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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방 (素花房)

사랑 11

by 차가운와인

우리는 다시 사귀기로 하고서 3년째 되던 해 첫 키스를 했다. 간염이 옮을지도 모른다며 극구 반대하던 그녀를 꺾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그렇게 섭게 울었다. 밥도 차도 맨날 같이 먹었으면서 바보같이.

우리는 몇 번인가 여행도 다녀왔고 같이 쇼핑도 했고 지인들과 함께 자리도 하는 보통의 연인이었지만 사귀는 9년 동안 단 한 번도 술집에 가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술 마시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그리고 나는 그녀가 술 마시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우리는 밥을 먹고 흰 꽃이 피는 방에 들러 차를 마셨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이시가리, 라는 회를 먹어보지 못했다.

지금의 애주가 처는 연애할 때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 이 사랑스러운 술안주들 중 내가 먹어본 것이 거의 없다는 것에 정말 정말 의아해했다. 장안사에서 메기매운탕을 처음 먹으며 정말 맛있다고 땀 뻘뻘 흘리며 먹는 나를 신기해했다.

나는 가끔 남포동을 가게 되면 일부러 둘러서라도 소화방이 있던 자리를 거쳐 약속 장소로 향한다. 소화방은 예전 자리에서 옮겨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내부가 궁금했지만 다 져버린 흰 꽃을 발견할까 두려워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난 이제 화요에 이시가리를 먹어보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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