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on#1

#파뮬러스_이야기

by coldhail

대한민국의 허리 약간 밑에 한 보호소가 있다.

330마리(다 세어볼 수가 없었다.)를 혼자서 돌본다는 중년의 남성은,

내가 처음으로 독대한 보호소 소장님이셨다. 그렇게 2년 정도를 찾아뵈었다.


때로는, 프로젝트로 돈을 모아 드리기도 하고

빚이 있다는 연락에 밤을 새우고 내려가 대금을 치러주기도 했다.

내려가 보니, 그가 말한 빚은 '전기 대금'이었고

'전기'의 주 사용처는 유기동물들이 보호된 방에 달린 여러 대의 cctv였다.

그는 몰랐겠지만, 어린 나의 적금이었다.

그는 그 외에도 전화를 해서 많이 울었고, 보호소 운영에 돈이 늘 부족했다.


보호소는 대중교통과는 한참 떨어진 산골짜기였다.

식당은 한 두 군데, 그 흔한 편의점도 없는 곳이었다.

대전역에서 차로 가도 한 시간이 넘었다.

내가 기부금이 있는 날이면 터미널까지 나를 바래다주었다.

그렇지 않은 날에는, 국도에서 트럭 짐칸을 겨우 얻어 타고 돌아왔던 적이 있다.

차가 안 다녔기 때문에 오래 걸렸겠지만, 두 시간 동안 히치하이킹을 했다.

대전역에 겨우 돌아와 서울로 오는 ktx에서, 나는 어제 못 잔 잠을 몰 아자 댔다.


이런저런 일이 더 있고, 우리는 지원을 끊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개선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 보호소의 재정자립을 꿈꾸던 우리였다.

그러나 그는 재정자립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지원이 익숙하고, 구조가 익숙했다.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우리의 회사가 잘 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묶여 있다가는 우리도 거지가 될 판이었다.


안타까웠다.

그렇게 몇 번 찾아뵈면서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했다.

다음에 더 커서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보호소를 도왔고, 다른 프로젝트를 했다.

3개월 정도 후에 그 소장님으로부터 고소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집에 사람을 보내거나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동안 쓰인 자신의 사진을 다 지우라고도 했다.

[자신을 이용해서 돈 벌었으면서 다른 곳을 돕는 게 '사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돈을 빼돌린 게 아니냐고도 했다.]

실제로 나에게 피해를 준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당당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소장님의 연락으로 모든 것을 잃었었다.

내상을 회복하는 데에는 6개월가량이 걸렸다. 지금은 연락도 못하고, 연락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첫 보호소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 우리가 돕는 대상이 우리를 도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우리는 '특정한 개체'나 '개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데에 집중을 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난 뒤에야,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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