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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슬 Apr 19. 2021

미국의 부스터샷 접종 결정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유

최근 미국 국립알러지감염병 연구소 파우치 소장의 발표로 인해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한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백신을 쟁여둬서 백신 수급을 못 하는 건 1차적인 문제입니다.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더 오래 갈지도 모른다는 뜻이거든요.




우선 배경을 짚어봅시다. 코로나19 대유행은 2019년 말 우한 지역에서 시작되어 2020년 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에 착수한 건 2020년 초이고, 실제로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된건 2020년 말이에요. 즉, 아직 데이터를 장기간 모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단 뜻입니다.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확증이 됐습니다. 백신마다 조금씩 효과는 다르지만요. 문제는 이 백신 효과가 과연 얼마나 지속되냐는 겁니다. 어떤 백신은 한 번 투여로 수십년 보호효과가 지속되지만, 어떤건 아니거든요.




실제로 백신의 보호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백신 접종자들이 실제로 코로나에 얼마나 걸리냐, 백신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코로나에 얼마나 걸리냐를 확인해봐야 압니다만은 이건 역시나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코로나 항체의 양이 코로나 감염을 막는 보호효과와 비례한다는 (약간은 위태로운) 가정을 깔고 항체의 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단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최소 6개월 정도는 보호효과가 지속되는 것 같다는 확인은 됐는데, 실제 데이터를 뜯어본 논문*이 이번 달 초에 나왔습니다.


* 논문 내용은 '이렇더라' 정도의 내용을 담은거라 이쪽 계열 전공자가 아니시면 굳이 볼 필요는 없습니다 (DOI: 10.1056/NEJMc2103916)




그걸 요약하면 아래 그림입니다. 항체량의 변화를 시간에 따라 3가지 방식(그림은 2가지만 가져왔습니다)으로 가져와서 어느 정도의 속도로 감소하는지를 확인한건데요. 그림의 요약에도 나와있듯 젊은 층이 나이든 층보다 항체량이 좀 더 많이 유지가 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연령과 무관하게 2차 접종 후 시간이 지나자 감소하구요.



논문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다행히도 항체 감소속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뎌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감염됐다가 나은 환자들의 항체 농도 변화를 관찰한 연구와 거의 일치한다고 해요. 다만 시간이 더 지났을 때 속도 변화가 없는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하고, "어느 수준의 항체 농도"를 유지해야 "코로나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실제 백신 접종자들의 코로나 감염 데이터나 이런 것들을 확인해보고 "코로나 감염을 예방할 정도의 항체 농도"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오면, 부스터 샷(booster shot)을 맞아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1차 접종 후에는 항체량이 별로 증가하지 않지만, 2차 접종 후에 항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게 보이실 겁니다. 3차 접종을 하면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니 감염 예방을 할 수 있는거죠.



미국 국립알러지감염병연구소 소장 파우치 박사



그래서 만약 미국이 부스터샷을 접종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바꿔 말해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혹은 실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회복되더라도 특정 기간 후에는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백신 접종한 보건의료인이나 고위험군도 재차 접종을 해야 할 수도 있으니, 집단 면역 달성이 매우 어려워진다는 뜻이죠.




만약 미국이 부스터샷을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여러모로 희소식입니다. 미국에서 부스터샷 용으로 비축해둔 백신 물량이 국외로 공급이 될 것이고, 현재 백신 접종자들의 코로나 감염 예방효과도 어느정도는 유지가 된다는 뜻이니까요.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나올 부스터샷 접종 결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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