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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슬 Jul 18. 2017

건강기능식품, 정말 효과있나요?

먹어도 알고 먹자

필자는 주변인들로부터 종종 ‘이 영양제 실제로 효과 있는 거냐?’는 질문을 듣곤 합니다. 한국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건 주력으로 판매하는 음식에 대한 ‘효능’을 적어두는 일이 흔하고, 별로 맛이 없는 음식도 ‘몸에 좋다’ 면 꾹 참고 먹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도 무척 관심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 반면에 ‘약을 판다’는 것이 ‘사기 친다’ 거나 ‘등 처먹는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의 관용구로 쓰일 정도로 관련 분야에 대한 신뢰도는 무척이나 낮은 편이죠. 이처럼 건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는 강한데, 각종 건강증진 제품들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없고, 주변에서 ‘OO가 건강에 좋다더라’는 풍문은 종종 듣게 됩니다. 그런데도 막상 구매로 이어지기엔 조금 불안하니, 그나마 주변인인 저에게 여쭤 보시는 거겠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여기에 대한 나름의 답을 드려보려 합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글에 앞서, 우리는 머릿속의 개념 한 가지를 조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통칭해서 ‘건강 증진’이라고 쓰긴 했지만, 여기서의 ‘건강’이라는 것이 도대체 뭘까요? 어떤 분들은 아픈 것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피로감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몸에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이 마구 넘치는 상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파악하기로, 건강기능식품에서의 ‘건강’은 ‘아픈 것이 없는 상태’에 가장 가깝습니다. 다만 의약품과 같이 생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대한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체지방 감소라던가, 피부건강, 면역기능 개선 등의 소소한 것들에서 나름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지요. 먹는다고 몸에서 힘이 넘쳐나고, 피로감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은 무협지에나 등장하지 이 세상에는 없습니다. 이런 관점 유의하시고, 건강기능 식품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우선은 정의부터 알아봅시다. 건강식품? 건강기능 식품? 의약품? 뭔가 말은 다양한데, 일반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엔 정확히 뭐가 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의약품(약)은 질병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것이고,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것이며, 건강식품은 그 어느 것도 입증이 되지 못한 것을 말합니다. 바꿔 말해, 건강해지고자 하는 욕구에 가장 적합한 제품군은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한국에서는 'OO의 효능'이라며 잘 믿기지도 않는 얘기들을 엄청나게 열거해둔 현수막들을 자주 마주합니다. 그에 반해,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본 기억은 쉬이 떠올리시질 못할 겁니다. 이런 현상은 되려 '건강기능식품'이 지나치게 엄격히 관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건강기능식품을 광고하려면 일정 수준의 '기능성'을 인정받은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애매한 문구 정도만 가능하거든요. 가령 '홍삼'의 경우, 식약처에서 공인받은 기능성은 이렇습니다.     


면역력 증진, 피로개선,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흐름, 기억력 개선, 항산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그나마 여기서 '피로개선'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그렇지, 그 외의 것으로 광고를 하기엔 참 애매하거든요. 거기다 앞서 말했듯, 소비자들은 저런 보약(?)을 먹으면 힘이 넘칠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하기에 그에 부응하는 기능도 저것뿐입니다. 그래서 정작 기능을 인증받은 것은 광고를 못 하는데, 긍거도 없는 이상한 '건강식품'들만 광고가 이뤄디는거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천호식품의 '산수유' 시리즈인데, 이건 국가로부터 기능성을 인증받지 못한 건강식품입니다. 물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1. 남성의 발기 기능
2. 성행위 시 지속 기능
3. 여성의 질 수축 기능
4. 성적 흥분·최음(催淫)의 유도 기능
5. 그 밖에 성(性)과 관련된 기능


에 관해서는 기능성을 인정하진 않고 있습니다. 비아그라가 버젓이 판매 중인 상황에서 성 엄숙 주의에 의해 금지되는 것은 아닐 테고, 효과의 평가가 곤란한 것들에 국민들이 헛돈을 쓰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 가까울 겁니다. 저러니까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애매한 문구인 '남자한테 참 좋은데'로만 소구를 하는 셈이죠. 굳이 사 드시겠다는 것을 말리진 않겠지만, 효과가 입증됐었다면 비아그라 급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세계시장에서 떼돈을 벌었을 거란 점을 고려해보시면 굳이 드시고 싶진 않을 겁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야 하는지를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 하냐는 것이 과제로 남는데, 한국 식약처에서도 건강기능 식품에 등급을 매긴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건강기능 식품의 등급분류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질병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 생리활성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 생리활성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3등급은 곧 폐지될 등급이라 논외로 합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한 번 보겠습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물질 등재 현황을 매년 공개하고 있는데요,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등급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개별 원료에 직접적인 등급 표시는 없는데,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국민 편의에 좀 더 무게를 둔다면 그 역시 표기하는 것이 맞겠죠. 2016년 기준 생리활성기능 1등급인 원료는 총 네 가지로,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주는 '칼슘'과 '비타민D' 그리고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과 [황반색소 밀도 유지를 통한 눈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루테인'이 전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의학적 근거가 존재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아직 명백히 입증되었다 보긴 힘드나 그럴 것으로 보기에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죠. 앞서 말한 홍삼 같은 것을 먹고 [피로회복] 등에 기능성 느끼셨다면, 다른 것들도 각자 그 정도 수준의 기능성은 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링크 : 식품의약품안전처 <2016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현황>     



그런데 왠지 한국 것은 잘 믿음이 안 간다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식약처가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하는 부처는 아니지만 겪어보지 못한 분들은 알 도리가 없고, 한국 정부기관의 신뢰도 전반이 낮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 분들을 위한 자료도 있습니다. 2007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품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있는지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결과를 토대로 A, B, C의 grade를 나눴습니다. 한국과 유사하게 A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 것들이며, B는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는 것, C는 기능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것들입니다. 아래의 표는 A와 B만을 각각 기능에 따라 정리한 것인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링크 :  2007 미국 국립보건원의 건강기능식품 근거 분석  

     



뱀발     


사실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건강'은 좋은 식이와 적절한 운동, 알코올이나 흡연 등 건강 위해물질 기피, 그리고 낮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충분한 수면시간이 갖춰지면 달성되기 쉽습니다. 먹는 것이나 운동, 술·담배를 피하는 것이야 개인 수준에서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는 일이다만, 스트레스나 수면시간은 노동자로 사는 이상 본인의 선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죠.     


그런 현실에서 나름의 돌파구로 보약(?) 들을 찾으신다만, 애초에 그렇게 작용하는 약이 없는 것은 논외로 놓더라도, 건강을 위한 제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런 극적인 효과는 나타나기 힘듭니다. 바쁜 삶의 와중에 얻은 꿀 같은 여가시간을 운동에 허비하기 싫은 것은 저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지만, 혈류개선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것보다 하루에 30분씩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게 힘드니 다들 뭔가를 찾으시는 것일 테지만, 기왕 드실 거라면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기능성'에 맞게 찾아서 드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 적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건강기능식품 관련된 광고 규제가 조금 더 느슨해져서, 이웃 시민들이 효과가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이상한 것에 돈을 쓰시는 일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은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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