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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T 이야기

네이버 웨이브가 둔 신의 한 수 - IrDA

카카오 미니가 놓친, 그리고 네이버 웨이브가 둔 신의 한 수- IrDA

by coldsky

누군가 나에게 네이버 웨이브와 카카오 미니 중에서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난 네이버 웨이브를 선택할 것이다.

그건 네이버 뮤직이 멜론보다 좋아서도 아니고, 네이버 스피커의 디자인이 카카오 미니보다 뛰어나서도 아니다.


내가 네이버 웨이브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단 하나, 'IrDA 출력 센서' 때문이다.


IrDA? 이렇게 말하니까 좀 낯설 거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늘 사용하는 리모컨을 말한다.

리모컨 앞에 붙어 있는 LED 같은 게 IrDA출력 센서다. 여기서 나온 적외선이 TV나 세톱박스, 에어컨에 특정한 명령을 내리고, 그 신호에 따라 가전제품이 작동 한다.


IrDA센서는 새로울 것 없는 인터페이스다 아주아주 오래된 방식이고 구닥다리 중에서도 초 구닥다리 기술이다.

그런데 그 구닥다리 기술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애플 페이나 삼성 페이 같은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이 처음 등장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애플 페이가 나왔을 때만 해도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이 쉽게 자리잡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인프라 때문이다. 애플 페이는 NFC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결제 정보를 주고받는데, 대부분의 상점에는 NFC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애플 페이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만 상점에 NFC 결제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라는 제약이 너무도 컸다.


하지만 삼성 페이는 그런 염려를 단번에 불식시키고, 재빠르게 대중화에 성공했다. 어떻게? NFC와 함께 기존에 있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인프라도 결제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MST를 결제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루프 페이는 따로 검색해 보길)


덕분에 삼성은 인프라에 대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결제 단말기가 보급되는 시간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이제 MST 결제를 통해 시장을 선점해 가다가 애플 페이나 다른 모바일 간편 결제 사업자들이 NFC를 보급하면 그냥 냉큼 올라타기만 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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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네이버 웨이브와 카카오 미니로 돌아와 보자.

웨이브나 카카오 미니 같은 Ai스피커에게 중요한 것은 뭘까? 음성인식? 물론 음성인식은 중요하다. Ai스피커의 핵심 기술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Ai스피커들이 말을 알아듣고 할 수 있는 게 뭘까?

음악을 틀어주고 일정을 읽어 주는 거? Ai스피커는 단순히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가진 비싼 오디오가 아니다. Ai스피커는 스마트 홈을 관장하는 'Home IoT Hub'시스템이다. 내장 마이크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음성 인식 능력을 높인 이유도 그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그럼 이런 스마트 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애플 페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각 소매점에 NFC가 장착된 결제 단말기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각 가정에서 블루투스나 WiFi를 지원하는 스마트 가전(Home IoT)을 구입해야 한다. 적어도 IrDA 센서가 없는 Ai스피커라면 말이다.


하지만 삼성 페이가 루프페이를 통해 기존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Ai스피커에 IrDA 출력 센서가 있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가전제품만으로도 충분히 스마트홈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삼성 페이가 그런 것처럼, 네이버 웨이브는 각 가정에 Home IoT 제품이 보급되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인프라가 갖춰지면 네이버 웨이브는 그 물결에 무임승차를 하면 된다.


그. 래. 서. 카카오 미니에 IrDA 출력 센서가 빠진 게 안타까운 거다.

Ai스피커를 홈 허브가 아닌, 조금 똑똑한 오디오 시스템으로 본 카카오의 그 근시안이 안타까운 거다.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간과한 그 루즈함이 안타까운 거다.


카카오가 택시 기능 추가를 준비하는 것처럼, 시스템 디테일은 업데이트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누락은 새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USB 단자가 달려 있다는 거다. 뭐, 폼은 안 나겠지만 이제라도 관련 액세서리를 준비한다면 그나마 실수를 만회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PS. 이 글은 '음성인식은 도토리 키재기'라는 전제를 깔고 쓴 글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직 실력의 우위를 따질정도로 독보적인 음성시스템은 없는것 같음. 특히 한국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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