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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야기를 하세요

<자리 잡아가는 생각나눔 쓰기>

이제 간부들은 지휘서신, 그리고 평사원들도 생각나눔 쓰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현상입니다. 글이 발명되고 나서 생각은 논리가 되었습니다. 분석이란 게 생겼고, 철학이란 게 생겼고, 사상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글이 없는 세계에서는 결코 논리가 없다는 건 확인된 사실입니다. 극단으로 말하면 생각과 의견은 글을 통하지 않고는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회사 안에 글쓰기를 통한 소통이 확산되는 것은 조직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쓴 글도 수준이 무척 높아졌습니다. 저는, '도대체 회사가 생각나눔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하고 말하고 싶을 만큼 참 잘 씁니다. 드디어 생각나눔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생각나눔(또는 지휘서신)에서는 자기가 하는 일과 하려는 일을 알리는 걸 기본으로 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이게 가장 기본입니다. '지금, 여기서 자기 생각을 나누는 것'입니다.


제품기획부의 두 분은 이번 주부터 생각나눔 형식으로 업무를 보고합니다. 매주 하고 있거나 한 일을 쓰고, 그것이 무슨 일인지 (사업계획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왜 하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합니다.(이찬희, 부서장 제언, 2월 1일)


생각나눔으로 뭘 써야 하는지를 아주 잘 정리했습니다.

매주 하고 있거나 한 일을 씁니다.

그것이 전체 사업계획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씁니다.

왜 그걸 하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등 생각과 감정을 나눕니다. 


나눔 가이드라인에서는 '지금, 여기에 머무십시오'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어렸을 때, 고등학교 때, 전 직장에서 일을 나누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건 과거의 일입니다. 회사에서 일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가족과 만남, 친인척과 만남 등도 나눌 수 있지만 이것은 회사 일이 정리되고 나서입니다. 주식이 빠진 반찬은 아무래도 부실해집니다. 


이찬희 수석이 이렇게 정리를 했을 만큼 이미 대다수가 지휘서신이나 생각나눔을 쓰면서 자기가 하는 일과 하려고 하는 일을 잘 알리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경험을 나누고 있고, 집단지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멋있습니다. 저는 한국, 아니 세계 어느 회사도 이 정도 수준으로 각급 조직 구성원이 생각을 나누는 경우는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티쿤보다 더 잘하는 조직이 있을 수 있지만 상관없습니다. 저는, 우리가 전혀 누구를 따라 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이런 문화를 만들었고, 발전시키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쓰는 글을 보면서 평조직원조차 이렇게 깊이 생각한다는 것에 놀라고, 또 하루가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고 있습니다. 


<주장이 분명하게>

저는 전언을 쓰든 활동을 하든 제 의견과 제 주장을 분명히 하려고 무척 애를 씁니다. 여러 사람과 강연을 같이 들을 때, 강사가 질문할 것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저는 질문하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있을 때도 꼭 해야 할 말이 있으면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속에 있는 걸 가둬두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회사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안에서 설명회나 발표회를 하면 저는 질문을 많이 하고 제 의견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은 제가 CEO여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데서도 늘 하는 일입니다. 


제가 노력한다고 하는 것은 천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이전에는 질문하라고 해도 질문하지 않았고,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모른다는 게 드러날까 봐 두려웠습니다. 질문이 핵심과 동떨어져서 다른 사람이 비웃지 않을까 하고 두려웠기 때문에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을 하지 못했고, 의견을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지적당하거나 반박당하거나 평가받는 것은 저에게 무척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건 애를 쓰지 않고는 안 됩니다.


저는 지금도 세계 정치나 경제 동향, 심지어 한국 정치나 경제 동향을 잘 모릅니다.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확실하게 아는 영역을 빼면 될 수 있으면 제 의견을 말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정치나 전체 경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런데 이전에는 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제 의견을 제대로 내놓지 않은 걸 후회하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3~40대 때 저는 진보정치 진영에 있었습니다. 그 무렵 한국의 진보정치 진영은 의회 사회주의를 개량주의라고 치부하면서 멀리 했습니다. 저는 그때 한국 진보정치는 의회 사회주의를 기치로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내용을 [우리 시대의 사회주의당]이라는 책으로 썼습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깝게도 이 주장을 좀 더 분명히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의회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쓰지 못했습니다. 책 내용 전체는 '의회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었는데, 그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남을 의식했던 겁니다. 주류로부터 배척당하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 결과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어중간한 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흐름도 만들지 못하고 소수파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전체 진보정치 진영과 정면으로 겨뤘으면 분명히 흐름을 만들 수 있었는데 소심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소신껏 하지 않고 눈치를 보면서 결국 저를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제 삶에서 이걸 제일 후회합니다.


이 무렵 진보진영 안에서 매우 중요한 조직 간 통합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때 상대 쪽에서 공동대표제를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조직 안에서 '선명성'을 내세우며 표결을 하자고 해서 '선명하게' 졌습니다. 이때 공동대표제를 받았으면 제 삶도 전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달라졌다고 더 좋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그때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대담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을 참 많이 후회했습니다.


이 두 가지 사건 모두 40대 이전 제 정치 활동에서 매우 중요했습니다. 여기서 실패하면서 제 정치활동은 막을 내린 셈입니다. 이 사건들은 지금도 저에게 매우 뚜렷하게 떠오릅니다. 이런 사건도 영향을 미쳐 저는 제 의견은 분명히 말하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의견을 솔직하게 내놓는 것과 의견을 고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하려고 애를 씁니다.


해외직판

철저한 현지화

광고비 증액

대담한 확장(현재 한-일-중-싱 포함 114명)

개발실 확충

사이트 분리와 신규 아이템 발굴

오프라인 영업조직 구축(동경 및 오사카 영업소 설립)

중국 법인 개설(상품 발굴선 다변화)

플랫폼 사업

사업부 독립 추구

끈질긴 이용사 모집 홍보

전언과 나눔

잔업 안 하는 회사, 휴가 볼 때 눈치 안 보는 회사

공개, 개방주의

7년 연속 근무 후 1개 월 유급휴가


이런 일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은 잘 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특히 나눔, 전언, 나눔 가이드라인 읽기 같은 것은 제가 주도하면서 저도 땀을 뻘뻘 흘린 일입니다. 금요나눔 한다면서 여러분을 다 앉혀두고 강의하듯이 전언을 설명하는 것도 진땀 나는 일입니다. 나눔 가이드라인을 같이 읽자고 하면 무슨 종교행사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게 옳다고 생각해서 합니다. 나눔, 전언, 지휘서신뿐 아니라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운영 방법은 저와 조직 지도부가 꾸준히 밀어서 정착시킨 일들입니다. 물론 제 의견이 많이 관철되었습니다.


제 의견을 정직하게 말하면서도 독선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독선에 빠지지 않으려고 제가 마련한 장치는 지도부 동의를 얻지 않고는 안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떻게든 회사 지도부를 설득합니다. 한 번이 아니면 두 번, 두 번이 아니면 세 번, 이렇게 해서 설득되지 않으면 저렇게, 이번에 설득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서. 저는 어떻게든 회사 지도부를 설득한 다음에 일을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다가 설득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아주 분명히 합니다. 


저는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이 아닌 한 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남 눈치 보면서 제 의견을 숨기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하는 전언은 안 쓰려고 합니다. 물론 일부러 모호하게 쓰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만 대체로는 분명하게 쓰려고 합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글이나 말은 자기주장이나 의견은 분명하지 않고 상황만 설명하는 경우입니다. 저는 이럴 때, '그래서?'라고 자꾸 질문합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하고 묻습니다. 


목표가 지나치게 많은 글이나 계획도 싫어합니다. '한 회기에 하나라도 제대로'. 이것만 해도 훌륭합니다. 이것저것 나열해서 하루만 지나면 말한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계획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 생각이 분명해야 합니다.


저는 글 쓸 때 뭘 하자는 것인지 분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지 않은 글들이 주장이나 의견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주장이 있더라도 자기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자기가 하려는 일을 씁니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될 수 있으면 피합니다.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단도 분명해야 합니다. 뭘 하자는 것인지가 확실해야 합니다.


지난주에 저는, 올해 제 목표는 '일본, 싱가포르, 한국, 중국, 대만, 또 한 나라에 거대 쇼핑몰을 구축' 하고,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 법인을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걸로 저는 목표와 수단을 전부 제시했습니다.


저는 각급 지휘자들도 손에 잡히는 목표를 내놓기를 바랍니다. 혹은 그 목표를 달성할 수단을 내놓기를 바랍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손에 잡히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놓치지 말고 추구하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려면 '우리'라는 개념을 버려야 합니다. 나눔 가이드라인에는 '너, 우리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습니다'하고 정리되어 있습니다. '우리' 속에 숨지 말고, '내 목표'를 분명히 하기 바랍니다.


이러려면 연습을 참 많이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방향에 잘 맞는 지휘서신과 생각나눔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잠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올해 회사에서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이게 선명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걸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쓴 걸 널리 공개하십시오>

쓴 걸 될 수 있으면 공개하십시오. 최근에, 쓴 글을 [티쿤밴드]에 공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현상입니다. 저는 자폐(自閉)는 망하는 길이고, 개방이 살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발전한 문명은 개방되었습니다. 자폐하고도 성장한 문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조직도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도전받아야 하고, 또 도전해야 합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압력이 있다면 열고 맞아야 합니다. 자폐가 오래되면 열려고 해도 열 수가 없습니다. 초기에 들어오는 외력은 크지 않아서 감당하기 쉽습니다. 빨리 잘 흡수하면 내력으로 바뀝니다. 초기에 들어오는 외력을 막아버리면 그 압력이 커지고 커져서 조금 지나면 문을 열지도 못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개방해야 합니다.


개방은 자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조직은 개인의 합입니다. 개방된 개인이 모여서 개방된 조직이 됩니다. 자폐한 개인이 모이면 조직도 자폐됩니다. 각자 개방하기 바랍니다.


저는 해외직판 이론을 다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내밀한 기록인 전언도 될 수 있으면 공개합니다.


이로써 저는 좀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개방을 하다 보면 생각을 더 하게 되고, 더 조심하게 되고, 더 치밀하게 되고, 더 전략을 생각하게 되고, 더 전술을 따지게 됩니다. 극단으로는 개방하는 것 때문에 훨씬 더 정교한 전술을 짜게 됩니다. 


공개해서 손해난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거의 없습니다. 저는 2004년 무렵부터 '해외직판기'를 공개했습니다. 제가 이때부터 공개했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후인 2014년 무렵에 티쿤플랫폼 이용사를 모집하는 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티쿤은 돈이 없었습니다. 티쿤플랫폼도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조금씩 홍보를 해서 조금씩 사람을 모으고 조금씩 개선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2004년부터 꾸준히 글을 통해 스스로 훈련을 해왔습니다. 10년 뒤, 자신이 붙었고, 개인 SNS를 작은 매체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수 인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여는 방법을 체득했습니다. 티쿤이 대규모 광고를 하지 않고 조금씩 설명회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오래전부터 공개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개할 때 제일 두려운 것은 남들이 따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제가 공개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남들이 따라 해도 나는 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거대 그룹이 우리 비즈니스를 훔쳐가도 우리는 결코 뒤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아무도 따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흉내 낸들 우리 본질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공개해서 가장 좋은 점은 제가 정리된다는 점입니다. 전언, 지휘서신, 생각나눔, 사업계획을 왜 발표하는 것입니까? 발표해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바로 쓰는 자기 자신입니다. 저는 부서 사업계획은 부서 사람이 보라고 쓰는 것이지 다른 부서 사람 보라고 쓰는 것은 두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고, 자기 부서입니다. 진짜 대화는 자기 자신과 하는 것입니다.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모릅니다. 그래서 정리하는 것입니다. 내가 정리되어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것이 지휘서신이고 생각나눔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자기 자신을 위해 정리한 것을 공개하는 것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면서 자기를 보강시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가받는 걸 두려워합니다. 그렇지만 그걸 극복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인생의 참 목표인 성장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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