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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신영복 선생님의 '청구회의 추억'을 읽다가 떠오른...

by cold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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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였나? 암튼 학교의 연례행사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단체로 전세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향하는 중에 버스는 잠시 샛길로 빠졌다.

아마도 남한산성이었을 거다. 거기서 잠시 자유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끼리끼리 몰려다녔다.

큰 나무가 있었다. 내 팔을 벌려도 모두 감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우리는 그 나무의 크기에 감탄했다. 누군가 사진을 찍자며 카메라를 찾았지만, 아무도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았다.

그때 근처에서 사진을 찍다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누군가 그 아주머니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자는 의견을 냈고, 또 누군가 용기를 내서 그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사진을 찍어 줄걸 부탁했다.(편지가 나에게 온걸 보면 아마도 그 누군가는 나였을 거다;)

그리고 얼마 후 이 편지와 함께 사진과 필름이 도착했다. 아마 답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이 편지를 간직할 정도로 뭔가 뭉클했는데, 답장을 하지 않은 걸 보면 주소가 없었거나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신영복 선생님의 '청구회 추억'을 보다가 문득 이 편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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