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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골에서 전국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에게 카이사르 정책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뭡니까? 하고 물었더니, '로마 성벽을 무너뜨린 거요'하고 대답했습니다. 로마는 정복지 귀족에게 로마 시민권을 줬습니다. 그래서 이민족들은 로마에 그다지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로마에 복속하는 이민족들이 늘어났고 시민권을 받은 정복지 귀족도 급속히 늘었습니다. 로마 성내가 비좁아졌습니다. 카이사르는 로마 성벽을 허물었습니다. 로마시는 확 넓어졌습니다. 


인터넷은 지경(地境)을 무너뜨립니다. 나를 보호하는 지경이 무너지면 갑자기 드넓은 세상이 나타납니다. 처음 본 세상은 무섭습니다. 아마존, 이베이, 타오바오, 알리바바, 라쿠텐, 소피, 라자다 같은 거인들이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 것 같습니다. 그동안 보던 옥션, 지마켓, 11번가, 쿠팡, 티몬, 위메프 같은 성내 거인들도 상대할 엄두가 안 났는데 이들은 저들에 비하면 조무래기들입니다. 옥션, 지마켓, 11번가에 치이거나 기대면서 작고 힘없는 장사꾼들하고 경쟁하는 것도 버거운데, 이제는 아마존, 이베이, 타오바오, 라쿠텐 같은 괴수들이 성안으로 곧장 들어오려고 하니 오금이 떨리는 것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당장도 아마존이 성내로 들어오면 어떻게 되나하고 근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위기는 곧 기회라고 나를 보호하던 지경이 사라지면 갑자기 드넓은 대지가 펼쳐집니다. 지경은 나를 보호했지만 나를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지경이 무너지면서 성내로 들어오는 길도 열렸지만 성밖으로 가는 길도 활짝 열렸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드넓은 대지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좁은 성내에서 너 죽고 나 살자고 싸우던 게 우스워지고 두렵긴 하지만 전인미답의 신천지로 모험하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아무리 괴수래도 저 드넓은 대지를 다 차지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곳곳에 그동안 우리가 먹지도 못하던 먹을 게 널려 있습니다. 용감하게 돌진하면 성내에서 거둘 수 있는 것보다 수천 배 수만 배 결실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티쿤은 작년에 일본에 인쇄물을 140억 원어치 팔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80억 원어치 팔게 도왔습니다. 티쿤에게 일본은 신세계입니다. 티쿤은 한국에서는 동종 업체와 경쟁해서 이길 힘이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돈도 없고, 기계도 없고, 업력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티쿤도 강자입니다. 경쟁자가 드뭅니다. 


티쿤은 부직포백(http://www.adbest.jp), 단체티셔츠(http://www.adtee.jp/), 실사출력물(http://www.adflag.jp/)을 중국에서 생산해서 일본에 팔았습니다. 티쿤은 언젠가 중국 상인이 일본 직판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중국에 법인을 만들고 중국서 생산했습니다.


돈 한 푼 없던 티쿤에게 인터넷은 신세계를 열어줬습니다. 인터넷이 없었으면 티쿤은 성 안에서 빌어먹어야 했습니다. 돈 없고, 기술 없고, 사람 없는데 무슨 수로 살겠습니까? 막연한 경영 능력을 누가 알아줍니까?


성벽이 무너지면 위험도 오지만 기회도 옵니다. 이미 성벽은 무너지고 있는데 성안에서 살길을 찾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무너지는 성 벽을 넘어 성 밖 신세계로 가야 합니다. 한국에는 화장품 제조, 유통 업체만 1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뭘......


성 밖은 하도 넓어서 조금만 노력해도 성 안에서보다 수천 배 수만 배 소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티쿤이 증거고 티쿤을 이용해서 해외직판한 티쿤 이용사들이 증인입니다. 일본성, 중국성 안 사람들도 아직 성 밖으로 제대로 나오고 있지 못합니다. 아마존, 이베이, 라쿠텐 같은 괴수도 사실은 아직 자기 성 안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하도 크고 소문이 무성해서 그들이 자기 성 밖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저 넓은 지평선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를 보호하는 성이 사실은 우리를 가로막는 성입니다.


성벽이 무너져 내리는 시대에 수성은 망하는 길입니다. 개방하고, 개척하고, 모험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인터넷은 우리에게도 모험하고 도전할 수단을 똑같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성밖에는 70억 명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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