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 중견기업 이직 / 네버랜드는 없는 건가요
이직하고 첫 월급을 수령했으니 공식적으로 한 달치 출근을 완료했다.
첫 한 달차의 느낌은, 그렇게 좋진 않은데?
새 회사는 장점이 아주 많은 회사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처우도 나아졌으며,
야근이 없고, 업무 역시 내가 원하던 전문적인 영역의 업무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도 15분 가량 단축되었다.
애초에 새 회사에 대한 큰 기대도 없었고,
요소별로 따지면 장점이 많아졌는데 왜 이런지 모를일이다.
심지어 설 연휴에는 난생 처음으로 설 상여라는 것도 받았는데,
나 스스로에게 놀랄만큼 무감각함을 느꼈다.
며칠 전에는 저녁을 먹다가 배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이번 달에 때려치우더라도 놀라지 말아."
배우자는 무척 놀랐다. "그럼 예전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거야?"
"그건 아니야. 그렇지만 이 곳도 아닌 것 같아."
"뭐가 문젠데?"
"성장하는 느낌이 없어."
"뭘 자꾸 성장하려고 해. 좀 쉬엄쉬엄 해."
아니, 전 회사의 대표가
"다 너 성장하라고 이러는거야~"라는 말을
제일 극혐했던 내가 이런 성장충이 되어버리다니...
나는 사실 중소기업이 안맞았던게 아니라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이었던가?라는 생각으로 혼란스럽다.
독을 뿜뿜 내뿜던 복어가 독을 다 뿜고 바람빠진 풍선이 되어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