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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hail Aug 11. 2021

브랜드 퇴마록 #6

요소의 작동 그리고 시간

#5 에서는 차별화에 대해 짧게 나눠봤다.

오늘은 요소들의 작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많은 산업 분야 중에서도

특히 '패션'계가 브랜드라는 단어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분야 보다도 경쟁업체가 많이 존재하니

그에 따라 나름의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는 6,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다른 신문기사에 따르면 '무신사'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브랜드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증표라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있는 걸까?

그리고 이 6,000개가 모조리 다 브랜드이긴 한 걸까?


여기서 예제를 한 번 풀어보자.

'ㄱ'씨가 돈을 벌기 위해 24시간 전부터 옷을 만들고 싶어 졌다.

'ㄱ'씨는 통장에서 100만 원을 빼

기성 티셔츠(gildan)를 사고 자신의 이름을 프린팅을 해 50장가량의 티셔츠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럴듯하게 자신의 인스타에 티셔츠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리고 친구들이 50장을 다 사줬다.


이것은 브랜드일까?

의견은 분분하겠지만, 나는 여기서 하나의 기준을 내려보고자 한다.

'지금 브랜드의 요소가 작동되고 있는가?'

#3에서 우리는 브랜드에 브랜드 요소만 있어서는 브랜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에 비유해 알아냈다.

브랜드라는 것이 시체가 아닌 인간으로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로고, 디자인, 창업자, 홈페이지 같은 브랜드 요소 간의 유기적인 작동이 중요하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요소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고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요소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브랜드 그 자체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역할'인가? 목적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아이의 경우 살아있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브랜드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 나름대로들의 방식으로. 때로는 돈을 벌게 할 수도, 팬들을 가슴 뛰게 할 수도, 창업자에게 '선'을 지키도록 할 수도 있다. 브랜드는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고 태동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커지면 커질수록 브랜드가 영향을 주는 범위도 커지고 깊어진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ㄱ'씨의 옷은 브랜드가 아니다.

아직 브랜드 요소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브랜드 요소들의 전문성이나 특이성은 논외로 하자), 요소 간의 작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동이 'ㄱ'씨라는 아이덴티티를 피워내고 확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의 시간은 1시간, 하루 같은 시계 위의 절대적인 개념은 아니다.

실제로 브랜드의 각 요소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내는 시간이다.

브랜드의 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이다.

십 년도 더 걸릴 수 있고, 1초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브랜드'를 작동시키는 시간의 측정과 경영은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짧은 시간 안에 성취(액션)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성취(액션)들은 고객들에게 영향을 줘야 하고, 줄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 내적/외적으로 영향을 줄까?


내적으로 브랜드 요소들이 작동하는 예 :

'ㄱ'씨는 자신이 곧 브랜드임을 자각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기로 했다.

'ㄱ'씨는 자신이 정의된 바에 따라 옷 색상을 골랐고, 로고의 느낌을 바꿨다.

'ㄱ'씨는 룩북의 느낌에 맞춰서 퍼스널 브랜딩을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스타그램 등의 채널을 수정했다.

'ㄱ'씨의 내년 의류도 정해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외적으로 브랜드 요소들이 작동하는 예 :

'ㄱ'이라는 의류 업체를 본 사람들이 'ㄱ'만의 느낌을 인지한다.

'ㄱ'이라는 의류 업체의 팬이 점차 생긴다.

'ㄱ'의 페이드 마케팅에서 타깃이 분명해지고, 전환율이 높다.

'ㄱ'가 유명해지게 될 루트가 분명해진다. 어떤 tv 프로그램에 나가야 할지, 어떤 광고를 타야 할지, 어떤 곳에서 팔아야 할지 까지도. 그렇게 선택과 집중을 더 '옳은'방향에서 하게 될 수 있다.


로고는 네이밍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네이밍 또한 로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로고와 네이밍도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업 자체도 로고와 네이밍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로고와 네이밍이 외부 마케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외부 마케팅 채널(인스타그램- 페이드 광고 등)도 로고와 네이밍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요소들이 서로 닮아가고, 연결되고, 서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외부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

브랜드 요소들이 작동하게 된 것이다.


오래된 업체들 중에서도 단순히 브랜드 요소만 나열해 놓고 있는 업체들이 넘쳐난다.

the red product가 그러하다.

(나는 이 업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빨간색을 통해 다른 브랜드와 접점을 유연하게 만들어내는 것(컬러와 사업방식),

그리고 전설적인 밴드 U2의 리드보컬 보노가 만들어냈다는 창업스토리(비하인드 스토리),

판매 수익으로 에이즈를 퇴치하는 기금을 모은다는 것(임팩트)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세계적인 프로젝트가 지난 15년 동안 5,000억 원 정도밖에 모으지 못했다니.

(참고로, 지난 15년간 네이버 해피빈에서만 약 1,700억 원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브랜드 요소들이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어떤 고객도 빨간색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 이외에 다른 느낌은 거의 받지 못할 것이며

자기 자신이 어떤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느끼지 않고 있을 것이다.(내가 그랬다.)

게다가 홈페이지에서는 아프리카 판데믹 해결을 대문짝만 하게 걸어놓고 있으니,

이게 아프리카 문제 해결 문제를 말하는 건지 에이즈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단순한 브랜드 요소들의 나열 수준은 분명히 넘긴 했겠지만

더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외에도 국내 수많은 스타트업, 중소기업들도 브랜드 요소들을 그저 늘어놓는 수준에서 그친다.

로고도 예쁘고, 디자인도 예쁘고, 비하인드 스토리도 좋은데 브랜드 요소들이 작동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기업 내에 가이드 조차 주지 못하는 수준에서 그쳐버리고 만다.

다 따로 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헛-브랜드 액막이가 필요하다.

역-브랜드 엑소시즘이 필요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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