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같은 초창기 일본 향 배송
2007년 처음 인쇄물을 일본에 보낼 때는 배송비를 줄이려고 핸드캐리(속칭 하코비)를 기본 운송 수단으로 이용했다.
한국 인쇄소에서 물건이 나오면 개별포장을 한다. 일본 택배사 전표는 이미 한국에 가져다 뒀다. 개별 포장을 합포해서 20kg 단위 큰 박스로 만든다. 이걸 충무로 티쿤 사무실에서 스쿠터에 싣고 중구 오장동 경동택배까지 가져간다. 나나 이석주 부사장이 헬멧 쓰고 스쿠터 타고 갖다 줬다. 택배로 부산 경동택배 영업소에 도착시키면 김종환 사장이 찾아서 페리를 타고 가 오사카 항구 전화박스 옆에 둔다. 일본 나카오 대표가 찾아서 일본 사가와 택배사에 인도한다. 일본법인에 차가 없어서 화물기사와 계약했다. 정말 원시시대다. 그래도 이것도 무역업이다. 코미디다. 이렇게 해도 주문일부터 3 영업일째 일본에서 손님에게 발송했다. 김종환 사장에게 지급하는 돈은 20kg 한 박스 당 2만 원. 나중에 2만 5천 원으로 올렸나?
명함 1인분은 대체로 500g이다. 20kg이면 40명 분. 하나를 일본 오사카까지 도착시키는데 500원인 셈이다. 경동택배로 부산으로 보내는 값은 40명 준이 그때 7천 원. 어쨌든 쌌다. 송료는 일본 손님한테 일률 500엔을 받았으니까 송료 부담을 덜었다. 한국에서 물건 살 때도 물건값 얼마에 송료 2,500원을 받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명함 980엔에 송료 500엔은 따로 받는다.
김종환 사장은 핸드캐리(일명 하코비) 전문인데, 2003년 내가 일본 경매 구매 대행업을 할 때 만났다. 핸드캐리 전문업을 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못 가지고 오는 물건이 없다. 5톤 트럭 한 대 분량도 가지고 오고 간다. 한 사람이 가지고 갈 수 있는 수화물 양은 제한이 있는데 핸드캐리 지휘자는 물건 양에 따라 동원할 수 있는 하부 조직을 갖고 있다. 김종환 사장은 베테랑이다. 좋은 분이셨다.
핸드캐리는 불법이라는 오해가 있다. 그렇지 않다. 핸드캐리는 정식 통관한다. 다만 이 분들은 관세를 덜 내려고 상품 가격을 낮게 기록한다. 핸드캐리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가격을 낮추는 행위가 불법이다. 그리고 일본 티쿤 법인에서 물건을 인수할 때 매입 증명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이분들도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자기 비용을 줄인다. 예를 들면 이 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배를 타니까 단골 고객으로 인정받아 배값을 반만 낸다.
웃긴다. 첨단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업을 하는데 물건을 스쿠터에 싣고 경동택배까지 갖다 주다니. 더군다나 내 생각이 얼마나 짧은가? 스쿠터라는 수단은 중국집 짜장면 배달할 때 쓰는 거다. 스쿠터로 실을 수 있는 박스는 최대 두 박스다. 한 박스는 뒤에 싣고, 또 한 박스는 발판에 얹고. 세 박스면 위험하다. 그걸 생각 못하고 스쿠터를 샀다. 금방 짐이 늘었다. 뒤에 짐을 더 실을 수 있게 스쿠터를 개조했다. 그런 건 이석주 부사장이 잘 한다. 40만 원 줬다. 그런데 그 스쿠터를 그다음 날 도둑맞았다. 푸하하..... 잃어버리기를 잘했다. 스쿠터 뒤에 박스를 두 개 실으면 스쿠터가 뒤로 넘어갔다. 박스 세 개 처리하면서 스쿠터와 씨름했다.
핸드캐리는 싸지만 불편하다. 경동택배까지 갖다 줘야 하고, 매입 증명도 끊을 수 없고, 일본서 우리가 항구까지 가서 인수한다. 오래 쓸 수는 없었다.
물량이 늘어나면서 DHL을 이용했다. DHL은 와서 가져가니 편했다. 그런데 DHL이 기가 막힌 건 가끔 가다가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거다. 9박스를 보내면 일본에는 8박스만 도착하고 1박스가 없어서 찾지를 못한다. 부랴부랴 수소문하면 1박스는 홍콩에 가 있다.
한국 택배사는 일단 모든 물건을 중부지역 어느 장소에 다 모아서 지역별 재분류를 한다.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물건은 일단 홍콩에 다 모았다가 재분류한다. 이때 가끔 1개는 놔두고 8개만 일본에 보낸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박스가 올 때까지 일본서 물건을 통관하지 못한다. 배송 약속을 못 지켜서 클레임.
이런 원시시대를 거치면서 한-일물류도 발전했다. 지금은 오후 5시에 충무로 티쿤에서 가지고 간 것을 그다음 날 일본 전역에 배송까지 끝낸다. 그러고도 명함 하나 보내는데 460엔이다. 한국 내 운송료, 비행기 값, 일본 내 운송료 포함이다. 정말 싸졌다. 물론 티쿤만 그렇다. 물량이 많으니까.
처음은 다 웃긴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하게 되어 있다. 이런 걸 미리 잘 계획할 수 있다고?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대충 계획하고 일단 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걸 완벽하게 다 짜려다 보면 절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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