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테크 지대로 탄 Notify
그전에 이야기 하나.
페이스북이 뉴스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언론사들과 접촉을 했을 때, 버즈피드는 7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고, 페이스북은 이를 수용했다.
버즈피드가 전달한 7가지 요구 사항은 아래와 같다.
1. 트래픽 측정을 위해 컴스코어와 연동시킬 것
2. 독자 행태 이해할 수 있도록 구글 애널리틱스와 연동할 것
3. 구글 애널리틱스가 모든 콘텐츠에 작동할 수 있도록 할 것
4. 버즈피드의 내부 분석 툴과 호환될 수 있도록 할 것.
5. 인스턴트 아티클을 버즈피드 콘텐츠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할 것.
6. 퀴즈 같은 특별한 형식을 만들 땐 버즈피드와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할 것.
7. 수익 모델
이 요구 사항을 보자마자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이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모바일과 뉴스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높구나' 다른 하나는 ' 페이스북은 이걸 어떻게 구현한다는 거지?'였다.
첫 번째 의문이 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이 리뷰와는 상관이 없으니 넘어가고, 두 번째 의문만 이야기해 보자.
두 번째 의문은 페이스북이 버즈피드 한 회사 하고만 계약을 한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지향하는 건 미국의 주요 언론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언론사를 상대로 이 서비스를 확장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표준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저 요구사항은 모두 구현하면서 표준화를 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문제다.
특히 킴스코어나 구글 애널리스틱과 연동되게 한다는 것은 자사의 중요한 비즈니스의 정보를 경쟁사와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걸 쉽게 승낙했다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
또 다양한 요구가 발생하는 이벤트 프로세서를 모든 언론사와 함께 논의한다(요구는 버즈피드가 했지만, 다른 언론사들도 똑같이 요구할게 뻔하니까)는 것 역시 표준 모델을 만드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근데, 페이스북은 이 모든 조건을 수용했고 구현했다. 어떻게? 최소한의 표준 인터페이스만 만들고 나머지는 브라우저가 각 언론사의 웹을 불러오게 한 것이다.
똘똘하다면 똘똘하고, 용감하다면 용감하다.
그래서 Notify앱에서 보는 레이아웃이나,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는 레이아웃이 동일하고, 기능 또한 같다. (CNN의 경우 레이어 스크립트까지 작동한다;;)
근데, 페이스북의 이런 결정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Paper 앱에서 보여줬던 심플한 레이아웃의 통일된 인터페이스를 기대했는데, 그걸 왕창 깨버리고 중구난방의 난잡한 인터페이스를 보여줬으니 말이다.(충격과 공포의 그지깽깽이)
뭐 이런 과감한 결정 덕분에 인터페이스는 정말 그지깽깽이가 되어 버렸다.
대표적인 게 '공유'버튼인데, 각 언론사 페이지 안에 있는 기사 공유 버튼과 Notify가 제공하는 공유 버튼이 한 화면에 보인다.
웃긴 건, 언론사 공유 버튼을 이용해 기사를 공유하면 페이스북 내에서 바로 볼 수 있지만, Notify가 제공하는 공유 버튼을 사용해서 공유하면 페이스북을 빠져나가 별도의 앱을 실행시킨다는 것이다.(그나마 이 기능은 지금 버그가 있어서, 앱을 설치했음에도 또 앱을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단 그 메시지를 무시하면 페이스북의 브라우저로 기사를 볼 수 있다.)
이러자고 그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한 것인가?
차라리 좀 더 진지하게 협상을 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뭐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이슈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짜 큰 문제는 Notify 앱의 존재 그 자체니까 말이다.
솔직히 난 Notify앱과 다른 뉴스 앱과 비교해 더 나은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난잡한 인터페이스를 고려하면 오히려 더 구렸다.
페이스북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타임라인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두고, 왜 경쟁력이 떨어지는 별도 앱을 만든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바일에서의 뉴스 소비패턴을 완전 잘못 읽은 건가?
모바일에서 뉴스 콘텐츠는 사이드 요리지 메인 요리가 아니다. 물론 SNS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게 뉴스 콘텐츠지만, 이는 같이 웃고 즐기고 분노하기 위한 소통의 수단이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뉴스 콘텐츠 소비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구글이 왜 구글 리더를 포기했는지, 플립보드류의 앱들이 왜 페이스북 앞에서 맥을 못 추는지 뻔히 알지 않는가? 그 서비스들은 단방향 콘텐츠인 뉴스를 메인 요리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단방향 콘텐츠는 설사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쉬이 질려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뉴스라는 콘텐츠를 목적으로 하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다. 뭐 가끔 찾기는 하지만, 그럴 때는 플립보드를 열기보다는 웹브라우저를 여는 걸 선택한다. 왜? 그게 더 빠르고 편리하니까. 근데 그걸 누구보다 잘아는 페이스북이 별도의 뉴스앱을 운영한다고? 그것도 이런 난잡한 인터페이스로?
내가 봤을 땐 빼박캔트한 망테크를 탄 거다.
SNS 이용자들의 집중력은 정말 짧다. 순간순간 관심사가 바뀌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은 그 조루 같은 집중력을 공략한 최고의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임라인 한 공간에 뉴스가 자리 잡으면 최고의 뉴스 서비스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페북이 모바일 뉴스 콘텐츠의 절대 강자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근데... 별도의 뉴스앱이라니.....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