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은 20년이 넘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메일이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써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회사에서는 메일을 사용한다.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메일을 대체할 만한 것이 아직 없고, 히스토리(기록)를 남기기에도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야 그렇다 치지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메일은 계속 사용된다.
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주로 <메일 쓰레드>를 형성하며 커뮤니케이션한다. 메일 쓰레드란 받는 사람과 참조를 유지한 채 '전체 답장'으로 히스토리를 살리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다. 가령,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담당자를 '받는 사람'에 넣고 관련자들은 '참조'에 넣어 이슈를 공유하면, 받는 사람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해결해 받는 사람을 다음 담당자에 넣고 전체 답장으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슈를 해결하는 동안 참조에 들어있는 모두에게 해결하는 과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메일 쓰레드로 이슈별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히스토리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재밌는 부분은 메일 쓰레드를 형성하며 커뮤니케이션하다가 파생 이슈가 발생하면 일부러 제목과 참조 구성원을 바꿔 메일 쓰레드를 뜯는다는 점이다. 원래 이슈와 관계된 담당자들과 협의해가면서, 또 다른 담당자들과 파생 이슈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이다. 메일 쓰레드를 뜯는 것은 이슈별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일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요즘은 회사 내의 메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메일에서 메신저로 완전히 넘어왔다. 내가 원할 때 바로 답변을 들을 수 있다는 점과 하고 싶은 말만 바로 적어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신저는 '대화 상대'별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구조이며, 하나의 대화창 안에서 여러 가지 이슈가 섞여버리게 된다. 메신저의 대화창이 히스토리로서 역할을 하지 못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동료들과 협의한 내용들을 기록으로 관리하기 위한 다른 툴을 하나 더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고, 협의한 내용들과 자료는 각각의 툴에 분산되고 결국 다시 찾기 어려워진다.
협업툴은 사람들이 툴에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하는 흐름을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의 흐름 중에서 툴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실시간 답변을 받기 위해 메신저를 사용하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서 더 많은 일이 생겨버렸다. 또한 수시로 울리는 메신저의 알림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마저 빼앗아갔다. 메신저를 메인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사용하는 것이 정말 효율적인 것인지는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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