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야기

by coldsky

페이스북 류두경님의 사진을 보다가...


중학교 때 꽤나 친한 친구가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는데, 그때는 별로 친하지 않다가 중학교 때 같은 반에 배정되면서 급속히 친해졌다.
단점이라면 입이 좀 험하다는 거였다.
늘 누군가의 뒷다마를 까고 다녔지만, 뭐 당시에는 그 조차도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갔다.


그러다 나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난 왕따를 당했다. 그래도 그 친구는 늘 나와 놀아줬다.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 눈치를 보느라 좀 거리를 뒀지만, 하교 후에는 늘 함께였다.


그 친구가 날 챙겨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학교에서는 늘 혼자였다.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난 도시락을 들고 운동장 구석으로 가서 혼자 밥을 먹었다. 좀 서럽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감정이 복받치고 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내 의자 위에 죽은 쥐가 놓여 있었다. 배를 갈라놔서 피 같은 것들이 의자 위에 가득했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난 처음으로 울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난 쥐를 봉투에 담고, 위자를 복도애 내다 놨다.
그 때 그 친구가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나와 같이 그 의자를 닦았다. 고마웠다.


그 친구는 쥐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난 담임에게 가져다 보여주겠다고 했다. 더 이상 못 참는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친구는 말렸다.
담임에게 이르면 아이들이 더 괴롭힐 거라고 했다. 이번만 참으면 앞으로 자기가 아이들을 말리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가방에 쥐를 넣자는걸 자기가 겨우 말려서 의자 위에 둔 거였다고 했다.
안 그랬으면 내 가방에서 쥐의 시체가 나왔을 거라며, 이번만 참으면 오늘처럼 자기가 좀 막아주겠다고 야속했다.
난 그 말을 믿었다. 쥐를 소각장 소각로에 넣고 교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에도 왕따는 계속되었다. 그 때처럼 잔인한 장난은 없었지만, 왕따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친구는 하교 후에 날 만나서 자기가 아이들에게 너무 심하게 하지 말자고 말했다고 했다.
또 누가 쥐를 가지고 왔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난 그 친구가 고마워서 자잘한 괴롭힘은 참았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고등학교를 갔다.
다행히 거기서는 왕따를 당하지 않았다.
그 친구와는 다른 학교를 갔기 때문에 이후에는 별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과 가까워졌다.


어느 날 중학교 동창이 쥐사건을 전모를 이야기해주었다.
충격적이었던 건 그 쥐를 가지고 온 아이가 바로 나와 친했던 그 친구였다는 거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거기에 어울렸단다. 내 가방에 쥐를 넣자고 한 것도 그 친구였다고 한다. 그 친구는 그냥 넣으면 재미없으니까, 배를 갈라서 넣자고 했단다. 그러면서 손수 배를 갈랐단다.
몇몇 아이들이 반대를 했지만, 그 친구는 결국 배를 갈랐고, 그걸 내 가방에 넣으려고 했단다. 아이들이 나서서 그걸 말렸고, 망을 보던 아이가 내가 온다고 알리자 가방에 넣는 대신에 내 의자 위에 올려놓게 된 거였단다.


내가 담임을 찾아가겠다고 했을 때, 그 친구가 나서서 말렸던 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였지, 날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 거였다. 난 그것도 모르고 그 친구에게 고마워했고, 그 친구는 그렇게 뒤에서 날 비웃었단다.


난 믿지 않았다. 그 친구가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중학교 동장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왕따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같은 고등학교에 온 다른 동창을 만나서 쥐 사건을 물었다. 그 동창의 입에서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저 새끼는 내가 뭔 말을 해도 다 믿으니까... 병신새끼...'


그 친구가 날 표현했던 말이었단다.


그래 난 병신이었다.
그 새끼가 그런 새낀지도 모르고, 날 괴롭히는 놈이 날 도와주는 놈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내가 병신이었다.


그 때 느꼈던 그 배신감과 분노는, 3년간 당했던 왕따의 상처보다 크고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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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수막은 그 친구가 부산시민을 향해 쓴 거다.


'부산 새끼들은 우리가 뭔 말을 해도 다 믿으니까... 병신들'이라는 말을 완곡하게 풀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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