과 옥동이 가장 추운 한라산에서 가장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


이병헌 배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동석이라는 인물에 시선이 갑니다.


모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자식이었지만

정작 본인의 부모는 없다고 생각하며 반평생을 살아온 동석.

사업에게도, 사랑에게도 끊임없이 거절만 다한 동석.

그렇지만 사랑받고 있었고, 사랑을 주었던 동석.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 동석.


아이러니하게도 노희경 작가는 이런 동석을 가장 아꼈던 것 같습니다.


'아픈 사람들이 아프지 않으려고 부른 노래'의 의미를 담아,

'우리들의 블루스'라고 표현했는데요.

각자의 삶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드라마의 모든 내용을 담은 최고의 제목인 것 같습니다.


우리 각자의 삶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마음이 쓰였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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