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越境)직판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까?
ㅇ 티쿤은 흑자를 낼 때까지 8년 6개 월 걸려
ㅇ 티쿤 이용사라도 해도 2년은 걸린다고 봐야
ㅇ 티쿤을 이용해도 흑자까지 1억 5천만 원 이상은 들어간다고 봐야
나도 처음에는 인원을 안 늘리려고 애썼다. 그런데 2007년 10월에 서비스를 오픈하고 그다음 해 4월 무렵에 이미, CEO인 나, 배송 쪽을 책임진 이석주 부사장, 개발자 한 명, 경리파트 한 명, 접수 4명, 원어민 고객응대자 한 명해서 최소 9명이 되었다. 여기에 일본에 나카오 대표가 있었다. 총 10명.
2008년 4월 매출이 426만 엔이었다. 회사 운영비는, 세금과 사무실 임차료 등을 감안하면 1인 당 400만 원으로 치면 되니까, 4천만 원이다. 광고비는 빼고다. 원재료 매입비, 운송비 등까지 따지면 무조건 큰 적자다.
선배 CEO가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면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게 되어 있어. 돈은 늘 부족할 거다'. 딱 맞았다. 솔직히 나는 매출이 늘어나는데 따라 계속 이렇게 투자를 해야 할 줄 몰랐다. 인쇄물 일본직판업을 시작할 때 2년이면 흑자가 날 줄 알았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시작도 못했을 거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사업이 잘될수록 자금은 계속 모자랐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전자상거래업 뿐 아니다. 모든 사업이 그럴 수밖에 없다. 확대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뒤쳐진다. 성장하려면 투자해야 한다.
매출을 더 올리려면 마케팅 인원을 뽑아야지, 홈페이지 관리 요원을 채용해야지, 접수요원도 계속 늘어나고, 검수와 포장 인원도 늘어난다.
2008년, 유사 이래 드물었던 엔고로 50억 원가량 환차익을 얻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돈을 벌었다. 그런데 2012년 무렵에 조직원이 거의 80명 가까이로 늘었다. 물론 내가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경영하는 스타일이 전혀 못 되어서 생긴 문제지만, 내 경험으로는 구멍가게를 할 게 아니면 피하기 어려운 일 같다. 인원을 아끼고 투자를 아껴서는 성장하기 어렵다. 이 사이에 일본 영업부도 발족해서 동경에 사무실을 내었고, 중국 법인도 만들었다.
2008년 엔고 전에는 더 힘들었다. 그때는, 전자상거래가 선입금 후지불인 걸 이용해서 대금 지불을 좀 늦췄고, 또 제조사 사장들께 부탁해서 여신 기간을 늘렸다. 돌려 막아서 버틴 셈이다.
조직을 확대하고 투자한 게 이후 티쿤글로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나는 그때 적극 확대한 것이 결국 현재 티쿤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잘했다.
티쿤 이전에 인쇄물을 일본에 직판한 회사가 둘 있었다. 하나는 한국에서도 아주 큰 회사였다. 그리고 2008~2012년 사이에 한국의 큰 인쇄회사 두 개가 일본에 진출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계속 조직을 늘렸고, 그 회사들은 조심스럽게 경영했다. 똑같은 엔고 환경이었지만 두 회사는 철수했고, 한 회사는 현재까지 티쿤이 압도한다. 물론 지금 티쿤이 압도하는 게 꼭 그때 생각 없이 투자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 투자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직판을 하려면 최소한 자본금이 1억 5천만 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하면, 그 정도 돈 갖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 하고 내게 항의하듯 말한다. 내 책임도 아닌데. 그 마음은 알지만 나는 정확히 얘기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나도 처음에 얼마 안 드는 줄 알고 했다가 8년을 고생했다. 물론 나는 플랫폼을 만드느라 돈을 엄청나게 쓰기도 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다. 그 사이에 환차익으로 엄청나게 번 걸 생각하면 나 아니라 누구라도 들어가는 돈이 크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전자상거래업을 하는 회사들은 천억 원, 2천 억 원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한국 쿠팡에 손정의 회장이 1조를 투자한 이유다.
그나마 티쿤플랫폼을 이용하면 티쿤 기존 고객도 물건을 많이 사주니까 그런 다행이 없다. 개발을 안 해도 되고, 시행착오를 안 겪어도 되니까. 그래서 2억 원도 안 되는 돈으로도 해볼 수 있는 거다. 개발도 직접하고, 일본에 법인도 세우고, 법인대표도 두고 하면 2억 원으로는 택도 없다. 될 수도 있을까? 잘 모르겠다. 티쿤플랫폼을 이용하는 회사들은 그다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성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해외직판하는 많은 회사들이 없는 돈으로 하느라 고생한다. 안타깝다. 어쩔 수 없다. 투자를 적게 하면 고통이 길어질 뿐이다. 투자할 돈이 있다며 될 수 있으면 앞자락에서 많이 쓰는 게 좋다. 대담해야 하고, 용감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9월 8일(목) 해외직판 설명회>
오후 2시 - 4시, 충무로
http://onoffmix.com/event/76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