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영웅이다.
일본 영화 I'm a hero.
좀비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는 만화 어시 '히데오'의 이야기다.
킬링타임으로 좋은 영화 정도지만,
나는 한 장면이 인상 깊이 남았다.
히데오가 좀비들을 피해 숨어있던 순간, 피난처는 좀비 바다가 되어버린다.
그때 동료 '야부'의 급박한 울부짖음이 무전기를 통해 들려온다.
'네가 구해줘, 네 힘으로 구하라고!'
그래서일까, 늘 좀비를 피하기만 했던 히데오는 그 순간부터 좀비들을 물리치기 시작한다.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서.
나는 '네가 구해'라는 말이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어려움에 처해있다면, 내가 직접 나를 구하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네가 구하라고.
영화 제목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늘 이름만 영웅이었던 주인공이, 누군가를 구한 순간 정말 '영웅'이 되어 버린다.
(영화 상에서 '히데오'는 英雄(영웅)으로 쓴다고 여러 번 노출된다.)
어쩌면 히데오는 늘 자신의 영웅이었을지 모른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고 (꿈이 만화가다.),
어려움에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며 (만년 어시지만 열심히 노력 중이다.),
나쁜 일은 저지르려 하지 않고 (좀비 사태에도 총포법 위반이라고 총사용을 꺼려했다.),
반 정도 좀비가 되어버린 자신의 동료를 죽이거나, 버리지도 않았다.
'작은 일이더라도 허술하지 않으며, 남이 안 보는데에서라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으며, 실패했다 하더라도 나태하거나 거칠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진정한 영웅이다'
-채근담-
'범인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만 바라고 있다.
영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낸 사람이다.'
-로맹 롤랑-
오늘 아침, 거울 속에 비친 나도 나 스스로의 영웅이 되기로 했다.
나도, I'm a h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