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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報告)

[CEO 전언(傳言) 62회 2012. 3. 16. 금요일 ]

2012년 3월에 쓴 전언입니다.
보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전혀 고치지 않고 싣습니다.
그때 한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보고를 잘 하는 것은 특별하고 귀중한 능력입니다. 보고를 잘 한다는 것은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황을 해석해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책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보고는 상황 파악-해석-대책으로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사건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보고받는 사람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보고를 잘 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보고가 곧 그 사람 실력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그 사람 실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여수룬은 겨우 50명 정도 되는 작은 조직입니다. 이 정도 조직이지만 저는 이미 구성원 개개인의 특징을 정확히 모릅니다. 그 사람의 잠재 능력도 잘 모릅니다. 이 말은 구성원을 정확히 평가하고 대접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저는 회사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별로 바깥에 나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점심도 직원들과 먹으려고 애를 씁니다. 많이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매주 목요일에 리더십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여수룬의 과장 이상 직급자들이 매주 한 명씩 자기가 생각하는 리더십을 이야기함으로써 각자의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왜 자기는 리더십을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자기 삶과 연동시켜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각자의 삶을 자세히 설명하게 되었고, 지금은 삶을 설명하는 것이 더 큰 비중이 되어 버린 상태입니다. 그런데 각 사람의 살아온 과정을 듣다 보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저 사람에게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건가 하는 놀라움입니다. 또 그 사람의 능력을 재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목요 리더십 강좌가 정말 큰 충격입니다. 과장 직급자 이상이면 그나마 평직원들에 비해 조금은 더 알 수 있는 분들인데도 저는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닌 듯합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서로의 진면목을 잘 알지 못하는 듯합니다. 


과장 직급 이상도 이런데 평직원은 어떨까요? 아예 모른다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사람을 안다는 것은 꽤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報告)는자기를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특히 여수룬처럼 내부 관리자 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조직에서는 보고를 통해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고를 보고 그 사람 실력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일하는 모습을 보거나, 그 사람의 상급자의 보고를 통해서도 실력을 파악하지만, 보고서를 통해서 실력을 파악할 때가 많습니다. 직접 드러난 것을 보고, 또 이야기하면서 실력을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보고서를 통한 보고는 구두보고 혹은 대화를 통한 것보다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명확하게 한 사람이 간부로 발탁되는 경우는 일반 회사나 다른 조직에서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거래처에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도 대개 회사에서 능력 있는 사람을 보냅니다. 이유는 말하려고 하는 바를 간결하고, 명확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결하고, 명확하고 정확하게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실력입니다. 사안을 꿰뚫지 못하고는 간결하고, 명확하고, 정확한 보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사안을 꿰뚫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를 잘 하는 것이 그 사람 실력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사람 실력의 상당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험으로도 그렇습니다. 보고를 잘 하는 사람은 실력이 있습니다.


보고를 잘 하기 위해서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연습을 통해서 실력도 늘어납니다.


생각하는 보고

게시판을 읽다 보면 어떤 사람의 보고는 꼭 읽습니다. 그 사람 글이 올라오면 반갑기까지 합니다. 왜냐면 그 사람 보고에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하는 일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현재 부딪히고 있는 장애를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보고만 봐도 그 사람이 하는 일의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보고가 진짜 보고입니다. 


이렇게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의 보고자는 그냥 습관처럼 보고를 하고 맙니다. 물론 다른 부서와 연락하기 위한 보고는 굳이 생각이 들어갈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짜 보고는 해석이 필요하고, 대책이 필요한 보고입니다.

 

가끔 보고를 보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목은 어제 제목과 같고, 전주(前週) 보고서 제목과 같은데 안에 있는 내용은 누구나 다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보고를 보면 화가 납니다. 왜 이런 내용을 꼭 읽어야 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전혀 안 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 제목도 그렇습니다. 일상 보고인 줄 알고 열었는데, 그 안에 시스템 에러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거나, 대형 클레임이 보고된 걸 보는 적도 있습니다. 기절할 것 같습니다.


물론 하나하나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 회사의 의무인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되는 일입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습관으로 일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이런 보고를 하면 찍힙니다. 실력을 인정받기 정말 어려워집니다. 회사에서 승진하기 어렵습니다. 


보고를 하나 하더라도 읽히는 보고를 해야 합니다. 게시판에 제목을 달아도 생각하게 만드는 제목을 달아야 합니다. 물론 늘 있는 일이면 오히려 똑같은 제목을 다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늘 있는 일이어도 누계(累計)를 단다거나 전체 상황을 알 수 있게 처리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혹시 늘 있는 일이 아니면 읽힐 수 있는 제목을 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굳이 게시물을 열어보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제목을 달아주면 더 좋습니다. 매일 하는 일상 보고도 그날 좀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그 특수한 것을 제목에 부제로라도 붙이면 좋습니다.


이것은 친절입니다. 내용을 잘 알 수 있도록 제목을 달고, 내용도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은 친절입니다. 이것도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실, 누구나 알아야 할 특별한 사실을 잘 정리하는 것은 특별한 행동입니다. 특별한 행동은 특별하게 평가됩니다.


그리고 한 게시물에는 한 가지 사건만 담는 것이 옳습니다. 사건이 두 개면 둘로 나눠서 게시하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게시판을 활용하는 것도 달라집니다.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게시물의 가치에 걸맞게 대접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은 이미 습관입니다. 그 자체가 능력입니다. 그렇지만 습관을 바꾸면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늘 하는 일도 좀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쌓여서 사물을 보는 새로운 관점도 생기고, 개선도 하게 됩니다. 실력이 붙게 됩니다.


일부러 눈에 띄려고 행동하는 것은 유치합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보고해서 저절로 눈에 띄는 것은 필요하기까지 한 일입니다.


보고는 조직 활동에서 가장 기본입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보고를 잘 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일은 중요한 일입니다. 보고를 하나 하더라도 정말 생각이 담긴 보고를 할 때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수룬만이 아닙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일을 다른 각도에서 보도록 노력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이 점은 제가 여러 조직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평범해 보이는 일도 고민하는 사람이 다루면 특별해집니다. 답답한 것은 특별한 것조차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과거를 답습(踏襲)하면서 평범하게 만들어버리는 일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지 저도 참 고민이 됩니다.


비전을 주는 보고

저는 여러분이 승진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높은 직위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자기 능력을 나눠주는 것은 칭찬받을 일입니다. 저는 각자가 더 높은 직위로 올라가서 각자가 더 훌륭한 리더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이 멈추면 부모는 괴롭습니다. 늘 다섯 살짜리에 머무르면 부모에게 근심거리가 됩니다. 늘 평직원으로 있으면 회사는 괴롭습니다. 성장을 해야 하는데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약간 난감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건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긴 합니다만, 난감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각자가 제자리에 머물지 말고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리더는 비전을 주는 사람입니다. 비전을 줄 수 있으니까 팀장이 되었겠지만, 팀장이 곧 비전을 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팀원이면서도 비전을 줄 수도 있습니다. 리더는 한자(漢字)로 지도자(指導者)입니다. 저는 이 말이 정말 리더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指)는 손가락을 들어가리킨다는 뜻입니다. 도(導)는 이끈다는 뜻입니다. 손가락을 들어 목표를 가리키고, 사람들을 격려해서 그 목표를 향해 나가게 하는 사람이 리더이고 지도자입니다. 지금은 팀원이지만 실제는 리더일 수 있습니다. 지위로서는 리더가 아니지만, 역할로서는 리더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이후 진짜 리더가 됩니다.


보고는 팀장의 고유권한이 아닙니다. 팀원도 자연스럽게 보고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통해 팀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비전을 줄 수 있습니다. 평직원으로서 보고를 하지만 그 보고 안에 팀이 나가야 할 방향을 담을 수 있습니다. 보고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표를 하나 만들어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팀의 상황과 실적과 나아갈 바를 보여주는 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의미가 풍성하게 담긴 표가 될 수 있고, 그냥 늘 보는 그런 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생각을 한 만큼, 또 그 실력만큼 보고서가 작성됩니다.


회사 경영진은 상황과 의미가 풍성한 표, 또 그런 보고를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비전을 주는 보고와 그냥 그런 보고는 격이 다릅니다. 보면 압니다. 생각을 하는 사람만 비전을 주는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이 없는데 보고서에 생각이 들어갈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 때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의미가 있는 보고서를 쓸 수 있고, 의미 있는 보고서를 쓸 능력이 있어야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정말 평범한 일을 하더라도 방법을 개선하고, 또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서 특별한 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조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보고에도 이것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하는 보고지만, 그 사람이 올린 보고는 꼭 열어보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리더가 됩니다. 그 사람이 올린 일일보고만 보고도 그 조직의 한 달 상황을 알 수 있게 한다면 그 사람은 리더가 됩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인 보고

저도 보고를 합니다. CEO전언은 제가 조직원에게 드리는 보고입니다. 저는 매주 한 번씩 CEO 전언을 씁니다. 솔직히 매우 힘듭니다. 이 전언 때문에 잠을 잘못 잘 때가 많습니다. 이 전언은 목요일 새벽에는 끝내야 합니다. 새벽에 끝내서 번역자에게 넘겨줘야 목요일 오후에 프린트해서 배포할 수 있습니다. 하루 전에 끝내면 좋습니다만 글이라는 게 꼭 막판까지 몰고 갑니다. 안 그러려고 어떤 때는 목요일 아침에 넘겨주자마자 미리 생각한 다음 것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용없습니다. 금요일, 토요일 되면 이미 조직의 현안은 바뀝니다. 그리고 쓴 것이 마음에 안 듭니다. 결국 또 수요일 저녁에 약간 일찍 자서 두세 시에 깨서 마무리합니다. 잠을 망치는 원인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야기합니다. 그렇게까지 안 하고도 잘 되는 회사 많습니다. 사실입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회사가 잘 굴러갈 수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합판 업체 사장들은 그렇게 안 하고도 우리 회사보다 매출에서 열 배 이상 합니다. 인쇄업을 벗어나면 여수룬은 여전히 구멍가게입니다. 이렇게 전언 안 쓰고도 운영만 잘하는 CEO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여수룬에서 제가 CEO 전언 안 쓴다고 꼭 안 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이거 왜 쓰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A4 5~6매 쓰는 것 힘듭니다. 그것도 썼다 파기한 것을 생각하면 그 양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도대체 CEO 전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일까요?


CEO전언은 저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CEO전언을 쓰면서 조직의 CEO로서 저 자신을 정리합니다. 전언을 쓰면서 조직의 현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점검합니다. 조직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할 것을 찾습니다. 전언은 저에게 생각을 하도록 강요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조직의 여러 가지 현안에 저 나름의 관점과 비전을 갖습니다. 전언이 없었어도 여수룬을 지금 정도까지는 운영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전언이 있었기 때문에 저 자신이 확실히 정리가 된다는 그 사실입니다. 제 생각이 정리가 된다는 것은 여수룬에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조직에서도 CEO의 영향은 정말 중요합니다. CEO가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그 여파는 일파만파입니다. 그런 점에서 CEO전언은 저를 정리하는 과정이고, 그 결과로써 조직이 정리되는 과정입니다.


전언이 있기 때문에 할 말도 아낍니다. 당장 지적하지 않게 됩니다. 전언을 통해서 잘 정리해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말이 글로 될 때는 정리가 됩니다. 또 글을 다듬는 퇴고(推敲)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 자신이 정리가 되고, 말도 성급하게 하지 않게 됩니다. 이 과정은 몇 주 전 조직에 관한 전언에 담겨 있습니다. 조직에 몇 가지 문제가 있었을 때 저는 전언을 통해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개개인과 부딪히지 않고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CEO전언을 준비하면 서정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조직 현안에는 제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한번 이상 생각을 했던 사안들이므로 관점은 갖고 있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 수는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CEO전언을 써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히 저입니다.


저는 이것이 CEO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의 삶에 책임이 있는 처지이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의 CEO전언은 다시 활용하지 않습니다. 똑같은 주제여도 새로 씁니다. 왜냐면 조직의 상황과 주변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똑같은 주제여도 해석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CEO전언을 통해 저 자신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기 때문에 우려먹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살지 말고 자기나 잘 하라는 것은 여수룬에서 충분히 통용되는 말귀입니다. 전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언은 결국저 자신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보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장, 혹은 상급자를 위해서 보고하는 것은 이차적인 목표입니다. 자기 삶과 활동을 정리하는 과정이 보고서입니다. 남을 위해서 하면 아무래도 수동적이 됩니다. 경쟁 상대는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정리하는 과정의 결과가 보고인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일기를 왜 중요하다고 합니까?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일기는 남을 위해 쓰지 않습니다. 일기는 자기 자신을 위해 씁니다. 일기를 쓰면 정리가 됩니다. 묵상을 왜 합니까?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자기를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자신을 정리하는 능력이 바깥으로 나올 때는 실력이 됩니다. 보고는 그런 의미입니다. 일기도 꾸준히 쓰면 실력이 늘듯이 보고도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늡니다.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매출, 사업별 현황 등을 꾸준히 기록합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그런 기록이 있어야 제가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CEO인 저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대화 수단으로써 보고

저는 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CEO전언을 씁니다. 그런데 이 결과물은 소중한 소통의 수단입니다. 조직원 수가 열 명을 넘어서면 일일이 대면(對面) 접촉(接觸)해서 의견을 전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사내 방송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만 사내 방송도 원고가 있어야 합니다. 열 명이 넘어서면 보고서는 매우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됩니다.


리더는 생각을 개방해야 합니다. 리더는 다른 사람에게 목표를 가르쳐 주고 이끌고 가는 사람입니다. 무겁든 가볍든 다른 사람의 운명을 조금은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자기 생각을 알려줘야 합니다. 비전을 알려줘야 합니다. 상급자에게도 알려줘야 하고, 동급자에게도 알려줘야 하고, 하급자에게도 알려줘야 합니다. 또 자기가 파악하고 있는 상황도 알려줘야 합니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컷 산꼭대기까지 끌고 와서는 ‘이 산이 아닌가 봐’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지휘자는 가야 할 길을 명확히 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를 것 같은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어설픈 지휘자나 지시와 명령을 앞세웁니다. 군대에서도 진짜 지휘자는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부대의 임무가 적의 진공을 끝까지 막아서 아군의 퇴로를 확보하는 것일 때도 지휘자는 이 임무를 설명합니다. 이것이 진짜 지휘입니다.(생식기로 밤을) 까라면 까는 조직은 어설픈 조직입니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하는 보고는 설득하고, 대화하고, 교육하고, 토론하는 수단입니다. 지시와 명령으로 조직을 통솔하는 것은 전국시대(戰國時代)에도 권하지 않는 일입니다.

상급자가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서 부하들과 대화하는 수단은 정리한 보고서가 제일입니다. 그만큼 기록된 보고가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대화가 풍부한 조직이 대화가 단절된 조직보다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하는 보고만 풍부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급자도 하급자에게 제대로 보고해야 합니다. 


여수룬의 보고 풍토

여수룬의 보고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는 어떤 사람이 올린 보고는 기대를 갖고 읽습니다. 그 보고서는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의 감정까지도 실려 있습니다. 저는 그런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보고서를 보면 그 사람이 이후에 어떤 일을 하려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보고서를 보면 제가 그 사람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도 알 수 있습니다. 보고의 기본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보고의 기본이 무엇입니까? 현상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두 번 째는 해석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용하는 것입니다. 상황 파악-해석-응대 이것이 보고의 정석입니다.


여수룬에서 보고를 이렇게 하고 있는 사람은 정말 극히 드뭅니다.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은 별생각 없이 보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별생각 없이 보고한다는 것은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보고를 아예 안 하는 경우입니다. 여수룬에서 이 상황은 다소 심각합니다. 특히 여수룬에서는 간부들이 오히려 보고를 안 합니다. 


간부는 간부이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좀 더 솔직하고 용감하게 내놓고 검증을 받아야 됩니다. 그런데 간부들이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리더로서는 약간 책임감이 떨어지는 행동입니다. 리더는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 사람입니다.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끌어야 합니다. 설득하고, 교육하고, 대화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구두 보고도 나쁘지는 않지만, 기록으로 남기는 보고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결근자가 있을 수 있기도 하고, 말은 글보다 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말은 또 근거를 남기지도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전언을 쓰면서 여러 번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A라는 주제로 시작합니다. 그 주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쓰다가 보면 쓸 게 없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이미 해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쓰다가 보면 더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게 되어서 주제 자체를 바꾸게 됩니다. 문제가 심화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사람의 생각이 글보다 정교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저는 부서장 혹은 간부들이 자기의 생각, 자기의 구상, 자기의 고민을 글로 보고하기를 바랍니다. 사실 보고하라는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전언을 뒤져 봤습니다. 2010년 8월 25일‘미래 지향의 보고’라는 간부를 향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2010년 9월 29일에는‘구성원 전체를 향한 보고’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을 훑어봤습니다. 그 글들에는 똑같은 호소가 있습니다. 간부들에게 제발 보고를 하라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부들은 여전히 보고를 잘 하지 않습니다. 잘 하지 않는다기 보다 아예 하지를 않고 있습니다.


물론 글을 쓰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장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보고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만큼은 아주 분명합니다. 구두 보고보다 정리된 문서 보고가 훨씬 가치가 크다는 것도 아주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말로 하는 것을 편하게 느낍니다. 당연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정리한 것의 차이는 비교를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글로 하는 보고가 더욱 중요하게 됩니다.

여수룬은 100명, 200명, 1,000명, 2,000명 늘어납니다. 지역도 일본, 미국, 캐나다, 인도, 중국으로 넓어집니다. 말로 하는 보고는 명확하게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부들이 글로 하는 보고를 연습하지 않으면 반드시 한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보고는 자기를 드러내는 과정이면서 조직 구성원과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간부는 자기를 드러내야 합니다. 그걸 통해 조직 구성원과 대화해야 합니다.


일반 조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는 조직에 대한 의무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또 승진하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승진은 연봉과 연동됩니다. 기술은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간부로 성장하려면 기술과 함께 리더십을 갖춰야 합니다. 리더십은 목표를 가리키는 것이고, 그 목표로 나가게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말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보고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조직원이면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되는 일입니다. 보고를 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조직에서 글씨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는 말처럼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보고를 잘 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을 기록하고 있습니까? 각 사람마다 임무가 다 다릅니다. 자기 임무를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록을 갖고 있습니까? 기록이 없으면 보고도 힘듭니다. 한번 점검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간부들은 부서원들이 어떻게 보고하도록 지도하고 있는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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