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Status Anxiety)]

불안할 때는 움직여야 합니다. 앞으로든, 뒤로든, 옆으로든.

by Cold books

[책의 시작과 끝]

* 책의 시작: 어떤 동기 때문에 높은 지위를 구하려고 달려드는가?

이 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일반적인 가정이 있는데,

그 가운데도 돈, 명성, 영향력에 대한 갈망이 주로 손에 꼽힌다.


* 책의 끝: 이들 덕분에 우리는 삶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하나 이상의 길,

판사나 약사의 길과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위로와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책리뷰]

대학교부터 알고 지내던 친한 형에게 선물 받은 책입니다.

건축학과에서 경영학과 전과를 하고,

회사 다니다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창업을 한, 세상 무해한 형이라고나 할까요.

저녁 먹고 헤어지기 전에 가방에 넣어준 이 책을

미룰 수가 없어서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에게 알랭 드 보통은 친숙한 작가입니다.

유난히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작가들이 있는데,

알랭 드 보통이 그중에 한 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무신론자를 위한 교양' 등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봤을 베스트셀러들이 수두룩 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잘하는 것은 많은 리서치로 얻은 통찰력을

정제된 표현으로 담백하게 설득한다는 것입니다.


'불안'이라는 책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쓰인 책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에서 꿰뚫고 있는 내용들은

오히려 갈수록 요새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제목은 'Status anxiety'이고, 한국에서의 제목은 '불안'입니다.

책 제목에 '지위'라는 단어는 무척인 어색하고 무겁기 때문에,

'불안'으로 제목을 바꾼 것은 매우 찬성이지만,

책을 한 번에 설명해 줄 수 있는 제목은 원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상태)를 느끼는 원인과 불안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사람들은 과거 어느 인류보다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적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 또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목차에 나와 있는 원인과 해법만 나열하면 이 책의 핵심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때문에

극한의 불안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히 결론을 내려보자면, 알랭 드 보통은

사람들이 왜 불안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굉장한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그에 대한 해법도 제시는 했지만, 제시해야 할 것 같아서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것을 꼽았을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책 내용과 작문에서 이런 것들이 느껴집니다.

원인에 대해서는 확신과 누가 봐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반면,

해법에 대해서는 조금은 산만하며,

해법들끼리도 조화롭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결국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불안을 없애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기에는 굉장한 어려움들이 따릅니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불안은 필수불가결하며,

이를 그나마 경감시켜줄 수 있는 다섯 가지(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를 제시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대안이라기보다는 지난 역사의 흐름을 봤을 때 이런 것들이 조금이나마 불안을 완화 해준 것일 수도 있구요.


저희가 이 책에서 가져가야 할 부분은 불안을 느끼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원시시대, 선사시대, 심지어 중세 시대까지는 불안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물론 삶의 질이 궁핍할 수는 있어도, 궁핍의 원인이 개인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중세 시대의 경우 고된 농부들은 일에 대한 긍지를 가졌으며,

가난하더라도 자괴감을 갖지 않았습니다.

부자로 태어난 귀족들은 사치에 대한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삶은 어디서 태어난 것에 의한 것이지,

본인들이 잘못 살아서 생긴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것

자체를 무능한 사람으로 간주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굉장히 희박한 확률로 가능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갖는 사람에게는 도덕성의 문제까지 제기합니다.


기대는 무한대로 높아지고, 확률은 더 낮아지는 상황이기에

사람들은 지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불안해하고,

지위에 변화를 막으려고 스스로를 억제하면서 불행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미디어와 SNS는 이런 악순환을 더 가속화시킵니다.


시간과 공간의 무한함 앞에서 한낱 인간의 걱정이 무슨 대수일까요.

결국 자신의 불행을 과장 하면서 마음의 불안을 키우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물질적인 것을 배척하라는 것이 아니라,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살아가는 의미를 되돌아보고,

인정받을 주체를 언제든지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스스로. 건강하게.


옛 원시시대에는 원시인들은 사냥을 나설 때 횃불이 필수였는데요.

현대 사회를 살면서 횃불처럼 마음에 담아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봐야 하는 말이 있습니다.

[It's not your fault.]


[마음이 쓰였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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