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네네카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 역시 접종 후 혈전 발생이 일어날 수 있다며 유럽의약품청(EMA)은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경고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혈전이라는 증상, 꽤 생소하실겁니다. 차례대로 간단하게 혈전이 무엇인지부터 얼마나 위험한지까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혈관이 파괴되어 혈액이 외부로 누출되는 게 아니면 '원칙적으로'는 혈액이 굳어 혈전(피떡, 피가 뭉쳐서 떡지는 현상)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이유로 혈관에 상처가 나지 않더라도 혈액의 일부가 굳는 현상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혈전이라고 합니다.
: 최근의 수에즈 운하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다에서 선박이 좌초되는 걸로 해상 물류가 마비되진 않지만, 혈전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 수에즈 운하같은 작은 혈관을 막아버리면 그 부위로 혈액 공급이 안 됩니다. 작은 혈관이 혈액을 공급하는 조직이 괴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는다면 뇌졸중이 생긴다거나, 아예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회복되더라도 장애가 남는 사례들이 있으니 절대 가벼운 질환은 아닙니다.
: 혈전증의 종류마다 다르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특정 종류의 혈전은 인구 100만명 당 2-3명 정도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혈전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자연적으로 분해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서, 보고되는 혈전증 사례는 전체 혈전증 중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악화된 사례들입니다. 어쨌거나 원래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매우 드문 질병이긴 합니다.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영국에서 나온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2,000만명이 접종했을 때 해당 희귀 혈전증이 생긴 사례가 18건이라고 합니다. 백신 접종 후에는 본인의 신체변화에 민감한 상태일지라, 평상시면 넘어갔을 가벼운 혈전증 징후도 보고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자연발생률(평상시 혈전 발생 정도)보다 낮습니다. (100만명 당 2-3명이므로 2000만명은 40-60명이 나와야 합니다)
얀센 백신의 경우 아직 명확한 데이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관련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 FDA에서 접종 중단 및 생산 중단을 지시한 상태입니다. 부작용 관련성을 조사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혈액이 굳는 응고현상에 의해 나타나므로 응고를 억제하는 항응고제를 사용하면 혈전증은 치료가 가능합니다. 특이하고 악랄한 경우는 복합적인 조치(수혈 등)가 필요하지만 이는 특수사례고, 혹시나 뇌 등을 막았을 때는 수술로 혈관을 뚫어줘야 합니다. 엄청 쉬운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고령층 등의 고위험군에서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보단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모든 의약품은 위험 < 이익이면 사용해야 합니다.
① 애초에 드문 질환이고 백신 접종해도 그 수치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 (100만명 당 2-3명)
②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의 질환이라는 것.
③ 현 시점에서 코로나19를 치료/예방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
위의 세 가지를 고려해 한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건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판단합니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연구에 따른 질병청의 결정을 보면 비슷한 결론이 나옵니다.
20대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더군다나 현재는 감염 확률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보니, 20대는 접종하는 것보다 드문 혈전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으니 접종을 중단하고 30대 이상에서는 접종이 조금 더 이득이거나 비슷합니다.
국내의 코로나 감염 확산이 심각해지면 20대의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도 같이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백신 접종의 이익이 백신 접종의 위험보다 훨씬 커지게 됩니다. 코로나 확산 상황이 바뀌면 접종을 재개하는 게 적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