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녀를 화형 시키는 방법.
김영삼 전대통령이 서거하고, 클리앙에 '네이버 웹툰 작가 서모 씨 흑역사.JPG'라는 글이 올라왔다.
궁금해서 간단히 검색해 봤더니, 나무 위키에 관련 글이 정리되어 있었다.
2.1.7.서나래 작가의 노무현 대통령 추모 조롱 사건
2009년 네이버 웹툰에서 진행된 여러 작가들이 모여 각각 한 편씩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만화를 그리는 릴레이 형식의 故 노무현 대통령 추모 웹툰에서 낢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서나래 작가가 추모하다 말고 난데없이 자기 캐릭터 상품을 홍보하는, 추모는 커녕 조롱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병크를 터뜨려버렸다. 링크. 진정한 '기승전병' 내지는 '기승전광', 아니 이건 그냥 기병병광
해당 화가 올라오자마자 덧글란은 비난으로 폭주, 이에 급하게 해당 화는 삭제되었고 수정본이 올라왔으나 수정본이라고 해봤자 원래 버전에서 노란 옷을 검은 옷으로 바꾸고 약간 편집을 가한 수준이다.
서나래 추종자들은 '저 광고글은 본인 블로그에만 올린 것', '네이버 웹툰에는 검은 복장에 묵묵히 추모한 버전만 올라왔다'고 주장하며 '네티즌들이 단순히 무성의하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였다'는 헛소리를 지껄였다. # 하지만 절대 사실이 아니며, 서나래는 홍보 버전을 원본으로 네이버 웹툰에 올렸다 욕 먹으니까 추모 버전으로 수정해서 올린 것이다.
서나래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안 하고 있다.
-출처 나무위키 '네이버 웹툰 논란 및 사건 사고
여기까지는 그럴려니 했다.
명색이 자칭 타칭 사관이라고 불리는 나무위키 편집자들의 노력을 알기에, 일정 수준의 신뢰는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서나래 작가의 사과문을 접하면 서다.
나무위키에서는 "서나래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안 하고 있다."고 했는데, 공식적인 서나래 작가의 사과문이 있다는 것이다.
이후, 모든 사실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관련 내용들을 시간순으로 천천히 따라가 봤다.
우선 꽤나 심각했던 내용이라서, 공식성을 가진 관련 자료는 거의 없고,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흔적에 집중했다.
2009년 5월 28일 - 서나래 작가 자신의 홈피에 광고글 업로드 - '클리앙' 사본 보기
2009년 5월 29일 - 서나래 자가 네이버에 추모 웹툰 업로드 - 네이버 추모 웹툰 보기
2009년 5월 39일 - 서나래 작가 자신의 홈피 광고글 삭제
2009년 5월 30일 - 서나래 작가 자신의 홈피에 사과문 업로드 - '다음 카페 엽기 혹은 진실' 사본 보기
현재 남아 있는 흔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나무위키에 정리된 내용의 사실 확인이다. 이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서나래 작가의 추모를 가장한 광고글이 네이버 웹툰 추모 공간에 올라왔다. VS 개인 블로그에만 올렸다.
- 논란이 되자 노란색에서 검은색으로만 급히 수정해서 다시 올렸다.
- 서나래 추종자들은 '네티즌들은 단순히 무성의하다고만 지적했다.'고 실드를 친다.
-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네이버 웹툰과 댓글을 가지고 상황을 추적해 봤다.
논란이 된 글은 2009년 5월 28일에 올라왔다.
정확히 몇 시인지는 모르지만, 사과문에 따르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오니 관련 샘플 이미지가 도착했고, 그걸 보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낙관에 찍힌 날짜와 함께, 낙관의 형식이다.
2008년 연재분까지 서나래 작가는 저 낙관을 사용하지 않았다. 추모 웹툰과 같은 해에 연제 된 '나는 어디에 있는 거니'에 처음 사용되었다.
낙관의 형식을 비교해 보면, 네이버에 올릴 때는 '낢이사는 이야기'에 낙관만 찍어서 올리지만,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릴 때는 '날짜와 홈페이지 주소까지 함께 찍어서 올린다.
즉, 저 광고 웹툰은 네이버에서 캡처한 게 아니라 '서나래 작가 개인 홈페이지'에서 캡처했다'는 뜻이다.
'서나래 작가의 추모를 가장한 광고글이 네이버 웹툰 추모 공간에 올라왔다. VS 개인 블로그에만 올렸다.'는 논란은 '개인 블로그(정확히는 홈페이지지만)' 쪽에 더 힘이 실어진다.
두 번째 논란인 '현재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웹툰은 수정본이다'라는 주장도 힘이 좀 떨어진다.
서나래 작가의 추모 웹툰에 있는 댓글을 보면, 첫 댓글이 2009년 5월 29일 새벽 12시 12분에 작성되고 순위 놀이하는 사람 역시 그 시간에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서나래 작가의 추모 웹튼은 그 시간에 업데이트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는 '기존 수정본이 삭제되었고, 새로 글을 파서 올렸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계속 댓글을 살펴봤다.
약 한 시간 사이에 대부분의 댓글들 중에서, 부정적인 표현들은 '뭔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무성의함을 비판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그리고 업데이트 이후 37분이 지난 시점에서 처음 '블로그 안부 게시판'을 언급한 댓글이 올라온다. 이 역시 노골적인 성토라기 보다는, 간을 보는 수준이다.
이게 논란 이후의 수정본이라면... 약 40분 동안 겨우 이정 도 수위의 댓글이 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논란이 되었던 광고 웹툰에 달렸던 댓글 치고는 '심플하다'는 정도 '귀찮아 보인다'는 식의 댓글만 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후 시간이 지나서 14시 26분에 처음 '노란 옷을 벗었다'는 뉘앙스의 댓글이 올라온다.
이를 가지고, '처음 광고 웹툰에서 노란색을 검은색으로만 변경해서 수정본을 올렸다'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지만, 이후 반응을 보면 광고 웹툰의 노란색이 아니라, 원래 캐릭터가 가진 노란색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6시가 넘도록 무성의해 보인다는 반응은 종종 올라오지만, 광고 웹툰에 대한 큰 반감은 찾을 수 없다.
6시가 넘어서 홈페이지를 언급하는 모호한 표현이 보이기는 한다.
이게 원본이었다면, 혹은 원본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논란이 되었던 수정본이었다면 근 18시간 동안 보이는 반응 치고는 너무도 평온해 보이지 않는가?
이후에도 대동소이한 반응을 보이다가 오후 8시를 기점으로 직접적인 성토를 하는 댓글들이 등장한다.
홈페이지 만화를 보고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라는 표현에서부터 장사 속 웹툰이나 그린다는 식의 내용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20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드디어 서나래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를 링크한 댓글이 등장하고, 본격적인 성토가 이어진다.
즉, 추모 웹툰 업데이트 이후 만 하루의 반응을 보면, 논란이 되었던 '광고 웹툰'은 네이버에 업데이트된 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서나래 작가를 까는 사람들도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된 광고 웹툰을 욕하는 거지, 네이버 웹툰에 그런 광고를 올렸다고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즉 위키의 글은 한 개인의 분노에 의해 작성된 마녀 사냥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림을 재탕해 무성의하다고 논란이 된 컷>
여기까지 살펴보면 나무위키에 올라온 글에 대한 논란 부분은 대부분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 서나래 작가의 추모를 가장한 광고글이 네이버 웹툰 추모 공간에 올라왔다. VS 개인 블로그에만 올렸다.
-> 네이버 댓글 정황을 보면, 개인 홈페이지에만 올린 게 확실해 보인다.
- 논란이 되자 노란색에서 검은색으로만 급히 수정해서 다시 올렸다.
->논란이 된 광고 웹툰이 네이버에 올라온 적이 없으니, 그 부분이 수정되지는 않았다.
- 서나래 추종자들은 '네티즌들은 단순히 무성의하다고만 지적했다.'고 실드를 친다.
-> 초기 논란은 그 무성의 함에 대한 지적만 있었다.
이후 개인 홈페이지에 올라온 광고 웹툰이 화제가 되면서, 논란의 방향이 바뀌긴 했다.
-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 지금 원본은 사라졌지만, 공식적인 사과를 한 사본이 인터넷상에 돌아다닌다.
물론, 개인의 공간에만 올렸고, 네이버에는 업데이트되지 않았다고 해서, 서나래 작가의 무신경한 상황인식에 대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 사회적 추모 분위기 속에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숙함이나 실수를 지적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사실을 왜곡하고 확대하며 '공식적인 추모 공간에 그 따위 광고를 올린 사이코페스'취급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이고 마녀 사냥이다. 그것도 다분히 의도를 가진....
제발 그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