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EO전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왜, 어떻게 보고(報告)해야 하나?

[CEO전언 260] 2016. 1. 13. 금요일

보고는 자기를 위한 것
상급자일수록 더 많이 더 자주 보고해야
좋은 보고는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것
보고는 소통이고 대화고 문화

<보고는 자기를 위한 것>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협력을 잘 이끌어낸다는 것입니다. 일은 조직으로 하는 거니까 다른 사람의 협력을 잘 이끌어내는 것은 확실히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협력을 잘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하는 일을 잘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일을 잘 알려주는 것 자체가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열심히 일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하고 전체가 잘 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상황만 잘 알려줘도 다른 구성원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협력을 이끌어내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원래 열심히 도와주려고 하기 때문에 내가 하려는 것만 정확히 알려주면 됩니다.


티쿤글로벌에서 제 의견이 옳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티쿤글로벌 구성원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합니다. 거기다가 선합니다. 회사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합니다. 이제는 이사해서 추억이 되었습니다만, 지난 9년 동안, 상품관리부 구성원들은 엄청난 물량을 좁은 엘리베이터로 사람들 눈치보면서 4층까지 가지고 와서 검수하고 포장한 다음에 다시 1층으로 가져가서 진양상가 바람길을 통과하는 칼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출하해줬습니다. 실사출력물 사업부 역시 그 부피 많이 나가는 지관(紙管)을 4층까지 옮겨두었다가 그걸 다시 일일이 3층으로 가지고 가서 일했습니다. 카드정보 분실 사태를 감당해준 임철현 부장과 파견되었던 분들, 또 각 사업부 접수 담당자들, 특히 각 사업부문 고객응대팀원, 경영지원실원, 후가공팀, 플랫폼운영실. 정말 누구 하나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저는 할 수 없습니다. 티쿤은 구성원들 때문에 살았습니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 게 없습니다. 티쿤글로벌 구성원들은 다 알아서 잘 하니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할 게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일선 구성원들은 더 그렇습니다. 이런 구성원들 속에서 그나마 제가 한 게 있다면 회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잘 알린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티쿤 구성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기 일을 했고, 저를 진심으로 지지해줬고, 지원해줬고, 격려해줬습니다. 티쿤은 그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살아냈습니다.


조직의 문제는 대부분 상부에서 목표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거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서 생깁니다. 90% 이상 그렇습니다.  하부 조직은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상층이  회사나 부서 목표를 정확히 제시하고, 상황을 정확히 알리면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목표와 상황을 정확히 알려줬는데도 문제가 많다면 조직이 애당초 잘못 구성되었기 때문인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러므로 조직이 삐걱대고 뭔가 문제가 있다면 상부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습니다. 상부의 가장 큰 문제는 하부에 상황을 정확히 알리지 않는 것입니다. 조직에서 승부는 상부가 하부와 소통하는 노력과 능력에서 납니다.


목표와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게 보고입니다. 보고는 모든 소통의 기초입니다. 저는 보고는 상사들이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게도 보고를 하부가 상부에 하는 걸로 생각하는데 그건 아주 큰 잘못입니다. 조직에서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사람은 상사입니다. 상황을 종합하는 사람도 상사입니다. 영향력이 훨씬 큰 사람도 상사입니다. 대우도 더 잘 받습니다.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상황을 종합할 수 있고 영향력도 크고 대우도 잘 받는 사람이 보고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보고를 부하가 상사에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뭔가 잘못된 일입니다. 저는 상사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사나 리더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열심히 보고해야 합니다. 하부는 언제라도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 열심히 일합니다. 정확하게 목표와 상황을 알려주면 리더가 더 할 일은 없습니다. 어떤 리더는 회의나 보고 그만하고 일을 좀 하고 싶다고 합니다. 바보 같은 소리입니다. 리더는 회의하고 보고하는 게 바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회의나 보고를 통해서 상황을 공유시키고, 비전을 명확히 하고 또 설명하는 게 리더가 할 일입니다. 리더가 실무일을 하면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리더는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해야 할 가장 기본일은 바로 보고입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사람이 스스로 판단해서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말도 유행했는데, 저는 가장 훌륭한 섬김은 역시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는 가장 기본이 보고입니다. 도대체 부하로 하여금 뭘 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게 해놓고는 열심히 일 안 한다거나 일을 잘못한다고 질책하는 건 최악입니다. 저는 부하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거야말로 가장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열심히 보고합니다. 전언(傳言)은 제가 구성원들에게 하는 보고입니다. 전언 말고도 저는 밴드로도 열심히 보고합니다. 저는 티쿤 이용사들에게도 보고하고, 잠재 이용사들에게도 보고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보고는 티쿤글로벌 구성원들이 먼저 볼 수 있게 조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회사가 어려울 때면 어렵다고 있는 그대로 보고했습니다. 구성원들은 저를 지지해줬고, 지원해줬고, 격려해줬습니다. 회사가 성장은 계속했지만 끊임없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때도 구성원들은 저를 지지해줬습니다. 저는 티쿤글로벌 리더로서 조직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리려고 노력했고, 구성원들은 제 보고를 받아들여줬습니다.  저도 잘했고, 구성원들도 잘했습니다. 저는 이게 조직이 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에게 보고는 가장 기본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일선 구성원에게도 보고는 역시 중요합니다. 상사가 자기 일을 잘하려고 보고해야 하는 것처럼 일선 구성원도 자기를 위해서 보고해야 합니다. 보고는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회사원은 능력을 보여주고 인정받고 더 나은 대우를 받고 또 진급해야 합니다. 진급해서 자기 능력을 또 더 키우고, 또 더 보여주고, 또 더 성장해야 합니다. 자기 실력을 보여주는 방법 중 보고보다 효과가 큰 게 없습니다. 특히 티쿤처럼 전조직이 보고를 볼 수 있게 개방해둔 곳에서는 보고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전체로부터 크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티쿤 구성원이 쓰는 생각나눔은 아주 훌륭한 보고입니다. 생각나눔은 다른 사람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자기 사상과 철학과 비전과 계획과 생각을 조직 전체에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이런 수단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다른 건 안 읽어도 생각나눔 밴드에 올라온 글들은 다 읽습니다. 생각나눔 또는 밴드를 통해 보고하면 직속상관의 평가와 관계없이 조직 전체로부터 평가받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나눔이나 밴드를 통한 보고는 매우 공정하게 평가됩니다. 그래서 저는 구성원 개인을 만날 때마다 생각나눔을 자주 쓰라고 간곡히 권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생각나눔을 통하지 않고는 개인의 기량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그렇다면 다른 간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에게도 하부 성원에게도, 보고는 조직 전체로부터 도움을 받아 자기 일을 잘하는 수단이고, 능력을 인정받는 수단입니다. 보고는 남에게 보다 자기에게 더 큰 이익을 반드시 가져다줍니다. 또 그런 보고를 해야 합니다. 보고를 하나 해도 왜 하는지, 어떻게 할지를 깊이 생각하면 그 자체가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보고는 자세히, 자주>

보고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과정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잘 알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보고를 잘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보고를 잘하려면 보고자 자신이 뚜렷한 주관과 목표, 계획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관점, 목표, 계획이 뚜렷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주관, 목표, 계획이 뚜렷하지 않으면 있는 사실조차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목표가 분명해야 지금 해야 할 일, 또 다른 사람에게 알릴 일이 분명해집니다.


목표와 주관이 뚜렷하다고 해도 설득할 수 있게 잘 정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도 고통스럽습니다.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하고, 인과 관계도 파악해야 하고, 논증할 수 있어야 하고, 잘 정리해서 글로 써야 합니다. 생각을 정말 많이 해야 합니다. 이 과정 없이 조직원과 소통하고, 조직원과 함께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물론 구성원이 열 명 정도일 때까지는 말로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열 명만 넘어가면 이미 말로 지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대 군대가 9~10명을 기본 활동 단위로 하는 것은 이 숫자를 넘으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말로 하면 더 쉬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말은 글보다 심하게 부정확합니다. 글로 정리하는 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지만 시공을 달리하는 구성원들에게 정확하게 전하려면 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보고하는 CEO군에 속할 겁니다. 매주 A4 4~6매로 정리해서 보고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렇게 보고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저는 전언 말고도 거의 하루에 한두 건 이상 SNS 기사 형태로 보고 합니다. 기사 형식 단편 보고지만 나름대로 잘 정리한 보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지런히 보고하지만 잘 전하지 못하는 제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지난주에 저는 회사의 목표를 '월경(越境) 전상(電商) 플랫폼 사업'에서 '그 나라에 최대 쇼핑몰 만들기'로 바꾼다는 전언을 발표했습니다. 발표하고 나서 여러 경로로 확인해봤는데 역시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새로운 개념을 이해시키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게 사람의 한계입니다.


저는 논리에 맞춰 설명할 능력이 있고, 글도 꽤 잘 쓰는 사람입니다. 저 정도 되는 사람도 남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알리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어려운데 각급 간부들에게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한계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불완전하나마 보고를 열심히 해서 다섯 명보다 일곱 명, 오십 명보다 칠십 명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면 딱 그만큼 조직이 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지만 부지런히 보고해야 합니다. 저는 불완전하긴 하지만 전언이며 SNS로 부지런히 조직원들에게 보고를 한 게 티쿤을 이나마 키우는데 아주 큰 기여를 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전체 모습을 보여주기>

좋은 보고는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보고자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는 보고입니다. 그러려면 계속 전체 모습을 그려줘야 합니다. 이게 참 중요한데, 보고는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그 부서가 또는 개인이 뭘 하려고 하는지를 알려주는 데 성공하면 보고를 정말 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여러 보고서를 보거나 생각나눔을 읽으면서 답답하게 느끼는 건, 참 많은 보고서가 전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단편 소식 전달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전체상을 보여주려면 한번 보고로는 어렵습니다. 꾸준히 다 방면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사람은 다양한 것을 접하면서 이미지를 생성시킵니다. 집이라는 개념은 사람 사는 집, 개집, 벌집, 개미집, 수달의 집 등 여러 가지 집을 보면서 형성됩니다. 각자가 하려는 일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려면 더 자세히, 더 자주 자기 하는 일을 소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두 번 소개한다고 끝날 거면 저도 매주 전언을 쓸 필요가 없을 겁니다. 전체 모습을 보여주려고 저는 전언도 쓰고 단신도 씁니다. 이렇게 해야 그나마 제가 전하려는 모양을 흐릿하게나마 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정도면 다른 사람도 이 정도일 겁니다.


전체상을 보여주려면 역시 보고자의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그래야 간단한 보고에도 비전을 담을 수 있습니다. 목표를 뚜렷하게 한다는 것은 보고자만 뚜렷하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전달받는 사람도 뚜렷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일주일 단위로 전언으로 전체 방향을 정리합니다. 이렇게 정리하지 않은 어떤 것도 저는 정리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글로 정리하지 않은 것은 저에게 정리된 것이 아닙니다. 자기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저것 보고해봤자 의미가 있기 참 어렵습니다.


제가 리더들에게는 지휘서신을 길게, 자세히 쓰라고 하고, 일반 조직원들에게도 생각나눔을 쓰라고 신신당부하는 이유는 바로 자기 목표를 잘 정리하라는 뜻입니다. 스스로 정리하지 않고, 정리한 것을 평소에 전파해두지 않고는 제대로 보고할 수가 없습니다. 긴 전언을 매주 써놓고도 단신으로 자주 보고하지 않으면 전체 모습을 보여주기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전언을 쓴 게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도 제 의견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게 정말 힘든데 저 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협력해줄 만큼 상황을 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남들이 제가 하는 말을 알아듣게 하려면 우선 전달하는 정보 양이 더 많아야 합니다. 남이 못 알아들어서가 아닙니다. 제가 잘 전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잘 전하지 못하니까 자주, 많이라도 전하는 겁니다.


<보고는 소통이고 대화고 문화>

보고를 왜 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떤 보고가 좋은 보고인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습관처럼 해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사실을 전달하는 건 아주 하급 보고입니다. 의미를 전달해야 합니다. 더 나가서 사상, 철학, 계획, 생각을 전달해야 합니다. 사실을 전달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사상과 철학과 목표와 계획과 생각을 전하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보고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보고를 통해서 자기 사상과 철학과 목표와 계획을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이걸 생각하지 않으니까 자기 사상과 철학과 목표와 계획은 다 빠지고 그다지 의미 없는 보고, 전체와 단절된 보고가 되고 맙니다.


보고를 하나 해도 리더처럼 하기 바랍니다. 누가 리더고 누가 실무자입니까? 리더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리더고, 실무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실무자입니다. 당장은 직급과 직책이 리더와 평직원을 가릅니다만, 궁극에는 리더처럼 생각하고 리더처럼 행동하는 사람과 실무자처럼 생각하고 실무자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갈릴 겁니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입니다. 부서와 전체에 보고를 할 때 방향을 담은 보고를 하면 그 사람이 바로 리더입니다. 언젠가 그가 조직을 이끌 겁니다.


저에게 보고는 대화입니다. 한 명 한 명하고 하지 못하는 대화를 여러 명과 하는 수단입니다.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대화입니다. 좋은 대화법은 '너', '우리'라는 말을 하지 않고, '내 얘기를 잘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좋은 대화는 나를 먼저 공개하는 것입니다.


지금 티쿤구성원들은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생각나눔은 아주 훌륭한 보고입니다. 사건과 사실 보고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각과 감정이 담긴 보고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나눔은 정말 소중합니다. 평직원들까지도 이런 생각나눔을 쓴다는 것은 고맙기까지 한 일입니다. 저는 CEO의 요청을 이렇게 잘 들어주는 여러분이 정말 고맙습니다. 다른 회사 사람들은 평조직원도 생각나눔 쓰는 걸 신기해하기도 하고 무척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생각 나눔이 참 좋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서로 의견을 나누면 안 하는 것에 비해 조직 전체 상황을 훨씬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정보가 교류되고, 집단지성도 높아집니다. 생각 나눔을 쓰는 건 정말 중요한 문화입니다. 수준 높은 조직은 법이나 규율, 제도를 넘어 문화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법과 제도는 최소한입니다. 문화는 위로 끝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조직이려면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의지와 함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언을 바탕으로 한 나눔도, 지금은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지만 정착시키는 동안 꽤 어려웠습니다. 전언이 너무 길다, 나눔 가이드라인 읽는 게 마치 종교 집단 같다, 나는 이런 거 하기 싫다, 일하면 되지 무슨 생활나눔이냐 등등 별의별 저항이 있었습니다. 참 다행스럽게도 티쿤에는 전언을 바탕으로 한 나눔을 적극 지지해주는 간부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금요나눔이 정착되었습니다.


생각나눔도 부사장님과 이상민 실장을 필두로 적극 지지해주고 참여해준 분들 덕분에 조금씩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전언을 바탕으로 한 금요나눔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저항자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나눔을 문화로 만들어 가는데도 마음속에 저항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안 하던 걸 하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그리고 귀찮은 것도 싫어합니다. 지휘서신과 생활나눔을 쓰는 건 아주 귀찮고 짜증 나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절대 안 쓸 거다, 이게 꼭 필요하냐, 쓰고 싶은 사람만 쓰게 하면 된다, 이런 건 강요하면 오히려 안 된다는 의견부터 아예 안 쓰고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안 쓴다고 징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징계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주 분명한 사실은 제 방침에 따른 사람들이 이 문화를 만들어 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직은 CEO가 하자고 하면 불법이 아닌 한 성의를 갖고 따라야 합니다. 티쿤은 이런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간에서 또는 개인이 CEO나 지휘자의 지시나 방침을 임의로 해석하고 거부하는 것은 CEO를 돕지 않는 행동입니다. 결코 그러면 안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한 나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점이 훨씬 많은데, 단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또는 내키지 않는다고, 생각나눔 쓰는 걸 적극 수용하지 않는 것은 확실히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생각나눔은 적당히 강요를 해야만 되는 일입니다. 생각나눔 뿐 아니라 회사 일 대부분은 자율을 바탕에 깔려고 노력하지만 기본은 강요와 지시와 명령으로 이루어집니다. 회사 일 뿐 아니라 어쩌면 인생 전체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회사 각 부서가 어떻게든 생각나눔을 쓰려고 애쓰는 것은 옳은 행동입니다.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적절한 강요가 필요합니다. 아직 생각나눔을 제대로 안 쓰는 사람은 꼭 쓰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두가 좀 더 많이, 좀 더 자주 전체에게 보고하기 바랍니다.


보고는 대화고, 대화하지 않고는 소통할 수 없습니다. 티쿤글로벌 CEO인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소통입니다. 그리고 소통은 대체로 좋은 일입니다. CEO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고, 그 가치가 좋은 것이면 서로 격려하면서 적극 할 일입니다.


보고든, 생각나눔이든 티쿤이 잘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잘 만들어가야 할 소중한 문화입니다. 보고를, 생각나눔을 왜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왜, 어떻게 할지를 깊이 생각하면 지금까지 하던 보고와 다른 보고를 할 수 있게 되고, 그게 쌓일 때 진짜 실력자, 진짜 리더가 됩니다.


글로 쓰기 싫으면 만화로든 표로든 자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고(報告)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