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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sky Nov 11. 2015

넷플릭스는 유통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한국 상륙을 앞둔 넷플릭스에 대한 10가지 정보




아이폰을 처음 도입할 때, KT가 애플에게 '아이폰 사줄께, 대신 한국 모델에는 WiFi빼줘'라고 했다가 애플이 '젓까 안팔아'라고 말해서 나중에는 '아이폰 좀 팔아주세요'라고 사정하는 모드로 바뀐건 유명한 일화다.

모바일 데이터에 고액의 요금을 물리며 고객을 등쳐먹던, 그리고 스마트폰 이후에도 그 사업 모델을 가지고 가려던 통신사들의 탐욕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이뿐인가? '한국 출시 제품에는 무조건 'WIPI탑재해야함, 안그럼 핸드폰 못팜!'이라는 요구에도 '젓까 안팔아'라는 똥배짱을 부리던 애플 덕분에 법까지 바꿔가며 한국 모바일 생태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WIPI를 퇴출 시킬 수 있었다.

WIPI의 퇴출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전환점이었다.

하나는, 포악한 한국통신사의 갑질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더이상 통신사들에게 굽신거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되었다.

둘. 제작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갈 수 있게 되었다. WIPI 퇴출 이전에는 유통사(라 쓰고 통신사라 읽는다)가 7~8 제작자(라 쓰고 노예라 읽는다)가 2~3의 비율로 수익을 분배 했다면, WIPI 퇴출 이후에는 그 비율이 역전돼서 콘텐츠 제작자가 7, 유통사3의 비율로 수익을 분배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는 더 웃긴 이야기가 있는데, WIPI 퇴출 이전에 제작자가 가져가는 2~3의 수익조차 온전히 그 손에 들어가지 못했다는거다.

이건 콘텐츠 유통 시스템의 구조를 알아야 하는데, 보통 통신사들은 유통 시스템을 만든 후에 그 운영을 외부 업체(운영사)에게 아웃소싱을 준다.

이 운영사는 콘텐츠 수급을 위해 분야별로 또 다른 아웃소싱 업체(메인 프로바이더)를 둔다. 그리고 메인 프로바이더는 콘텐츠를 제공할 진짜 제작자를 물색한다.

간단히 줄이면 '통신사 -> 운영사 -> 메인 프로바이더 -> 제작자'의 구조가 된다. 이런 복잡한 구조도 문제지만 더 기가막힌건, 이들의 수익 구조다.

통신사는 운영사에게 운영비용을 거의 주지 않는다. 대신 콘텐츠 수익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운영사 몫을 챙기게 한다. 밑으로 내려가는 구조도 마찬가지다.

즉 콘텐츠를 1000원에 팔면 통신사가 700원을 가지고 가고, 나머지 300원을 가지고 운영사, 메인 프로바이더, 제작자가 나눠 먹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비율도 마찬가지다. 운영사가 6~7의 비율로 가지고 가면 남은 돈을 메인프로바이더가 5~6을 가지고 간다. 최종적으로 제작자는 나머지 4~5의 비용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럼 이해하기 쉽게 실비용을 넣어 보자.

판매금이 1,000원 이라고 가정할 때,

유통사 : 700원 (1000원의 70%)
운영사 : 180원 (300원의 60%)
메이프로바이더 : 72원 (120원의 60%)
제작자  : 48원 (120원의 40%)

메인프로바이더의 경우 제작자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5:5의 비율로 나누기도 한다.

그래봐야 콘텐츠를 만든 제작자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결국 48원!!! 많아봐야 60원 이었다.
1000원의 4.8~6%... 이것도 그나마 양호한 경우다. 제작자가 콘텐츠의 일부를 아웃소싱할 경우에는 1% 미만까지도 떨어진다.

내가 본 최악의 케이스는 2%대였다.

수십년간 이어온 이런 거지 같은 유통구조를 바꾼게 애플이고, 아이폰이다.

물론 이런 구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대표적인게 음반 시장일것이다. 뭐 일부 스마트폰 콘텐츠 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운영하는 콘텐츠 몰(폰트나 스킨 같은걸 파는)에서는 여전히 이런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다.

카카오 게임도 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비율은 좀 변했겠지만...

애플(구글or 통신사) 스토어(3:7) -> 카카오 게임 (3:7) -> 운영사 (3:7) -> 제작자 or 메인프로바더.... (유통사3 : 프로바이더7로 비율 역전.)

아마 이런 구조로 운영되고 있을거다.

한국은... 내부의 위기의식으로 변한적이 없다. 있다고 해도 그런 소수는 늘 짌밟히고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다시 원래 관행으로 돌아간다.

한국을 변화 시킬 수 있는건, 결국 외부의 충격이다. 아이폰과 같은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강한 충격!!!!

내가 이케아와 넷플릭스에게 그런걸 기대하는건... 너무 큰 욕심일까?

PS. 우버와 에어비엔비가 한국에서 일찌감치 막혀 버린것도, 아이폰에 의한 학습효과였을 수 있다.

손 놓고 있다가 아이폰에 의해 게임의 룰이 바뀌는걸 본 기존 사업자들이, 게임의 룰을 지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였지 않을까?

PS. 할수만 있다면, 정치도 개방했으면 좋겠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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