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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 세우기

목표를 분명히, 평소에 토론을

<목표가 뚜렷해야>

사업계획을 제대로 세우려면 하고 싶은 게 분명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계획을 짜면 어디선가 본듯한, 있는 건 다 있고 없는 건 없는, 술에 술 타고 물에 물 탄 것 같은 흐리멍덩한 사업계획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비판하려고 해도 비판할 것도 없고, 이것저것 다 나열해놔서 안 하는 것도 없고, 딱 뭘 하자는 건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작성자 자신도 핵심이 뭔지 얘기할 수 없는 그런 사업계획이 나옵니다.


사업계획이든 발표회든 끝나고 나면 뭔가 상(像)이 뚜렷하게 남아야 합니다. 발표회가 끝났는데 고개를 끄덕일만한 어떤 게 남지 않으면 실패한 겁니다. 특별한 건 아니어도 충분히 납득이 가고 그럴듯하면 훌륭한 계획입니다.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수단이 뚜렷해야 하며,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뚜렷한 상(像)이 형성됩니다. 뚜렷한 상이 형성되어야 듣는 사람이나 따르는 사람도 납득하고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구분되어야 하고, 시급한 것과 시급하지 않은 것이 구분되어야 합니다.


남더러 뭘 하라고 하지 말고 자기는 어떻게 했는지를 말하라고 했습니다. 사업계획 세우기가 주제니까 저도 제가 생각하는 올해 티쿤글로벌 목표를 한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제 의견입니다. 티쿤글로벌에서는 경영전략회의에서 확정한 것만 공식 결정입니다.


<2017년 티쿤글로벌 목표>

ㅇ 싱가포르향(3월), 한국향(6월), 중국향(9월), 대만향(12월) 서비스를 연다.
ㅇ 먼저 일본발 이용사를 집중 발굴한다.
ㅇ 각 나라마다 자국 쇼핑몰도 입점시켜 각 나라에 대형몰을 만든다.
ㅇ 4/4분기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여 2018년 상반기에 미국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ㅇ 택배박스 오픈마켓을 만들어 이후 아이템 별 오픈마켓의 모델로 삼는다.

<조직과 재원(財源)>
ㅇ 현재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자체 자금으로 이 계획을 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ㅇ 인원 확충은 형편에 따라 조정한다.


이걸 더 압축해서 저는, 2017년 티쿤글로벌의 목표는 '일본발 싱가포르, 한국, 중국, 대만향 서비스를 성공시키기'로 정하고 싶습니다. 이걸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저는 이렇게 정함으로써 회사의 핵심 과제를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일본발 싱가포르, 한국, 중국, 대만향 서비스를 성공시키기'로 하면 뭘 하려는지 아주 뚜렷해집니다.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나중에 평가하기도 좋습니다.


저는 사업계획은 이처럼 목표가 손에 잡힐 듯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이 굵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안 하는 것도 없고 하는 것도 없는 사업계획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하겠다는 건 잔뜩인데 진짜 뭘 하겠다는 건지 분명하지 않은 사업계획이 문제입니다. 그런 계획은 먹을 건 많지만 딱히 먹을 게 없는 상차림과 같습니다. 그런 사업계획은 짠 사람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사업계획을 이렇게 짜면 A4 2장 넘기기도 힘듭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사업계획서가 길면 장황하기만 합니다. 사업계획서가 사업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사업계획서가 장황합니다. 장황하다는 것은 기억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해외직판
철저한 현지화
광고비 증액
대담한 확장(현재 한-일-중-싱 포함 114명)
개발실 확충
사이트 분리와 신규 아이템 발굴
오프라인 영업조직 구축(동경 및 오사카 영업소 설립)
중국 법인 개설(상품 발굴선 다변화)
플랫폼 사업
사업부 독립 추구
끈질긴 이용사 모집 홍보
전언과 나눔
잔업 안 하는 회사, 휴가 볼 때 눈치 안 보는 회사
공개, 개방주의
7년 연속 근무 후 1개 월 유급휴가


이게 티쿤이 한 일들입니다. 이 일을 이루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티쿤은 천우신조로 여기까지 왔다고 늘 말씀드립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한 일이 왜 없겠습니까? 티쿤이 오늘까지 살아남은 데는 확실이 2008년~12 100엔-1500원이라는 유사 이래 보기 드문 엔고 환경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엔고 환경은 그 당시 일본직판에 두각을 나타낸 ㅈ사, ㅁ사에게도 똑같이 주어졌습니다. 똑같은 환경에서 그들은 그 자리에 머물렀고 티쿤은 훨씬 성장했습니다. 이 차이는 우리가 쓴 전략과 정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철저한 현지화만 해도, 티쿤은 2007년도에 이미 일본에 법인을 내고, 일본어 원어민이 고객응대를 했습니다. 이 당시에 이미 완벽하게 현지화했습니다. 지금 티쿤 플랫폼 이용사들이 티쿤 플랫폼을 이용하면서도 현지화에 주저하는 걸 보면 티쿤이 얼마나 일찍 과감하게 현지화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광고비도 2007년에 월 3백만 원 쓰던 걸 2008년에 월 1천만 원, 지금은 월 1억 5천만 원 이상 집행합니다. 영업부도 일종의 마케팅 담당이라고 생각하면 광고 영업비는 훨씬 더 많습니다. 티쿤 정도 규모 회사에서 그 정도 집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담하게 했습니다.


전자상거래 회사가 초창기에 오프라인 영업조직을 만들고, 상품 발굴 기지로 중국 법인을 만들고, 개발 조직을 스무 명 이상 유지하는 것도 웬만한 회사는 못합니다. 티쿤은 인원을 계속 늘리 확장주의를 채택했습니다. 현재 한-일-중-싱에 114명입니다. 잘했냐 못했냐를 떠나서 이런 과감한 정책이 오늘의 티쿤을 만든 건 분명합니다.


조직 내 소통을 위해 전언과 지휘서신을 쓰고 나눔을 하는 문화를 만든 것도 다른 데서 보기 힘듭니다. 최근에 채택한 7년 연속 근무 후 1개월 유급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되는 정책만 나열했지만 하나하나 모두 다른 사람, 다른 회사들은 흉내도 못 낸 것입니다. 티쿤은 남들과 다르게 했기 때문에 티쿤의 특징을 만들었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다 하는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참 어렵습니다. 각 부서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뚜렷한 방침도 일종의 목표고 사업계획의 기초를 이룹니다. 티쿤에는 뚜렷한 마케팅 및 서비스 방침이 있습니다.


오게 하고

사게 하고

(단골이) 되게 하고


이렇게 하면 사업은 확장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싸고

좋고

빠르고

편리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손에 잡히는 사업계획, 목표, 수단, 방법을 마련해야 조직원들이 뭘 해야 할지를 확실히 알고, 힘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꼭 하고 싶은 일과 핵심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 그리고 확신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깊이 생각해야 됩니다. 목표, 수단, 확신이 모두 뚜렷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상, 철학, 비전, 생각이 뚜렷해야 합니다. 평소에 깊이 생각해서 마련해둔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남들이 다하는 것 이상의 사업계획을 낼 수가 없습니다. 자기만의 것, 자기 부서만의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일본직판 분야에서 티쿤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ㅈ사, ㅁ사는 지금도 그때 모습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회사들 비전은 '하는 걸 더 잘하기'였습니다. 티쿤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을 비전으로 가졌기 때문에 계속 성장해서 ㅈ사, ㅁ사를 저 멀리 뒤로 하고 발전했습니다.


이용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뚜렷한 계획과 확신을 가진 이용사는 계속 성장하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하는 이용사는 제자리에서 걸을 겁니다. 그게 뭐가 됐든 색깔이 뚜렷하지 않고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어할 수 있는 계획을 내기>

사업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흔히 매출이나 회원 유치 계획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매출이나 회원 유치수는 내뜻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제어할 수 없는 걸 목표로 잡을 수는 없습니다.


작년 초에 저는 작년 거래액을 18억 엔~20억 엔으로 추정했습니다. 실제는 17억 엔이었습니다. 작년 초에 추정할 때 18억 엔~20억 엔은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걸 감안하면 거의 맞춘 셈입니다. 그런데 연초 추정값은 재작년 월별 거래액에 35%를 증액한 숫자였을 뿐입니다. 이걸 맞췄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올해는 2016년 매출에서 30% 정도를 증액한 정도 + 이용사 늘어나는 걸 감안해서 24억 엔 전후로 잡으면 될까요? 저는 이런 거래액을 목표로 삼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대략 잡아야 하니까 잡는 거지만 맞기 어렵습니다. 설사 맞춘다고 한들 그게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투자를 유치할 때 투자하는 쪽은 향후 3개년 매출과 추정손익계산서를 요구합니다. 그때마다 투자받으려는 사람은 매출목표와 추정손익계산서를 내놓습니다. 그런데 그 추정손익계산서가 맞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요청한 사람도 투자할 때만 요청하지 그 이후 기억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요청하는 겁니다.


앞으로 3년 후 티쿤글로벌 자금이나 손익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오직 신만이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짐작도 못합니다. 제가 짐작도 못하는 티쿤글로벌의 3년 후 손익흐름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요? 전혀 없습니다. 티쿤글로벌만 그런 게 아닙니다. 앞으로 3년 후의 일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티쿤 정도라면 향후 6개 월 정도 흐름은 추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조차 그야말로 짐작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매출을 목표로 삼거나 유치 회원수를 목표로 잡는 건 사람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3개년 추정 손익계산서 강조하고 소중히 여기는 투자자를 조금은 경멸합니다. 되지도 않는 형식주의와 타성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간 사업계획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연간 상세 사업계획서를 짜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저처럼 나름대로 일을 어느 정도 성사시킨 사람도 짜지 못하는 걸 어떻게 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략 굵직한, 그렇지만 확실한 목표만 정하고 상세한 것은 그때그때 대처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한 달 앞도 잘 못보는 판에 연간 계획은 저에게 가당치도 않기 때문입니다. 짤 수만 있으면 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저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어서 아예 안 합니다.


저는 사업계획을 짤 때 제어할 수 있는 목표를 내놓습니다. 2012년에는 '한 달에 한 아이템 출시와 영업소 열 개 오픈'이라는 목표를 세운 적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목표였습니다. 그렇지만 뭘 하겠다는 것인지 만큼은 뚜렷했습니다. 이런 목표를 내세우면 평가할 것도 아주 분명합니다. 물론 제 방식입니다.


제가 낸 목표와 계획은 대개 제어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집행한 결과 거래액이나 매출이 얼 나올지는 전혀 모릅니다만 최소한 뜻대로 해볼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이런 걸 계획으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이 매출이나 손익표를 제시하면 거의 들여다보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그걸 내놓은 사람도 그다지 들여다보지도 않을 거기 때문입니다. 거래액이나 매출을 기억하고 그걸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다만 저는 그 숫자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제어할 수 있는 목표는 자금도 동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사업을 계획할 때 자금 관련 부서와 어느 정도 상의를 해야 하고, 전체 흐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해낼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해내는 것, 이게 사업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티쿤글로벌이 성장했다는 점에서 보면 제어할 수 있는 것만 목표로 삼는 제 방식도 분명히 좋은 점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년 동안 목표 매출을 세운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티쿤은 나름대로 잘 성장해왔습니다. 제 방식은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목표이면서 동시에 수단이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엇을 목표로 한다는 것보다 그것을 이루는 방법, 수단을 마련하는데 더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획은 평소에 세우는 것>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사업계획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고, 목표를 달성할 확실한 수단을 내놓는 것입니다. 되고 안 되고는 대개 신의 영역입니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울 때는 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게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안에서 사업계획 발표회를 해서 큰 논란 없이 한 번에 통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사업계획을 잘 짜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 번에 통과되는 사업계획을 짜는 방법은 사전에 다 통과시켜놓고 발표는 요식으로 하는 것입니다. 연초나 특별한 때 내놓는 사업계획은 그전에 충분히 상의하고 조율하여 합의된 것을 발표만 하는 것이지 구상을 연초에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회의는 통과의례일 뿐, 내용은 사전에 다 발표되고 협의되어야 한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사업계획 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계획은 평소에 조정해서 만드는 거고, 발표회는 평소에 준비되고 협의된 것을 발표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그러면 사업계획은 발표회에서 질문도 없이 통과됩니다.


저는 회의에서 논의하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회의 참석자는 많습니다. 회의 참석자 모두 그 의제에 관심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회의 자리에서 토론하고 논의하면 중언부언하고 헛소리 하고 우기고 과잉 방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몇몇 참석자는 책상 밑으로 카톡 하고 스마트폰으로 뉴스 보고 있기 일쑤입니다. 시간 낭비입니다. 한 안건에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이렇게 다른 의견을 회의 자리에서 조정하고 토론하는 것은 어리석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해서 결론이 내려진들 무슨 힘을 모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어떤 회의든 30분, 아무리 길어도 한 시간 넘게 하는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저 자신이 회의 자리에서 토론하는 걸 극히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는 회의 준비에 열 시간이고 스무 시간이고 씁니다. 전언은 제가 회의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주요한 의제가 있으면 몇 개 월, 혹은 몇 주 전부터 전언이나 생각나눔으로 꾸준히 논거를 제시하고, 의견을 내고, 토론하고, 조율합니다. 그렇게 조율이 끝난 것만 안건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실제 의결할 때면 참석자들이 찬성하는 이유, 반대하는 이유만 한 번씩 이야기하고 매듭짓습니다. 기록은 남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합니다. 제가 이렇게 하기 때문에 회의 자리에서 상황을 파악하려는 리더나 의견을 처음 토론에 붙이는 리더를 만나면 그때부터 저도 카톡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뉴스 봅니다. 날 샌 회의이기 때문이고, 저에게는 시간 낭비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토론하면 되는데, 평소에는 안 하고 회의에 불러놓고 토론하냐는 겁니다. 물론 모든 회의를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게 회의하는 기본 요령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회의를 했다 하면 한 시간 넘어가도록 회의를 이끄는 리더와 일하는 게 정말 힘듭니다. 긴박한 경우라면 모릅니다만.


사업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려는 걸 평소에 뚜렷하게 알리고, 평소에 조율하고, 발표는 매듭용으로만 써야지, 평소에 안 한 이야기를 발표때 하면, 반대하는 이유가 열 가지가 넘고, 궁금한 게 백 가지인데 도대체 어떻게 앉아 있겠습니까?


 '일본을 기반으로 싱가포르, 한국, 중국, 대만향 서비스 개설'이라는 목표는 제가 전언으로 이미 여러 번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목표의 배경과 의미는 따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만약 이걸로 설명회를 하면 참여한 사람은 찬성이든 반대든 할 수 있는데 이럴 때는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찬성하는 의견도 반대하는 의견도 이전에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습니다. 회의도 설명회도 이렇게 하는 것이 참여자를 배려하는 것입니다. 무턱대로 말 오래 들어주는 게 배려가 아닙니다. 진짜 배려는 참여자들이 내용을 충분히 알고 결정할 수 있는 상태에서 회의든 발표회장에 오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사업계획을 평소에 내놓고, 평소에 충분히 조율하고, 발표회에서는 매듭만 짓는 식이어야 합니다. 사전에 충분히 알리면 회의나 발표회 때 뼈대만 말하면 됩니다.


지휘서신과 생각나눔은 이런 걸 하라고 있습니다. 평소에 리더로서 또는 담당자로서 큰 계획을 꾸준히 밝히고, 설득하고 토론하는 수단입니다. 때를 정해놓고 지휘서신과 생각나눔을 쓰지 않으면 꼭 닥쳐서야 사업계획을 짜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형식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스스로 어색한 걸 무릅쓰고 매주 전언을 발표하고, 매주 나눔을 하는 형식을 깨지 않는 이유는 이 형식을 갖추지 않고는 저 스스로도 평소에 의견을 잘 정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그다지 규제하지 않습니다. 각 부서가 알아서 하게 하고, 출퇴근 체크도 안 하고, 보고도 잘 안 받고, 결제도 안 합니다. 휴가를 어떻게 쓰는지 체크하지도 않습니다. 일주일 내내 있어봐야 하는 일이 없을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전언은 꼭 씁니다. 나눔도 꼭 합니다. 가장 중요한 제도와 형식은 유지합니다. 이 형식이 무너지면 내용을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다른 건 다 놔두고 지휘서신과 생각나눔 만큼은 강요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사상, 철학, 계획, 생각을 평소에 조직원에게 그리고 세상에 알리십시오. 제가 여러 번 이렇게 사정하다시피, 때로는 이것도 고과에 반영된다고 협박을 해도 지휘서신이나 생각나눔으로 사상, 철학, 계획, 생각을 충분히 밝히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 상태에서 연초에 내놓는 사업계획은 허식일 뿐입니다. 이런 형식을 깨고 실질을 숭상하는 일은 평소에 잘하기입니다.


평소에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깊이 생각하는 증거와 방법이 바로 지휘서신이나 생각나눔입니다. 제가 전언을 9년 가까이 써오고, 책도 쓰고, 단편 소식도 계속 실으면서 깨달은 것은 매주 글로 정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이번 전언도 쓰면서 느꼈지만 사업계획이라는 주제 하나도 정말 정리하는 게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업계획이라는 주제도 어렵지만 사업계획을 짜는 것도 그토록 여러 번 전언으로 정리를 했는데도 어려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정리하지 않고 사업계획을 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짠 사업계획은 결코 힘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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